[정대철 인터뷰] “민주당, ‘No’ 허용 않는 ‘이재명 1인 정당’ 돼…尹도 생각 다른 사람 포용 못 해”

이원석·변문우 기자 2024. 6.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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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대철 헌정회장 “한쪽은 다수결, 한쪽은 거부권…정치 파행의 핵심 원인”
“다수당인 민주당 더 질책하고 싶다…‘다수결 정치’ 아닌 ‘타협·협치의 정치’로 가야”

(시사저널=이원석·변문우 기자)

"요새 여야는커녕 같은 당 인사들끼리도 잘 안 만난다고 합니다. '정치 실종' 상황은 1년 전보다 오히려 더 퇴행적으로 변했습니다." 30대였던 1977년 처음 국회에 입성해 5선 의원을 지내는 등 평생을 정치에 헌신한 원로 정치인 정대철 헌정회장이 여야 정치권에 내놓은 쓴소리다. 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으로 초정파적 국가원로단체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민주당계로는 처음으로 헌정회장에 선출돼 취임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6월에 이어 1년 만인 6월2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헌정회장실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정대철 헌정회장이 6월20일 여의도 국회 헌정회장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헌정회장 취임 1년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처음 취임했을 때 나는 헌정회가 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친목단체 이미지밖에 없었던 만큼 정치적 발언권이나 영향력은 물론 사회적 존재감도 적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취임과 함께 국가 최고원로 단체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나아가 정책 대안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치 실종 상황에서 화해·포용·상생·협력의 정치를 하도록 성명을 내는 등 국회에 충고와 진언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 대안 제시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개혁의 핵심이 '개헌'인 만큼 최근 헌법개정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 지난 6월4일부터 1200명의 헌정회원들을 대상으로 헌법 개정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6월 말에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헌법개정안을 연구 및 추진하고 소극적인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권면해 개헌 추진의 '동력'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소개해주실 또 다른 성과도 있으실까요.

"노후화됐던 헌정회관 신축을 확정지었습니다. 가능한 빨리 시작해 끝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헌정공제회 활동으로 외래어종 퇴치와 수익사업을 통해 국민 세금을 줄이는 데에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오랫동안 고정됐던 전직 의원들의 장례비도 현실화할 수 있었습니다."

정대철 헌정회장 ⓒ시사저널 박은숙

22대 총선 결과는 어떻게 진단하셨습니까.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상당히 불리하게 나왔습니다. 국민 심판적 상황인 셈입니다. 이들이 참패한 이유는 6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대통령이 야당을 동반자로 여겨 상생·협치·통합 정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입니다. 두 번째는 대통령의 대국민·언론 소통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없는 만큼 정치에 친화적이지 못했던 점입니다. 검찰 인사 대신 정치에 능통한 인사들을 기용해야 합니다. 또 대통령이 이데올로기적으로 너무 경직돼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한·미·일 3국 공조에 중점을 두다 보니 중국과 러시아에 소홀하게 됐습니다. 이들과의 대화·교류·협력이 단절되면 국민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1년 전 인터뷰에서도 '정치 실종'을 지적하셨습니다. 지금도 같은 진단이신지요. 

"1년 전보다 사실상 개선은커녕 더 퇴행적으로 갔다고 봅니다. 21대 국회는 정치 실종 전쟁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시작부터 부딪치고 타협도 없습니다. 총선 직후 대통령과 여야 지지율이 각각 30% 박스권에 갇힌 이유도 정치 상실, 정치 실종으로 정치를 회복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만연된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치 실종의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요.

"더 큰 책임은 야당을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는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나 의원, 시민단체와 만나 대화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야당을 단순 불순세력으로 여겨 질책하고 있습니다. 또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도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라면 다원화 사회에서 상대 진영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힘의 논리로 한쪽에선 다수결로, 한쪽에선 거부권과 사정 정국으로 잡아넣으며 마지막 수단을 당연하게 쓰고 있습니다. 이건 정치가 아닙니다. 결국 힘과 진영,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논리 부족이 정치 파행의 핵심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본인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시길 당부드립니다. 먼저 야당을 동반자로 여기고 진보 논리도 이해하길 부탁합니다. 특히 여권 내에서도 이준석, 안철수, 나경원, 유승민에 한동훈까지 내치셨는데, 본인과 생각이 다르다고 걷어차는 것을 국민들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다른 아쉬움은 무엇인가요.

"거부권 행사와 사정 정국 조성도 그만해야 합니다. 인사와 관련해선 검사 외에도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들을 폭넓게 기용하시길 바랍니다. 본인이 총선 직후 직접 국정기조를 바꾸겠다고 하셨는데 여전히 그런 기미도 안 보입니다. 여전히 일방통행으로 내리꽂는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는 상황이지요. 여기에 소통 문제까지 겹치면서 벌써부터 '혼자 노는 대통령'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권위주의 대신 당원·국민들과 접촉하면서 소탈하게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윤-한 갈등'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처음에는 저도 국민적 인기를 얻기 위해 쇼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길게 진행될수록 일부러 그런 것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농담처럼 시작했다가 진짜가 된 셈입니다."

22대 국회도 개원부터 난항입니다. '초유'라는 말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는 '다수결 원칙'보단 여야 타협과 협치를 이뤄가는 것이 정치문화이자 관례라고 자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관례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에 더 질책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175석에 범야권 192석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양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부분들이 다 없어졌습니다. 다수당이 더 여유롭게 나아가야 하는데, 전혀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이지요. 최근 여당 쪽에서도 국회 운영위원장이랑 법제사법위원장을 1년씩 하자고 제안했는데 민주당에서 죽어도 못 하겠다고 하고, 이런 여유 없는 태도가 안타깝습니다."

민주당에 여유가 없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의 민주당은 당내 비주류 인사들을 모두 없애고 '1인 천하'로 만들어놨습니다. 이재명 대표만 존재하는 '1인 정당'이 되면서 'NO'라는 대답도 허용되지 않는 정당이 됐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본인의 개인적 사법처리 과정을 당의 문제와 구별하지 않고 투영되도록 내버려뒀습니다. 오히려 방탄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는 애국심과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팬덤정치'가 문제입니다. 소위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처럼 자기와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등 배신자로 지칭하며 중상모략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이건 아주 잘못된 팬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입법독주'도 문제입니다. '범야권 192석'으로 힘에 의한 입법독주를 하면서 제대로 된 민생 문제를 국회에서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에게도 조언을 하신다면.

"앞서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당부하고 싶습니다. 결국 대통령에게 한 말을 거꾸로 이 대표에게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본인이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봅니다."

정대철 헌정회장 ⓒ시사저널 박은숙

작금의 대립정치를 풀 묘안이 있을까요.

"일단 국회법을 개정해 여야의 만남, 대화, 토론을 강제·유도하는 조항들을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야 간 정책협의체나 중진 회의, 헌정회 차원 중재모임을 상설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국회 내 의석을 고정화시키지 말고 해외 선진국처럼 자유롭게 선택해 앉도록 해 여야 간 만남과 대화를 늘려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22대 국회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22대 의원들이 정치 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뿌리 깊게 내리는 일, 경제성장과 함께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해 더불어 잘사는 공정사회를 만드는 일, 마지막으로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일, 이 세 가지가 시대적 정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방향으로 정치를 해주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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