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해지면 한없이 땅으로” KIA 테스형 향한 꽃범호 역발상…강한 2번으로 부활? ‘이것’이 관건[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소심해지면 한없이 땅으로…”
KIA 타이거즈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최근 2번타자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범호 감독은 타격코치 시절부터 꾸준히 소크라테스를 지켜본 결과,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3년차를 맞이해 장, 단점이 극명하게 노출된 상황서, 중심타선에 넣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봤다. 오히려 테이블세터에 넣으면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범호 감독은 21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찬스 때 치는 것보다 찬스를 만드는 역할에 좀 더 맞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1루에서 3루로 뛰는 것이라든지, 투 베이스를 가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2017년 통합우승 멤버였던 로저 버나디나처럼 공수주를 갖춘 중거리타자다. 그러나 수비와 주루는 버나디나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가 끝난 상태다. 올 시즌에는 수비의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주루는 간혹 본헤드가 나왔던 작년보다 안정적이다.
운동능력도 괜찮고, 주력 자체는 좋은 선수다. 출루해서 원 히트-투 베이스를 해주면, 팀 공격력에 그만큼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범호 감독은 “1루에 나가고 뒷타자 (김)도영이나 (나)성범이가 2루타를 치면 홈까지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5~7번에 놓는 것보다 위에 놓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테스형=2번 공식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건 아니다. 어차피 타순은 크든 작든 변화는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어쨌든 소크라테스가 지속적으로 2번 타자를 맡으려면 투수 유형에 관계없이 꾸준한 타격을 하는 게 중요하다. 소크라테스는 아무래도 좌투수에 약점이 드러난 상태다. 올 시즌에도 타율 0.265로 우투수 0.288, 옆구리 0.385보다 낮다.
그런 점에서 21일 한화전서 5-3으로 앞선 6회말에 좌완 김범수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뽑아낸 우중월 투런포는 의미 있다.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딛고 ‘강한 2번’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이범호 감독에게 심어줬다. 8회말에는 중월 솔로포로 멀티홈런을 완성했다.
이범호 감독은 “한화 선발투수 황준서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면 2번으로 안 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왼손투수의 슬라이더보다 직구, 체인지업에 타율이 높다. 변화구를 횡이든 종이든 크게 나가는 투수라면 타순을 내리든 빼든 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소크라테스는 이범호 감독의 우려를 씻는 홈런을 친 셈이었다. 이렇게 좋은 흐름을 타면 자신감도 생기고 더 좋은 결과를 내는 스타일이라는 게 이범호 감독의 설명. 반면 “소심해지면 한 없이 땅으로 들어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수원 원정서 얼굴에 투구를 맞은 소크라테스를 직접 격려해보니 역시 성격이 여리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이후 이범호 감독의 믿음에 수 차례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런 소크라테스를 바라본 이범호 감독은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외국인타자라면 기본적으로 언제 어떤 상황서도 강인하길 기대한다. 어떤 감독도 그럴 것이다. 찬스에 강하면 중심타자로 쓰겠지만, 올 시즌 소크라테스가 일관성 있게 찬스에서 강한 건 아니다. 고육지책으로 ‘2번=테스형’ 카드를 내밀었다. 일단 재미를 보는 분위기다.
소크라테스는 "개인적으로 홈런을 쳐서 좋지만 팀이 이겨서 더 좋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매 경기에서 팀이 이기는 것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다.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는) 안 좋은 공이나 유인구에 끌려 나가 결과가 좋지 않았다. 최근에는 칠 수 있는 것만 치려고 하고 있고, 최대한 유인구 타이밍에서는 참으려고 노력 중이다. 존 설정과 타이밍을 최대한 내가 생각한 것에 맞추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분석 팀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내가 경기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조언을 구하고 있고, 경기 전 연습 때에도 코칭스탭과 분석 팀의 도움을 받는다"라고 했다.
끝으로 소크라테스는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팀원들이 해야할 것들을 다 잘 알고 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시즌 절반 정도 지났는데 계속해서 많은 경기에서 이기며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선수단 모두가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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