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내려와 타석 선 장재영 “마지막 도전, 늦은 만큼 더 부지런히..경쟁력 있는 선수 되고파”
[고척=뉴스엔 안형준 기자]
장재영이 새 도전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떼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5월 큰 결단을 내렸다. 9억 원의 역대 구단 최고액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던 특급 투수 기대주 장재영을 야수로 전향시켰다. 팔꿈치 문제에 시달리던 장재영은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지만 지난 3년 동안 투수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고려해 고심 끝에 야수 전환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다.
'야수 장재영'은 6월 20일 청주 한화전에서 1군에 처음 콜업됐다. 9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했고 인상적인 '타자 데뷔전'을 치렀다. 첫 타석에서 문동주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낸 뒤 이주형의 홈런 때 득점했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문동주의 시속 152km 직구를 받아쳐 2루타도 터뜨렸다. 2타수 1안타 2볼넷 1삼진.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투수였던 선수의 야수 데뷔전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21일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으로 돌아와 롯데전을 준비하며 취재진을 만난 장재영은 "아직 뭔가를 느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그냥 정신없이 첫 경기를 치렀다.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타자 데뷔전'을 돌아봤다. 장재영은 "아직까지는 다들 '그냥 투수가 야수하는 것 같다. 타격 연습때 수비하는 것 같다'고들 한다. 사실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어색하다"고 웃었다. 타자 전향을 선택한 뒤 2군에서는 경기에 나섰지만 1군 무대에 선 것은 처음. 당연히 모두가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어려운 부분도 많다. 장재영은 "쉬운 타구들도 내게는 좀 어렵다. 야간 경기에서 수비를 하는 것도 처음이다.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 최대한 빨리 적응하는 것이 첫 번째 숙제인 것 같다. 그래서 수비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며 "그래도 고척돔이 외야 수비가 어렵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연습 때는 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아직까지는 걱정이 현실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장재영은 21일에도 중견수로 선발출전했고 몇 개의 타구를 실수 없이 잡아냈다. 펜스 쪽으로 뛰어가며 등 뒤에서 날아오는 타구를 잡는 것에도 문제는 없었다.
사실 장재영은 야수 전향을 결심한 뒤 외야수가 아닌 내야수를 맡기를 원했다. 내야수 중에서도 유격수를 원했다. 하지만 구단에서 외야수를 권했고 구단의 의사대로 외야수로 야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장재영은 "유격수를 무조건 하고싶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며 "학생 때 야수를 하면서 내야에 많이 섰다. 그래서 내야수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유격수가 어려운 포지션이지만 몸은 힘들어도 도전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구단에)말씀을 드렸던 것이다"고 밝혔다.
키움도 '내야수 장재영'의 가능성을 닫은 것은 아니다. 아직은 장재영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단계다. 하지만 키움 입장에서 '외야수 장재영'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바로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좌타자인 외야진에 우타자인 장재영이 더해질 경우 활용 폭이 넓어진다는 것.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가진 장재영이 아직 덜 다듬어진 상황임에도 1군에 합류한 것은 내야수가 아닌 외야수라는 점도 분명히 작용했다. 구단의 판단에 따른 덕분에 1군에 다시 데뷔하는 것이 빨라진 부분도 있는 셈이다.
형들의 조언도 힘이 됐다. 타선의 중심으로 거듭난 이주형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 지난겨울 장재영에게 '외야수 연습을 하라'고 말하기도 한 이주형이다. 장재영은 "주형이 형이 2군에서 치는 공과 1군에서 치는 공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확인하고 치는 버릇이 있는데 본능적으로 치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타격 폼이나 그런 것보다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포지션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장재영이지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래'인 이주형보다 더 든든하게 장재영을 지원해준 이도 있었다. 바로 '타자 전향 선배'인 이형종이다. 이형종 역시 특급 투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고 투수로 데뷔했지만 실패를 겪고 타자로 전향해 현재 외야수로 활약 중인 선수. 지금은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지만 장재영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이다.
장재영은 "1군에 올라올 때 전화를 드렸다. 어제는 먼저 전화를 주셨다"며 "1군에 올라갈 때 선배님이 '네가 언제 1군 공을 쳐보겠냐. 팀에서 너 잘 치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못할 줄 알면서 부르는거다. 큰 기대는 없으니 경기에 나가게 되면 후회없이 돌리고 와라. 아마 정신이 없을테니 그냥 아무생각 없이 하고 와라"고 하셨다"고 돌아봤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경험한 입장에서만 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장재영은 "2군에서 타격 연습을 할 때도 '티볼을 올려줄테니 연습하고 싶으면 언제든 부르라'고 해주셨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선배님인데도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나도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첫 경기에서 안타를 친 뒤에도 '정말 축하한다. 하지만 너무 들뜨지 말고 어제는 어제고 내일은 준비를 또 잘해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라'고 해주셨다. 그런 선배가 팀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선배님께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특급 투수 기대주였지만 마운드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 새로운 역할로 다지 도전하게 됐다. 장재영은 "이제는 진짜 잘해야겠다 하는 마음이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도전일 수 있다. 그만큼 후회없이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 연습량이 부족하고 실전 경험도 없는 만큼 빨리 적응하려면 더 부지런히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몸이 조금 힘들어도 많이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고 마음가짐을 밝혔다.
확실한 강점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장재영은 "투수 때는 빠른 공을 갖고 있었는데 타석에서는 아직 그런 강점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강점을 만들어나가려면 더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투수일 때는 특급 기대주였던 만큼 포부도 컸다. 지난시즌에는 안우진과 팀의 원투펀치를 이루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장재영은 "그런 목표는 없다. 1군에서 적응을 잘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내년 캠프에서 1군에 합류해 개막 엔트리에 들고 싶다. 그렇게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 큰 목표보다는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한다"고 목표를 밝혔다.(사진=장재영)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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