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6일 만의 SV' 승리 세리머니도 까먹은 클로저의 귀환, 활짝 웃은 조상우 "더 높은 순위에서 끝내야죠"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세리머니도 까먹었어요"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동안 투구수 21구,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근까지 마무리를 맡았던 주승우가 부진한 끝에 2군으로 내려가면서 '마무리'의 자리를 되찾은 조상우는 올 시즌 처음으로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4-2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2사 1, 3루 추가점을 내준다면, 경기 막판 다잡은 승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키움은 조상우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첫 타자 나승엽과 3구 승부 끝에 148km 직구를 던져 3루수 파울플라이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조상우가 큰 위기를 극복하자, 키움 타선은 8회초 공격에서 한 점을 더 뽑아냈고 5-2로 더 여유가 있는 상황을 마련했다. 그리고 조상우는 9회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첫 타자 정훈을 150km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그런데 후속타자 대타 이정훈에게 2B-0S에서 던진 3구째 147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게 됐고, 우중간에 2루타를 허용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조상우는 침착하게 후속타자 박승욱을 좌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한 숨을 돌렸다.
경기를 매듭짓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지만, 결과는 완벽했다. 이어지는 2사 2루에서 황성빈에게 2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허용하게 된 것. 그리고 2루 도루까지 허용하면서 2, 3루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서 조상우는 고승민과 맞대결을 가졌고, 4구째 133km 슬라이더를 통해 좌익수 방면에 뜬공을 유도, 로니 도슨이 슬라이딩 캐치로 타구를 낚아채면서 지난 2021년 10월 29일 KT 위즈전 이후 무려 966일 만에 첫 세이브를 수확하게 됐다.
올 시즌에 앞서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마운드로 돌아온 조상우는 오랜 공백기로 인해 부침을 겪었다. 오히려 군에 입대하기 전보다 구속이 나오지 않는 등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탓에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때문에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첫 세이브, 소감은 어땠을까. 조상우는 '세이브를 한 실감이 나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그냥 1이닝을 던진 것 같다. 그냥 마지막에 던졌다는 생각이 많다. 세이브를 한지 이렇게 오래된 줄은 몰랐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너무 오랜만에 세이브 상황에 등판했던 까닭에 팀 세리머니도 까먹었다고. 그는 '경기를 끝내는 느낌은 다르지 않나'라는 말에 "그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경기를 이겼을 때 마지막에 모여서 하는 세리머니도 까먹고 있어서, 동료들을 보면서 따라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일단 3점의 점수차가 있었고, 마음적으로는 편하게 던졌다. 야수들이 점수차를 벌려줬기 때문에 지키기 위해 열심히 던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과적으로 세이브를 손에 넣었지만, 9회 위기에서 한차례 홍원기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어떤 말을 들었을까. 그는 "'상우야 오랜만이다'라고 하시더라. 마음을 편하게 풀어주시려고 오신 것 같았다. 효과가 있었다"며 "오늘은 (4아웃 상황을) 조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처음에 불안정하게 세이브를 했으니, 점점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도 사실 한 점을 줘도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타자와 붙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점수를 안 줬다"고 말했다.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KBO리그를 대표하던 마무리 투수였던 조상우, 하지만 시즌 초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그는 "초반에 밸런스가 안 좋았다. 마음고생이라기보다는 빨리 찾으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지금은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아마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감독님께서 시즌 초반에 내게서 원래 갖고 있던 구위가 안 나온다고 보셨는데, 적응기간을 주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적응도 했고, 이제는 조금 괜찮아져서 마무리로 보내주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우여곡절 속에 마무리로 돌아온 만큼 조상우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그는 "세이브는 결국 상황이 와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블론 세이브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상황이 왔을 때 블론 없이 최대한 잘 막도록 하겠다"며 "지금 모두 잘하고 있고, 팀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 같다. 시즌이 끝날 때는 더 높은 순위로 끝낼 수 있도록 힘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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