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팬들 함성에 정신 차렸다… 日 소년 감성의 KBO 연착륙, SSG 딜레마의 이유

김태우 기자 2024. 6. 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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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팬들의 큰 박수를 받고 있는 시라카와 케이쇼 ⓒSSG랜더스
▲ 복사근 부상을 털어내고 퓨처스리그 재활 등판에 들어간 로에니스 엘리아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로에니스 엘리아스(36)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SSG 유니폼을 입은 시라카와 케이쇼(23)는 어느덧 SSG 팬들의 마음속에 들어와 인정받는 식구가 됐다. 6주 단기 계약 동안 180만 엔(약 157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한국에 온 시라카와는 이미 그 원금은 다 돌려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독립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SSG 유니폼을 입기는 했지만 이 정도 활약까지 기대한 이는 별로 없었다. KBO리그 입성 후 네 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2승2패 평균자책점 5.09. 평균자책점이 높기는 하지만 이는 6월 7일 사직 롯데전에서의 난조(1⅓이닝 8실점 7자책점)가 영향을 미쳤다. 오히려 나머지 세 경기에서의 투구 내용은 긍정적이었다.

6월 1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 6월 13일 인천 KIA전에서는 5이닝 1실점, 그리고 6월 21일 인천 NC전에서는 6⅓이닝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정식적으로 등록된 외국인 선수도 장담 못할 성적을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가 냈으니 예뻐 보이는 건 당연하다. 7일 사직 롯데전 난조도 부산 팬들의 뜨거운 열기에 압도된 바가 없지 않았다. 오히려 롯데전 부진이 좋은 약이 된 셈이다.

이닝소화 및 내구성에 의구심이 있기도 했지만 21일 인천 NC전에서 6⅓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면서도 구위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KBO리그 데뷔 후 가장 빠른 패스트볼 구속(트랙맨 기준 151.2㎞)을 찍었고,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위력투를 펼쳤다. 경기 후 시라카와의 공을 상대한 NC 타자들이 구위를 칭찬할 정도였다.

SSG도 딜레마에 빠질 상황이다.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진 엘리아스는 복귀 준비에 들어갔다. 당초 6주 진단이 나와 시라카와를 영입했는데 더 이상 늦어지는 것 없이 제 시간에 돌아올 수 있는 진도다. 6월 20일 고양(키움 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1군 복귀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날 3이닝을 던졌다. 구위는 100%가 아니었지만, 다음 주 한 경기에 더 등판해 4~5이닝을 소화한다면 1군 복귀 시점이 잡힐 전망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시라카와의 6주 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때 SSG는 두 선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구위 자체는 시라카와도 엘리아스에 밀릴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수직무브먼트가 좋은 포심패스트볼, 그리고 포크볼과 커브 등 떨어뜨릴 수 있는 변화구도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여러 변수가 있어 SSG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외국인 교체 한도도 그렇고, 시라카와가 풀타임 경력이 없다는 것 또한 걸린다. 엘리아스도 공을 던지는 클래스는 분명 입증한 선수다.

시라카와를 선택하면 SSG는 엘리아스를 방출해야 한다. 이미 로버트 더거를 드류 앤더슨으로 바꾼 SSG다. 그렇다면 올해 외국인 교체 카드 두 장을 모두 소진한다. 올 시즌에는 외국인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엘리아스를 선택하고, 설사 엘리아스가 부진하다고 하면 추후 7월이나 8월에 미국에서 수준급 선수가 나올 때 정식 교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라카와를 그대로 쓰면 이 기회가 사리진다. 시즌 끝까지 시라카와가 잘 던지길 바라야 한다.

▲ SSG가 엘리아스를 선택한다면 추후 외국인 교체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시라카와를 선택하면 외국인 교체 한도를 모두 소진해 끝까지 시라카와가 잘 던지길 바라야 하는 부담은 있다. ⓒSSG랜더스

그런데 시라카와는 일본프로야구 경험이 없다. KBO리그보다 일정이 적은 일본 독립리그에서는 열흘에 한 번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시라카와 역시 “5일 휴식 후 던지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직 팬들의 함성에 많이 긴장했다고는 했지만, 1일 키움전 등판 후 5일 휴식을 하고 들어선 7일 롯데전에서는 구속이 3~4㎞ 뚝 떨어졌다. 이에 SSG도 등판 간격을 조절해주고 있다. 7일 경기에서 많이 던지지 않았음에도 5일 휴식 후 13일 인천 KIA전에 나섰고, 21일 NC전은 일주일을 쉬고 던졌다.

시라카와가 5일 휴식 후 등판 일정에 적응할 가능성도 있지만, 검증된 것이 없다는 점은 불안하다. 다소간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해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계속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6주를 푹 쉰 엘리아스의 구위가 시즌 끝까지 유지될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고, 정 안 되면 더 검증된 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어 여지가 있다. 시라카와도 일본프로야구 드래프트를 첫 머리에 두고 있다.

SSG가 시라카와를 잡을 선택지는 이 모든 불확실성을 안고도 지금 투구 내용을 시즌 끝까지 보여준다는 전제가 확실히 잡힐 때다. SSG의 결단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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