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 궁금증 풀어드려요"…전국 누비는 '두릅박사' [귀농귀촌애]
“식재 시기가 늦어서 잘 자라지 않는 걸까요?”
이런 두릅재배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는 ‘두릅 박사’가 있다. 대한연합영농조합법인 이춘복 대표다. 2019년 11월 전남 보성으로 귀농한 그는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맞는 두릅을 발굴했다. 마을의 고목이 된 두릅나무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을 발견하고 복원했다. 이 대표는 직접 복원한 품종을 봄과 여름, 가을에 수확한 후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 판매하고 수익성을 확인했다. 복원한 신품종 이름은 ‘이형두릅’이다. 1년에 봄과 여름·가을에 연이어 두번 수확한다는 의미에서 그가 붙인 이름이다. 국내 고유의 품종 발굴은 대부분 일본 품종을 재배하는 두릅 시장에 획기적인 일이다. 이형두릅의 재배방법과 수확, 판매 등의 검증을 거친 후 묘목과 종근 분양을 시작했다.
이형 두릅은 재배방법이 쉬운데다 곧바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귀농인들에게 인기 작목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형두릅의 품종 발굴과정과 재배방법을 소개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SNS를 통해 알게된 귀농인들이 자신의 농장으로 직접 찾아오면서 보성이 두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이 대표는 억대 부농이다. 귀농 후 우연찮게 만난 두릅으로 매년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자신처럼 귀농인들이 두릅으로 부농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돕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 대표는 지난달부터 이형두릅을 키우는 귀농인들의 재배 현장을 찾아가 지도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의 기후와 토양이 달라 전화로 답을 주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는 지난달부터 현장에서 답을 찾고 맞춤형 지도를 하는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이 대표의 권유로 이형두릅을 심은 귀농인들을 모두 만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전국의 지점장을 중심으로 영농 지도에 나섰다.
6월 13일 찾은 경기 파주 유병욱 지점장의 두릅밭도 80%이상 싹이 나고 자라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 대표는 평가했다. 유 지점장은 이형두릅과 가시없는 민두릅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 대표는 “파주 인근에서 이형두릅 재배를 희망할 경우 유 지점장의 밭을 견학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의 단기 목표는 이형두릅으로 김치를 담궈 국민식탁에 올리는 것이다. 그는 2년 전부터 여름두릅으로 다양한 김치를 담그면서 젊은세대인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미 전남지역 김치공장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올 하반기에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 대표의 전국 투어에서 귀농인들이 제기한 가장 큰 애로점은 수확한 두릅을 서울 가락동 경매시장까지 보내는 유통 문제였다.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귀농인들은 두릅을 수확해도 가락동 경매시장으로 배달하고 경매장에 올리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놓고 가락동 경매시장과 협의한 끝에 최근 해결책을 마련했다.
“한 상자라도 우체국 택배로 가락경매시장에 보내면 됩니다” 그는 우체국 택배로 소량이라도 두릅을 조합이 지정한 청과상회에 보내면, 이를 받은 청과상회에서 경매를 할 수 있도록 상하차를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가락동 시장에서 경매를 하기위해서는 수확한 두릅을 농산물 집하장에 가져오면 화물차가 가락동 경매시장으로 실고 간다. 이후 농민이 경매를 할 수 있게 상하차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제 이런 불편을 덜게됐다.
지난 한달간 이른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국 50여개의 지점장을 만나 그 지역의 두릅 재배현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이 대표의 전국투어 소득은 컸다. “다음에는 권역별로 나눠 조합원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 볼 계획입니다” 그의 또다른 전국 투어가 기대된다.
무안=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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