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3개중 1개는 이 회사 제품…"서울에 공장 있었네"[르포]
개인 하루 모델링 작업량 40여개…"일본 센터 2~3배 규모"
수 많은 공정에 수 십 년 베테랑들이 미세한 작업 이끌어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여기서 1명당 하루 평균 약 40개를 작업합니다. 일본의 2~3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보청기 업계에서만 20여 년의 경력은 쌓은 김현백 부장의 설명엔 자부심이 묻어났다. 장인의 나라로 알려진 일본을 한국 법인이 제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비결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글로벌 보청기 업체 WS오디올로지의 굴뚝 없는 공장 '가산 오퍼레이션센터'를 지난 20일 찾았다. 이곳에선 WS오디올지의 시그니아 보청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WS 오디올로지는 덴마크의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전세계 3명 중 1명은 이 회사 보청기를 착용할 만큼 시장을 이끌고 있다.
'가산 오퍼레이션'은 정보기술(IT)과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이 밀집한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한복판에 있다. 첫 번째 비결은 디지털로의 전환이었다. 전국에 유통 채널을 둔 WS오디올로지의 시그니아는 말 그대로 방방곡곡에서 제작 주문이 몰려온다. 과거에는 우편으로만 주문을 받았지만 이제는 절반 이상 온라인으로 받고 있다. 최소 하루 이틀이 걸리던 우편 주문이 당일 접수로 가능해지고, 사람이 직접 입력해야 했던 숫자를 모니터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업무 능률이 올라갔다.
센터 시스템에 입력된 주문은 다시 디지털 작업을 거친다. 초음파 스캐너를 통해 파일로 변환한 뒤 3D 모델링(모형화) 작업으로 완제품을 예상한다. 사람마다 귓속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모니터에서 보청기 부품을 여러 각도로 배치해보며 최적의 구성을 찾는 것이다. 조유리 WS오디올로지코리아 대표는 "가산 센터는 현재 100% 3D 모델링을 하고 있다"며 "모델링을 하지 않고 보청기를 제작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일본과의 격차를 늘린 것이다. 한국 직원들의 작업 속도는 하루 평균 40개에 달한다. 일본과 한국과 같은 설비를 갖고 있지만 국내 작업자들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다. 3D 모델링을 거쳐 완제품까지 결함이 거의 없다는 것이 WS오디올로지 측의 설명이다.
모델링을 마치면 보청기 실물 제작을 위한 쉘 작업이 시작된다. 여기에 두 번째 비결은 최적의 기기 찾기가 있다. WS오디올로지는 쉘 작업에 치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3D 프린터를 사용한다. 과거 보청기 제작 전용 3D 프린터를 사용했으나 완성도가 떨어져 치과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3D 프린터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쉘은 용액을 탈수하고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용액을 탈수할 때 쓰이는 것이 흔히 '짤순이'로 알려진 탈수기다. WS오디올로지는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기기를 적극 도입하고 있었다. 완성된 쉘에 제품 고유의 번호와 모델명을 새겨 넣는다.
만들어진 쉘에 엠프와 리시버, 마이크 등을 실제 배치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배치 작업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25년 이상을 근무한 전문가들의 손을 거친다. 이들은 현미경을 사용해 손으로 하나하나 쉘에 리시버 등을 장착한다. 조유리 대표는 "보청기의 메인 부품은 앰프, 마이크, 리시버. 귓속형은 작은 크기 안에 이 부품들을 잘 배치해야 한다"며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배치된 모든 부품이 들어간 쉘은 연마, 코팅 작업을 통해 보청기로 탄생한다.
최종단계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에 따라 성능, 품질 검사를 거친다. 이 과정을 통과한 보청기만 물류 센터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된다. WS오디올로지 가산 센터는 3년에 한 번씩 의료기기 제작 적합성을 평가받고 있다.
조유리 대표는 한국 직원들의 작업 속도와 전문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본사의 전략에 따라 보청기 제작은 여러 나라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으나, 아시아에 제조 시설을 갖춘 지사는 귓속형 판매 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 뿐"이라며 "가산오퍼레이션 센터는 공방이나 아틀리에 같은 컨셉이라면 통합 운영되는 제조소는 대량 생산에 최적화된 콘셉트"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생산성의 월등함을 보여준다"며 "글로벌 공정을 준수해 제작하는 것은 동일하나 이러한 성과는 한국 직원들의 특별한 공로와 능력에 기인한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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