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지정제 완화되나[도전받는 회계제도①]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법인을 금융당국이 강제적으로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전받고 있다.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목표하에 2018년 전세계 유례없는 제도가 탄생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과연 회계 감사 수준이 기대 만큼 올라왔는지,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나오면서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배구조 우수 기업에 대해 주기적 지정 감사 면제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자율 감사 6년이 지나도 지정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 간 감사인을 자율 선임했으면 다음 3년은 반드시 금융위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아야 한다는 법으로 2018년 시행된 신외감법의 핵심 내용이다.
기업들 입장에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면제는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인센티브다. 그만큼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지정제는 감사인을 직접 수임하는 게 아니라 강제로 지정 받기 때문에 계약 과정에서 기업의 협상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감사 보수가 크게 뛰는 것은 물론, 만에 하나 감사인이 갑질을 한다 해도 감사인을 교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생긴 이유는 경제 성장 수준에 비해 너무 후퇴해 있는 회계 투명성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특단의 조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정 면제 인센티브를 추진하는 이번 정부의 판단에는 '기업 지배구조가 정상적인 곳이라면 주기적 지정제가 필수적이진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오너로부터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즉 좋은 지배구조를 갖춘 곳이라면 감사인 선임 이슈 역시 투명할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로 신외감법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됐을 때도 지정 예외 사유에 대한 의견 공유가 활발했다. 그 중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할 만큼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지배구조라면 예외로 해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다수 있다. 다만 제도의 시작에서부터 예외를 함께 두고 가면 효과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결국 조문에서 모두 빠졌다.
이 같은 우려 요인이 지금 밸류업 인센티브 논의 단계에서 다시 나온 것에 대해 업계는 "신외감법 제도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법 시행 5년차에 벌써부터 법이 누더기가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2만6000여명의 회계사를 대표하는 최운열 신임 한공회장은 전날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정 감사 면제 인센티브에 대해 "밸류업이 아닌 밸류 다운"이라고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 "당국과 갈등을 빚더라도 대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국의 이 같은 기조가 갑작스럽다고 보긴 어렵다.
회계 불투명성이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문제의식에 2018년 당국과 국회는 통큰 합의하에 신외감법을 통과시켰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기업들의 비용 부담 호소, '을'에서 '갑'이 된 회계업권의 횡포 등이 문제가 되면서 주기적 지정제 폐지는 기업들의 숙원사업이 됐다.
커지는 불만에 당국은 지난해 연구용역을 진행, 4년차에 접어든 신외감법 효과 전면 분석에 들어가기도 했다. 학계에선 주기적 지정제의 '6+3'년 주기를 한바퀴는 돌아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단 의견을 냈다.
결과적으로 금융위는 일단 현행 유지를 결정했지만, 이전보다는 기업과 회계업계 사이 균형을 찾아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기업의 불만을 수렴해 기업과 감사인 간 감사 계약 내용, 보수 등에 대해서도 개입하기 시작했으며, 또 회계업계에 대해서도 보다 강도 높은 감사 품질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당국은 신외감법 내용 중 하나인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의무 도입 시기를 유예했다.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는 2년 유예된 2029년까지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감사인 직권 지정 사유도 대폭 폐지해 기업 부담을 줄였다. 지난해 말 기준 감사인 지정 회사는 신외감법 이후 처음으로 감소해 300여개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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