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약 수사 '스모킹건' 되나…제약업계 ‘좌불안석’
"고래 싸움에 새우등 계속 터지는 중…공정거래 자율준수 역량 강력"
[편집자주] 경찰이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고려제약이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을 쓰는 대가로 금품 등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은 의사만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범위를 다른 제약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의료대란 중에 불거진 사건이라 곱지 않은 시선도 있으나 뉴스1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에 주목하고 3건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고려제약으로부터 현금 등 금품이나 골프 접대와 같은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확인된 의사가 1000명 넘게 확인되면서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일개 제약사의 일탈이 아닌 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3월부터 5월까지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 보건복지부가 20여건의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제약 업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찰, 고려제약 압수수색…제약업계 전반으로 수사 확대 가능성도
22일 업계에 따르면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7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대한 분석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결과 현금을 직접적으로 받거나 가전제품, 골프 접대 등과 관련한 불법 리베이트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수사는 현재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가 담당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3~4년 사이 이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의사 14명과 제약사 관계자 8명을 약사법 위반, 배임증재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공익 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뤄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조지호 청장은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해 확인이 필요한 대상은 의사 1000명 이상"이라면서 "구조적 문제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정황으로 세무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확대를 시사하면서 온라인상에 올라온 제약사 리베이트 폭로글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 플랫폼 블라인드에는 'OO제약 리베이트 만드는 방법'이라는 글이 올라와 업계에 파장이 일었다. 해당 글은 아직 블라인드 게시판에 남아 있다.
글쓴이는 "신입사원이 1년만 지나면 6500(만원)에 가까운 연봉(가짜 포함)을 받게 된다. 직원들 통장을 사적으로 이용하며 불법 자금을 만들고 있다"면서 "가짜로 급여를 올려 연봉이 올라가니까 마이너스 대출이 많이 나오는 데 나중에 줄 테니까 그거 빼서 병원에 주라고 해놓고 안 준다. 이자 내다가 생활도 못하겠다"고 적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말 불법 리베이트 사건 20여건을 수사 의뢰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3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2개월간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 바 있다.
복지부가 의뢰한 불법 리베이트 수사는 관할 수사 관서별로 하달 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수사 의뢰 대상에는 제약사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의약품영업대행사(CSO)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 업계 뒤숭숭…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 활발
제약 업계는 경찰과 보건복지부의 불법 리베이트 대응 여파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회사에 불만이 있는 임직원의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의정갈등으로 전문의약품 매출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불법 리베이트 소식으로 영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A 제약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약사는 불법 리베이트가 단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손해를 야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들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해 불법 리베이트 등 과거의 어두운 모습과 결별하고 합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P를 운영 중인 제약사는 불법 리베이트를 하려고 해도 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일부 팀이나 한 직원이 일탈을 벌일 수 있다. 회사에 불만을 가진 임직원이 사건을 만들어 악의적인 폭로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의정갈등 이후 대형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줄면서 의약품 유통 채널이 다변화된 상태로 아직 극심한 손해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영업활동을 할 수 없어 급격한 매출 하락이 우려된다"면서 "어차피 영업활동을 거의 못 하는 상황인데 불법 리베이트 같은 소식까지 나오면서 영업사원들이 위축된 분위기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계속 터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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