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경고했건만… 제4이통사 좌초와 깨져버린 '진짜 5G'
스테이지엑스 후보 자격 취소
자금 제대로 확보 못했단 이유
당초 업계 비관 맞아 떨어져
책임 공방만 거세지는 상황
그사이 계륵으로 남은 28㎓
# 제4 이동통신사 후보였던 스테이지엑스는 자본력이 탄탄한 회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정부가 이통3사가 반납한 28㎓를 할당하는 업체로 떠올랐을 때,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정부는 "괜찮다"면서 되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하지만 업계의 우려는 기우杞憂로 끝나지 않았다. 28㎓는 이통사가 선전했던 'LTE보다 훨씬 빠른' 진짜 5G의 발판이다. 우리는 언제쯤 진짜 5G를 만날 수 있을까.
네번째 이통사는 없었다. 정부는 제4 이동통신사업자로 낙점한 스테이지엑스에 줬던 '주파수 할당 대상법인 자격'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7일부터 스테이지엑스를 상대로 청문 절차를 밟는다.
"자격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이유는 돈이다. 필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시점(5월 7일)까지 자본금 2050억원을 납입해야 했는데, 스테이지엑스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측은 "스테이지엑스가 납입한 자본금은 500억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테이지엑스 법인등기부등본에 자본금이 1억원으로 기재된 점도 지적했다.
구성주주와 구성주주별 주식소유비율도 주파수 할당을 신청할 때와 달랐다. 과기정통부는 "신청할 때 서약한 내용이 맞는지, 서약한 내용과 다르면 또 할당 취소 등의 처분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한다"면서 "신청 당시에 제출한 법인의 모습과 현시점의 법인 모습이 다르기에 이후 절차를 더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선정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는 총 6개였는데, 이중 자본금 납입을 일부라도 이행한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스테이지엑스의 모회사)뿐이었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주장하는 자본금 조성을 신뢰할 수 없으며, 자본금을 적절히 확보하지 않을 경우 주파수 할당대가 납부, 설비 투자, 마케팅 등 사업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며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4이통 플랜'은 정부의 야심찬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중 하나였다. 그랬던 중대한 구상이 좌초했는데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어찌 된 일인지 통신업계는 동요하지 않고 있다. 업계 사람들은 이를 예정된 수순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서 분사한 알뜰폰 기업 스테이지파이브가 신한투자증권 등과 함께 설립한 법인 컨소시엄인 '스테이지엑스'는 자본력을 갖춘 회사가 아니었다. 중심축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창사 이래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낙찰가가 1000억원 안팎으로 점쳐졌던 주파수를 입찰 경쟁 끝에 4301억원에 사들인 것부터 부담스러웠는데, 이동통신사업을 펼치려면 조 단위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언뜻 봐도 스테이지엑스가 이를 감당할 만한 회사가 아니었고, 업계 안팎에선 우려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스테이지엑스가 사업수행을 위한 충분한 자본금을 확보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면서 "재무적 투자자(FI)인 신한투자증권 역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신규 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토론회에서도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과기부는 "향후 망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면서 우려를 일축했다. 오히려 4000억원의 정책금융 지원과 기지국 구축 의무 축소 등 이례적인 지원책을 선포하면서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업계의 우려는 기우杞憂가 아니었다. 새 이통사의 탄생은 물거품이 됐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인데,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당초 정책 목표였던 '시장 경쟁 활성화 촉진'만 고민하면 끝날 문제가 아니라서다. 정부가 새 이통사 모집을 통해 의도한 주요한 목표로는 경쟁 활성화 외에도 '28㎓ 대역의 활성화'가 있었다. 스테이지엑스가 받기로 한 주파수도 28㎓ 대역이었다.
4이통 선정이 좌절됐다는 건 당장 28㎓ 대역의 용처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과거 이통3사는 28㎓ 주파수를 할당받고도 기지국 구축 의무를 다하지 못해 주파수를 반납했다. 28㎓ 대역은 더 빠른 속도로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진짜 5G'로 불린다.
다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도달 거리가 짧다는 거였다. 현재 기술로는 사업성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이통3사도 포기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주인 없는 주파수'로 놔둘 순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이통3사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LTE보다 20배 빠른' 초고속ㆍ저지연 서비스를 누리려면 어떻게든 상업화를 해야 한다.
정부는 종합연구반을 구성해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새 사업자 모집' 가능성도 열어놨지만, 스테이지엑스의 실패 사례를 비춰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28㎓ 대역을 활용할 수 있는 건 기존 이통사 뿐이라는 걸 고려하면 이들에 다시 주파수를 할당해야 하는데 이러면 줬다 뺏었다, 다시 주는 우스꽝스러운 꼴이 된다"면서 "4이통 문제뿐만 아니라 정부의 이동통신 관련 정책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는데 이러면 누가 정책을 믿고 따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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