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산직' 울산마저 청년 탈출, 닮은 꼴 군산도 '흔들'
대기업 핵심 기능, 탈지역…업황과 지역, 정반대
울산, 산업도시들의 보루…자생 전략 만들어야
대기업 과의존 정책, 지역 이익 적을 수 있어
청년 제조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 역량 키워야
■ 대담 :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
울산은 자동차, 조선업, 화학 분야 등 굴지의 기업들이 모여있는 대표적인 산업도시다. 지난 20여 년간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이 가장 높은 '킹산직의 집결지'이지만, 청년들은 잇따라 '울산 탈출'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울산이 무너지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닮은 꼴 다른 도시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올해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펴낸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소민정> 지금은 대학에 계신데, 그 전에는 중공업 회사를 다니셨다고요.
◇ 양승훈> 제가 2012년부터 16년까지 만 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현재는 그 회사가 한화오션이 됐죠. 거제도 옥포에서 근무를 해서
◆ 소> 그때는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 양> 처음에는 인사 업무를 했고요. 나중에는 기획 쪽 업무, 전략이나 혁신 이런 업무들을 주로 했었습니다.
◆ 소> 그런데 학교로 전향을 하셨네요
◇ 양> 제가 조선소에 들어갔을 때가 굉장히 호황일 때였는데요. 근무를 하면서 점점 업이 어려워지고 저도 원래 대학원 석사공부를 하다가 회사로 갔기 때문에 조선소 그리고 산업도시 거제에서 목격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연구해야겠다 싶어서 회사를 나오고 학교로 가게 됐죠.
◆ 소> 그런 경험을 토대로 지역 문제를 보고 계신 것 같은데, 최근 울산 탈출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더라고요. 여러 상황을 압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울산이 어떻습니까?
◇ 양> 제가 좀 어렵다고 생각되는 건 2~3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첫 번째는 정규직 일자리, 생산직의 정규직 일자리 생기지 않는다. 사실 울산은 산업 수도라고 하고 산업 도시라고 하는데, 특히 고졸 생산직 일자리가 굉장히 많고 그분들이 고소득을 올리면서 노동자 중산층이 된 게 굉장히 중요한 상징이었는데 이제는 정규직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있고요.
두 번째는 여기가 생산 기능만 국한되다 보니까 대졸자 일자리가 잘 생기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청년들이 매년 5천에서 6천 명 이상 수도권으로 탈출을 하고 있는 굉장히 어려운 지점입니다.
◆ 소> 울산은 나름대로 대기업도 많고 특히 조선업은 요즘 업황이 좋지 않나요.
◇ 양> 그렇죠. 울산은 3대 산업이 이끄는 도시인데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인데 조선은 업황이 굉장히 괜찮죠. 선까라고 하는데 배에 침대 선박을 건조할 때 가격이 최고치에 달해 있고 자동차 같은 경우는 현대자동차가 이번 1분기에 세계 2위를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탑3 브랜드로는 확실하게 자리를 매김했고 매출과 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역에 있는 여러 가지 부품 협력사들과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있는데, 그렇게 사정이 좋아 보이지 않고 미래로 보면 많이 불안한 거 아닌가 이런 전망이 되는 거죠.
◆ 소> 의외인데요. 기업이 모이면 지역도 잘 살 수 있다 이런 구호 속에서 지자체들이 기업 유치에 주력을 했던 건데 기업과 지역의 상황이 정반대가 되는 이 부분을 어떻게 봐야 될까요?
◇ 양> 이제 고부가 가치가 지역에 남지 않게 되는 거죠. 일단 자동차 같은 곳들은 자동화가 되니까 사람을 많이 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고요. 전기차 전환을 하는데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기 관련 계통의 혹은 전자 관련 AI 계통의 부품이나 혹은 협력사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있고 AI 전문가들도 수도권에 있는 상황에서 고부가 가치가 발생을 안 하게 되니까 자동차는 별로 메리트가 없고 조선업은 하도급을 하도 많이 쓰다 보니까 정규직을 별로 안 뽑고 그러다 보니까 지역의 좋은 일자리를 못 만드는 것들이 회사들의 잘나가는 상황과 맞지가 않는 거죠.
◆ 소> 울산이 다른 지역에는 보루일 수 있다는 표현을 하셨더라고요.
◇ 양> 사실은 이제 울산보다 사정이 더 나은 산업도시는 없습니다. 울산이 우리나라에서 GRDP가 1등이고요. 지금까지 노동자들에게 평범한 사람들이 땀 흘려서 일하는 일할 때는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전망을 줬던 건데 만약에 울산이 힘들고 울산에서 어떤 가능성을 찾지 못한다면, 1973년에 중화학공업화를 하면서 산업도시 벨트가 남동 임해 지역, 여수를 이어서 전국적으로 남부 지역에 퍼지게 된 건데요. 예를 들면 포항 그다음에 울산 창원 거제 여수 광양 목포까지 이어지는 벨트 그리고 군산까지도 산업화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산업도시인데요.
울산이 자생의 방식을 찾아내지 못하고 기업과 어떤 방식으로 지내고 어떤 일자리를 만들지에 대한 전략을 울산 자체가 혹은 국가가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제는 비수도권에서 괜찮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이 있다는 전망을 만들기가 굉장히 쉽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 소> 군산만 하더라도 울산하고 닮은 점이 상당히 많거든요. 군산도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데, 울산하고 군산의 상황이 좀 맞물려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 양> 군산도 자동차도 있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있으니까 비슷한 상황인데, 군산과 차이라면 울산은 모공장이라고 하거든요. 마더 팩토리들이 울산에 있고 군산은 그 뒤에 이어진 생산을 담당하기 위한 도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겠으나 문제의 구조는 비슷한 거죠. 일단 좋은 일자리가 생기지가 않는다. 또 하나 지금 자동차나 조선업은 여성 일자리를 별로 만들어내는 산업은 아니거든요. 지역에 공단이 들어와서 그걸 가지고 남성들의 벌이에 의존하고 여성들이 높은 벌이를 벌지 못하니까 가계를 담당했던 방식으로 꾸려왔는데 이제는 굉장히 한계가 많은 거죠.
여성들도 이 지역에서는 내가 꿈을 펼치기가 어렵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남성의 벌이에 의존하게 될 경우 지금 좋은 일자리가 아니고 가족 경제가 흔들릴 수가 있기 때문에 더 기회가 많은 곳으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떠나게 되고 특히 청년 시민들이 더 떠나게 되는 이런 문제가 만성적으로 발생하고 울산과 군산이 그런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는 거죠.
◆ 소> 그런데도 지역의 경쟁력을 제조업에서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오히려 고부가 가치가 높은 다른 산업을 찾아야 하지 않나요.
◇ 양> 제조업을 제외하면 사실은 고부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산업들 대부분 내수 기반 산업이고 내수 기반 산업을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큰 경제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바로 만들기가 녹록하지 않고요.
제조업의 강점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균일한 임금으로 중산층을 만들 수가 있었던 자본주의라는 걸 200년, 우리나라는 7~80년 했다고 치면 그 기간 우리가 경험을 해봤지만 이거 말고 다른 대안으로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가 쉽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업을 지역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유해야만 도시가 존립할 수 있는, 도시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런 차원에서 저는 제조업을 강조하는 거죠.
◆ 소> 문제는 제조업 구조를 어떻게 체질 개선할 것인가가 관건일 것 같은데요.
◇ 양> 우리가 한 가지 오해를 버려야 되는 게 지자체들이 앵커 대기업을 많이 유치하려고 해요. 사실은 전형적인 분산 모델이죠. 예를 들면 GM 공장을 받는다 혹은 현대중공업의 조선소를 받는다 이러는데요. 대기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가 어려운 게 왜냐면, 자동차 제조업만 해도 사람을 많이 안 써도 되는 시스템으로 많이 계속 가고 있고 그러니까 고용이 줄어드는 거죠.
단위 노동력을 투입할 이유가 점점 줄어드는 부분이 있고 조선소 같으면 굉장히 물량에 의존하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도크와 선단을 갖고 있는 울산에서 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정책 자체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우리가 공공 차원에서 지역 차원에서 뭔가 기대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제가 볼 때는 오히려 제조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들을 어떤 방식으로 글로벌 메이커로 만든다든지 혹은 혁신 역량을 기르고 생산성을 높여서 그 자리들이 좋아지게 하는 게 오히려 더 유익해 보이고, 청년들이 사실은 항상 부딪치는 한계가 제조 관련 스타트업을 하고 싶을 때 양산을 어디서 해야 될지 고민을 하는데요. 이미 산업 도시들은 제조 설비들이 있고 많은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같이 협업할 수 있게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죠. 지금 제조 대기업을 계속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수익을 내지는 못 하는 것 같아요. 이익을 지역 차원에서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 소>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군산형 일자리도 새로운 제조업의 모델을 표방하면서 추진했던 사업이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어요. 이 부분에 대한 진단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 양> 제가 볼 때 그렇게 혁신적으로 보이지 않고 새로운 산업이라고 하는 게 산업 이름이 새로운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제조업의 공급망을 보면 사실은 굉장히 많은 이해 당사자가 있는데, 그냥 최종 생산제를 하는 대기업이 중요한 게 아니고요. 그 밑에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견기업들의 역량이 굉장히 높아지는 게 기업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그러한 기업들은 계속 더 많이 뽑을 여력이 있고.
성장한다는 것은 이분들한테 그냥 대기업이어서 임금을 많이 받는 게 아니고 중견중소기업을 가더라도 더 좋은 전망을 우리가 꿈꿀 수가 있구나 이게 더 중요해 보이고 그러기 위해서 기술 투자도 해야 되고 설비도 투자를 해야 되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대기업은 뭐 알아서 할 거니까 제가 볼 때는 실제로 필요로 하는 중규모 소규모의 기업들에게 지원하는 게 여러 가지 면에서 중장기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저는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좀 더 생각을 해야 되고
그다음에 하이로드로 가야 됩니다. 우리 한국이 지금 3만 5천 불이 넘는 GDP 국가인 걸 감안할 때는 사실은 임금을 낮추는 방식이 우선 고려되는 건 별로 좋지가 않고요. 임금을 높여주고 이 기업도 성장하고 그래서 기업들이 선진국형 제조업을 한다. 이런 인상을 가져야 제조업에 대한 이미지들도 바뀌고 지역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보는 거죠.
◆ 소> 울산하고 군산과 같은 산업도시에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 양> 이제 관성에서 좀 벗어나야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울산이 전형적으로 현대 계열의 2개 대기업 그리고 석유화학 계통의 대기업들이 잘 먹고 사니 그 기업들이 잘 나가면 사실은 도시가 잘 나갈 수 있다 잘 살 수 있다 이런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그걸 매달리는 것도 작동하지 않고, 대기업의 원청과 하청 공장을 가져온다고 해서 도시가 괜찮아진다는 전망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깨진 거 같아요. 그러므로, 뭔가를 가져오는 거보다는 기존에 있는 역량들을 살려서 키우는 방향으로 하면서 도시를 어떻게 좀 키워나갈지 우리가 고려를 같이 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 소> 말씀 잘 들었습니다.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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