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려다 잠깐! '도마의 신'을 꺾은 이 선수…아무도 예상 못한 이변 [스프]
권종오 기자 2024. 6. 22. 09:03
[별별스포츠+]
리세광은 양학선이 등장하기 전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체조 도마에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양학선이 우승했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체조 선수들의 나이 조작이 드러나 북한 체조가 2년 간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당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징계가 풀린 이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도마 영웅은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섹와이훙이 8명 중에 첫 번째 순서로 나섰는데 1차 시기에서 난도 6.0 기술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최고 난도는 6.4. 무난하게 착지하며 15.200점을 받았습니다. 2차 시기 역시 난도 6.0 기술을 시도해 이번에도 무난한 착지를 하며 경기를 마치고 만족하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2차 시기는 1차 시기보다 조금 높은 15.233점으로 1,2차 시기 평균 15.216점.
관심을 모은 리세광이 3번째 순서로 나섰는데 경기가 열린 인천 남동체육관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1차 시기에서 난도 6.4의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몸을 반으로 접은 채 공중에서 두 바퀴 회전한 후 반 바퀴 비트는 기술)를 시도했습니다. 섹와이훙보다 고난도 기술이었습니다. 힘차게 달려가며 도움닫기를 한 뒤 구름판을 밝고 공중 기술을 구사했는데 그만 착지에서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매트에 머리를 박으며 앞으로 고꾸라지자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북한 선수단도 관중석에서 리세광을 응원했는데 착지 실수하는 순간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모든 관심은 양학선에게 쏠렸습니다. 강력한 라이벌 리세광이 큰 실수를 하며 저조한 점수에 그치자 양학선의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고 다들 금메달이 거의 확실하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양학선 역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 1'(도마를 정면으로 짚은 뒤 3바퀴 비틀기) 기술을 시도했는데 '리세광' 기술과 같은 난도 6.4이었습니다. 그런데 착지 과정에서 한쪽 발이 매트 밖으로 나가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게다가 회전수도 부족해 난도 점수도 6.0으로 깎였습니다. '양학선 1'보다 한 단계 낮은 '여2' 기술로 처리됐고 착지 실수로 0.1점의 감점을 받아 1차 시기 점수는 15.000점.
대한민국 체조 스타 양학선 선수는 '도마의 신'으로 불렸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따내는 신화도 만들어냈습니다. 동시대에 활약했던 북한의 리세광도 정말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바로 다음 올림픽인 2016년 리우 올림픽 도마에서 시상대 맨 위에 섰습니다.
도마의 양대 산맥인 두 선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우승은 양학선도 리세광도 아니었습니다. 이변을 일으키며 깜짝 금메달을 획득한 복병은 홍콩의 체조 스타 섹와이훙이었습니다.
양학선-리세광 아시안게임 첫 대결
리세광은 양학선이 등장하기 전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체조 도마에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양학선이 우승했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체조 선수들의 나이 조작이 드러나 북한 체조가 2년 간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당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징계가 풀린 이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도마 영웅은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두 라이벌의 맞대결이 초미의 관심을 끌었고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혔습니다. 당시 언론의 취재 열기도 대단했습니다. 매일 같이 두 선수의 훈련 모습과 동정을 보도했는데 훈련 도중 두 선수가 잠깐 눈을 마주쳐서 가볍게 인사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리세광이 훈련하면서 양학선을 힐끗 엿보는 장면도 있었을 만큼 경기 전부터 두 선수의 미묘한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섹와이훙은 1991년 홍콩에서 태어났습니다. 양학선(1992년생)보다 한 살 많은 선수로 주 종목도 양학선과 똑같은 도마였습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양학선이 우승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할 때 6위에 머물렀습니다. 이듬해 2011년 도쿄 세계체조선수권에서는 홍콩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종목별 결선에 진출하며 7위를 차지했는데 이 대회 우승자도 양학선이었습니다.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섹와이훙
2012년 홍콩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기계체조 종목에 출전했는데 예선에서 실수를 범하며 13위에 그쳐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때 크게 실망한 그는 은퇴까지 고민했지만 마음을 다시 다잡고 훈련을 재개했습니다.
이듬해 2013년 벨기에 앤트워프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는데 이때도 예선 12위로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 앤트워프 세계선수권도 양학선이 제패하며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이렇듯 섹와이훙은 양학선의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양학선과 리세광 두 선수는 모두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세계 최정상권의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둘 중에 누가 금메달을 딸 것이냐에 모든 관심이 쏠렸고 사실상 섹와이훙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예선에서는 리세광이 1위, 양학선이 2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는데 섹와이훙은 예선 6위로 결선 티켓을 따냈습니다. 그런데 결선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먼저 무너진 북한 리세광
섹와이훙이 8명 중에 첫 번째 순서로 나섰는데 1차 시기에서 난도 6.0 기술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최고 난도는 6.4. 무난하게 착지하며 15.200점을 받았습니다. 2차 시기 역시 난도 6.0 기술을 시도해 이번에도 무난한 착지를 하며 경기를 마치고 만족하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2차 시기는 1차 시기보다 조금 높은 15.233점으로 1,2차 시기 평균 15.216점.
관심을 모은 리세광이 3번째 순서로 나섰는데 경기가 열린 인천 남동체육관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1차 시기에서 난도 6.4의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몸을 반으로 접은 채 공중에서 두 바퀴 회전한 후 반 바퀴 비트는 기술)를 시도했습니다. 섹와이훙보다 고난도 기술이었습니다. 힘차게 달려가며 도움닫기를 한 뒤 구름판을 밝고 공중 기술을 구사했는데 그만 착지에서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매트에 머리를 박으며 앞으로 고꾸라지자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북한 선수단도 관중석에서 리세광을 응원했는데 착지 실수하는 순간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결국 0.3점의 큰 감점을 받으며 14.166으로 저조한 점수에 그쳤습니다. 2차 시기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최고 난도 6.4 '리세광'(도마를 옆으로 짚고 무릎을 펴고 뒤로 몸 굽혀 2바퀴 회전 & 1바퀴 비틀기) 기술을 시도했는데 이번에는 착지까지 깔끔하게 성공했습니다. 북한 응원단은 환호했지만 하지만 1차 시기 점수가 워낙 안 좋은 터라 리세광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포디움에서 내려오자마자 아쉬운 표정으로 드러누웠습니다. 2차 시기 점수는 15.433점으로 1,2차 시기 평균 14.799점. 섹와이훙보다 0.417점 낮아 일단 금메달은 무산됐습니다.
양학선도 두 번 모두 실수
이렇게 되자 모든 관심은 양학선에게 쏠렸습니다. 강력한 라이벌 리세광이 큰 실수를 하며 저조한 점수에 그치자 양학선의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고 다들 금메달이 거의 확실하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양학선 역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 1'(도마를 정면으로 짚은 뒤 3바퀴 비틀기) 기술을 시도했는데 '리세광' 기술과 같은 난도 6.4이었습니다. 그런데 착지 과정에서 한쪽 발이 매트 밖으로 나가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게다가 회전수도 부족해 난도 점수도 6.0으로 깎였습니다. '양학선 1'보다 한 단계 낮은 '여2' 기술로 처리됐고 착지 실수로 0.1점의 감점을 받아 1차 시기 점수는 15.000점.
양학선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왜냐하면 1위를 달리던 섹와이훙의 1,2차 시기 평균 점수 15.216점을 넘어서려면 2차 시기에서 15.433점 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1차 시기 점수를 확인한 양학선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2차 시기에서는 난도 6.4의 '양학선 2'(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3바퀴 반 비틀기)에 도전했는데 힘차게 달려간 뒤 구름판을 밟고 도약해 공중 기술 뒤 착지까지 깔끔하게 성공했습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양학선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회전수가 부족해 난도 점수가 6.0점으로 깎인 것입니다. '양학선 2'보다 한 단계 낮은 '로페즈' 기술로 처리되고 말았습니다. 2차 시기를 마치고 포디움을 내려올 때 바닥에 앉아 있던 리세광은 양학선의 시선을 피한 반면 섹와이훙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양학선과 악수했습니다.
양학선의 2차 시기 점수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에 체육관에 한동안 적막감과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섹와이훙이 따낸 이변의 금메달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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