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밀리면 경제 위기" 경고…한국 투자자 '초긴장' [신민경의 테마록]
미국 11.8%, 전체 10.1%와 대조
프랑스 정치 불안에 유럽 주식·펀드 줄하락
"마크롱 패배하면 재정악화 부각돼 변동성 커질 것"
유럽주식형 펀드가 프랑스 총선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힘을 못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 가뜩이나 위험 요소인 프랑스 재정적자가 부각돼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22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유럽주식형 펀드 37종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1.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북미주식형 펀드 137종의 평균 수익률이 11.81%, 전체 국가별 평균이 10.13%인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개별 ETF를 보면 에르메스·LVMH·케링·페라리 등 유럽 명품주에 투자하는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는 한 달간 4.62% 떨어졌다. 유럽시장 기초지수를 쫓는 ETF들도 고전 중이다. 'TIGER 유로스탁스레버리지(합성 H)'는 이 기간 7% 넘게 내렸고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과 'KBSTAR 유로스탁스50(H)'도 3%대 하락했다.
이 기간 미국 시장이나 미국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ETF들이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한 달간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과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는 각각 21%와 15% 넘게 올랐다.
유럽 증시는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에 지난 4월까지 강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매그니피센트7'에 비교되는 유럽 '그래놀라스11'(GSK·로슈·ASML·네슬레·노바티스·노보노디스크·로레알·LVMH·아스트라제네카·SAP·사노피) 같은 대형주가 상승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지난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 참패를 계기로 조기총선을 선언하면서 정국이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자 프랑스 증시가 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프랑스 증시 약세는 영국과 독일 증시까지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증권가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에서 질 경우 극우세력 영향력이 확대돼 재정 적자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양지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극우성향의 프랑스 국민연합(RN)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공공지출 확대를 강조해 온 RN 주도 의회 아래에선 재정 적자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짚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브렉시트, 2018년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제1당을 차지했을 때를 되짚어보면, 단기적으로 정치 불확실성과 투자심리 위축이 동반됐다"며 "실상 마크롱 대통령의 패배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친기업, 친시장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프랑스의 경제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크롱에 대항하는 RN과 좌파연합 모두 마크롱 행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공공지출 확대' 등의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재정 상태는 심각하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기준 GDP의 5.5%로, 이탈리아에 이어 유로존에서 두 번째로 높다. 공공부채는 무려 110%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자 유럽연합(EU)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에 "재정적자가 과도하다"며 건전성을 높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프랑스 총선 전후로 유럽 주식·펀드 투자에 신중하라고 조언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극우당 집권 땐 감세와 정부 지출 확대로 '유럽 재정 위기'가 부활할 수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도 단기적으로 유럽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유로화 약세로 인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는 30일 1차 선거에서 RN의 득표율이 시장 예상보다 높을 경우 금리 격차 확대와 함께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변동성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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