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59명을 기억하겠습니다 -취[재]중진담
2년 전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밤.
우리 일상을 괴롭히던 코로나19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면서, 핼러윈 축제를 맞아 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해방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는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가버린, 그야말로 믿기 힘든 참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그동안 서울시청광장 한켠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해왔죠.
그리고 지난 16일 결국 숨진 159명을 위한 분향소는 을지로로 옮겨졌고, 이제는 국회에서 통과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따라 당시 상황을 파헤쳐보는 일만 남은 상태입니다.
이번 '취[재]중진담'에서는 절대 반복되서는 안 될 10·29 이태원 참사, 그 이후 상황을 정리해봤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의 이름이 한번씩 호명됐습니다.
그리고 159번의 '기억하겠다'는 눈물 섞인 다짐의 소리도 함께 울려퍼졌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99일 만에 159명 고인들의 사진은 가족의 손에 들려 서울광장을 떠났습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오늘 우리는 이 분향소를 끝내면서 새로운 시작을 열고자 한다"며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올렸습니다.
분향소 대신 을지로입구역 인근의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된 기억과 소통의 공간인 '별들의 집'은 오는 11월 2일까지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분향소 이전 하루 전 분향소를 찾아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오 시장은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자주 못 뵌 것은 다 저희들의 불찰"이라며 유족들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일부 유족들은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다"며 오열했습니다.
이번 분향소 이전이 가능했던 건, 지난 5월 2일 국회에서 진통 끝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특별법 통과 이후 유가족들은 마음을 다시 다잡고, '별들의 집'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참사의 진상 규명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마지막 순간까지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한 발자국씩 양보하면서 극적으로 통과되었는데요.
여당인 국민의힘이 요구한 대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직권조사 권한과 압수수색 영장청구 의뢰 권한 부분은 삭제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장하던 특조위 활동 기한을 1년으로 하되 3개월 내에서 연장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유지됐습니다.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에 어렵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안도감에 또 한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극적으로 통과됐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의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 구성은 지난 20일까지 마무리가 됐어야 하지만, 아직 여당 측 추천 위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조위는 위원장 1명과 여당과 야당이 각각 4명씩 추천해서 모두 9명으로 이루어집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유가족들과의 면담에서 "여당 몫의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추천 작업을 최대한 빨리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특조위 구성은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유가족 측은 "어렵게 합의된 이태원 특별법이 시작도 하기 전에 정지되어 있다"며, "이제 국회는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을 해주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2년 전 그날 159명의 젊은 생명을 뺏어간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관련 조사가 시작되길 바라봅니다.
[ 연장현 기자 / tallyeon@mbn.co.kr]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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