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택+스프링클러 미비"…여름 화재 경고등 켜졌다

박혜연 기자 2024. 6.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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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 2004년 이전 아파트는 16층 이상 층에만 설치
전문가 "스프링클러 없다면 신속한 대피가 최선"
소방·경찰 등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4.6.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노후 주택+스프링클러 미비"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주상복합 아파트와 20일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의 공통 분모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목동 화재 진압에는 12시간이 걸렸고 역삼동 화재 역시 전소 1곳을 포함해 총 7곳이 피해를 봤다.

문제는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돼 있어 두 사건이 여름 화재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 사용량 급증으로 노후 주택에서 전기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스프링클러 부재는 피해 규모를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20억 아파트에 스프링클러가 없다?

22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양천구 목동 주상복합 아파트 지하에는 스프링클러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의 경우 아예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탓에 역삼동 아파트 화재의 경우 완진까지 3시간 남짓 걸렸다.

현행법상 6층 이상 공동주택에는 전 층에 소방용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2004년까지는 16층 이상 공동주택에 16층 이상 가구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다. 2003년 건축 허가를 받은 역삼동 아파트의 경우 16층 미만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경우 화재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을 때 인명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확률이 거의 90% 이상 줄어든다"며 "화재 대비를 위해 건물에 설치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설비가 바로 스프링클러"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스프링클러 설치가 돼 있지 않은 구축 아파트에 법을 소급 적용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설치 방법도 까다로워 주택에 거주하면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는 소방시설 중에서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설 중 하나"라며 "고시원 등 화재에 매우 취약한 경우에는 지자체나 정부가 일정 비용을 건물주에게 보조해 주는 사례도 있지만 구축 아파트의 모든 세대마다 보조금을 지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속한 대피' 최선…대피 경로 익혀놔야

스프링클러가 없을 경우 취할 수 있는 대안은 화재 발생 시 신속히 대피하고 더 철저하게 예방하는 방법뿐이다. 불이 났을 때 바로 끄지는 못하더라도 인명을 보호하려면 방화문을 제대로 닫거나 대피 경로를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물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몸을 낮춰 이동하는 등 화재 시 대피 요령에 대한 숙지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또 화재 예방을 위해 되도록 발코니에 가연성 물건을 두지 말라고 권고한다. 아래층에서 발생한 불은 연기를 타고 위로 옮겨붙는 경향이 있고, 특히 산소가 많은 외부 발코니를 통해 불이 확산하기 때문에 발코니에 가연성 물건이 많이 쌓여 있을수록 화재 피해가 더 커지기 쉽다.

특히 무단으로 발코니 확장 공사를 한 경우 화재에 취약해지기 쉽다. 2005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발코니 확장 공사를 할 때 대피 공간이나 방열판 등 소방·안전 설비를 갖추도록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를 개인이 아무 설비 없이 무단으로 확장하면 화재 발생 시 이웃집으로 연소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역삼동 아파트 현장도 발코니 무단 확장 건으로 2009년 구청에 적발돼 위반건축물로 등재됐다. 경찰은 해당 세대를 방문한 에어컨 수리기사가 실외기 배관을 용접하는 과정에서 옆에 있던 비닐봉지에 불이 옮겨붙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관리사무소 측에서 세대마다 방문해 발코니 확장과 소방·안전 규정 준수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교수는 "입주자 개인별로 화재 예방을 위해 발코니 확장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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