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취임 50일] ‘전대 관리’ ‘지지율’ ‘변화’ 모두 잡았다…‘구원 투수’ 黃의 시간
黃 “당의 ‘단합’ 분위기 살아나…후보들도 상호 존중하며 멋진 모습 보여주길”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지난 5월3일, '어당팔(어수룩해보여도 당수가 8단)'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4·10 총선 참패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해 '소방수' 역할로 여당에 다시 돌아왔다. 집권여당 대표의 경험을 가진 그는 여권의 위기를 수습하고 차기 전당대회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중책을 떠맡았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국민이 명령하는 변화 요구에는 뭐든 바꿀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 '재창당' 수준을 뛰어넘는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절치부심의 각오를 비쳤다.
그로부터 50일째, 황 위원장의 시간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어떨까. 당내에선 총선 후폭풍을 안정적으로 수습하고 본연의 임무였던 '전당대회 준비' 관리를 리스크 없이 해냈다는 호평이 나온다. 특히 당내 질타를 받고 무산된 '집단지도체제' 등 일부 이슈도 오히려 당의 역동성을 보여줬다는 평도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지지율에서도 용산 대통령실은 물론,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까지 누르며 여야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대 룰 개정'에 '지도체제' 화두로 여론 집중…전대 흥행 포석?
황 위원장은 한동훈 비대위가 물러난 직후 윤재옥 당시 당대표 권한대행의 추대로 비대위원장직에 올랐다. 황 위원장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친이(親이명박)-친박(親박근혜)계 갈등 국면에서 물밑 조율 역할을 자임해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했다. 이후 2012년에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로서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준비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전당대회를 준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황 위원장이 취임했을 당시 당내에선 '거대야권 192석-집권여당 108석'이라는 충격적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후 위기 수습에 대한 걱정이 만연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거대야권은 각종 특검법 정국까지 예고하며 사정이 녹록치 않았다. 여기에 당정관계의 핵심 축인 윤석열 대통령도 국정운영 지지율에서 코너에 몰리며 국민의힘까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특히 '총선 참패 책임론'을 두고도 당은 '단합' 대신 계파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이뤄졌다.
이 같은 위기를 뒤집기 위해 황 위원장은 '재창당 수준을 넘어선 혁신'을 천명했다. 그리고 비윤(非윤석열)계 김용태 의원 등을 비대위원으로 인선하는 등 인적쇄신에 나섰다. 일각에선 비대위원들의 면면이 친윤 색채가 짙어 당 쇄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비대위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내부 회의에선 황 위원장의 안정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각종 현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활발히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이후 황 위원장은 본격 차기 전당대회 '가교'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는 직전 전당대회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당심(당원 투표) 100%' 룰에 대해서도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당권 유력 주자로 꼽혔던 인물들의 지지 기반이 다른 만큼 각 세력에선 여러 안을 내며 밀어붙이기도 했다. 이에 황 위원장은 최대한 이들의 의견을 절충시키며 '당심 80%+민심 20%' 안을 최종 도출해냈다.
또 그는 당대표 선출 체제와 관련해서도 '집단지도체제'를 화두로 띄우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 국민의힘이 2년 새 6번이나 수장이 바뀔 만큼 지도부 체제가 많이 흔들린 만큼 앞으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안은 당내 계파를 막론하고 "한동훈 견제론" "지금 상황에서 뜬금없다"는 비판을 받으며 무산됐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오히려 새로운 이슈를 띄우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일조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모습'과 '안정적 관리'가 합쳐지면서 국민의힘은 총선 직후 지지율에서도 비교적 안정적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국민의힘이 총선 이후인 4월3주차에서 30%로 급락한 후 33%→34%→29%→30%→30%→32%로 비슷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에서 이긴 직후에도 31%를 찍은 후 29%→30%→31%→29%→27%→28%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국민의힘에 열세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기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하며 집권여당과 더욱 비교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총선 직전인 3월4주차 34%를 찍은 후 23%→24%→24%→24%를 이어오다 5월5주차에선 21%로 취임 후 최저치까지 찍었다. 이후 최근인 6월2주차 조사에서 26%까지 올랐으나 여전히 20%대에 갇힌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집권여당이 다행히 대통령실의 하락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선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자평했다.
黃 "전대 관리는 이제 선관위 몫…'열린 보수'로서 시대과제 연구에 전념"
황 위원장도 2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50일을 돌아보며 "당의 단합에 집중해왔는데, 다행히 예전 분위기가 자꾸 살아나서 굉장히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가동되고 있으니 그쪽에서 중립적으로 잘 관리해주길 기대한다"며 "이번에는 후보들이 경륜과 포부를 마음껏 쏟아내면서도 상호 존중하고, 또 상대방의 정견에 대해 기탄없이 공방하면서 국민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황 위원장의 남은 임기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선거 준비로 전념하지 못했던 만큼, 저희(지도부)는 '열린 보수'를 기치로 그간 어려웠던 당을 제자리로 되찾는 과제에 남은 기간 전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대에 따른 탄력성과 포용성 있는 과제, 즉 열린 보수당 차원의 '미래의제' 연구에 집중할 것"이라며 "당 연구기관은 물론 특별한 기구를 만들어서 열린 보수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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