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치킨에 새집 찾아주기 전쟁[생활속산업이야기]
계란판→치킨박스, 컵뚜껑, 와인 캐리어, 화장품
위생적이면서도 내구성 갖춰...전세계 6조 시장
“아 그랬구나!” 일상 곳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지만 무심코 지나쳐 잘 모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페인트, 종이, 시멘트, 가구, 농기계(농업) 등등 얼핏 나와 무관해 보이지만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에 스며 있지만 숨겨진 ‘생활 속 산업 이야기’(생산이)를 전합니다. 각 섹터별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생산이’를 들려줍니다. <편집자주>
[무림P&P 임건 펄프제품개발팀장] 우리에게 가슴 아픈 역사인 6.25 전쟁. 올해로 74주년이 되는 6.25 전쟁 기념일을 맞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호국영웅의 고마움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현존할 수 있음은 물론 K팝, K푸드 등 한류 문화를 포함해 반도체, 자동차 등 여러 산업에서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다시는 일어나선 안된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고 꼭 치러여만하는 ‘전쟁’도 있다.
이러한 환경 피해의 심각성을 타개하고자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 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라스틱과 유사한 성능을 갖추면서 생분해가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친환경 소재인 ‘종이’를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종이는 100% 생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재활용률도 80% 이상이나 돼 종이 산업이야말로 플라스틱을 무찌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다양한 펄프·종이 제품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펄프몰드’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제품이다. 펄프몰드가 다소 생소한 독자도 있을텐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란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계란판은 신문이나 다 쓴 종이를 물에 풀어 재생 펄프를 만들고 이것을 계란판 모양으로 제작, 건조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이같은 계란판이 출시되었고 이제 거의 30년이 되어가니 그 역사가 짧지 않다. 일부 플라스틱 소재의 계란판이 사용되고는 있지만 펄프 계란판을 여전히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충격을 보호하는 완충 기능이 플라스틱보다 뛰어나고 무엇보다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천연 생(生)펄프를 사용해 펄프몰드를 만드는 곳은 펄프·제지·신소재 종합기업 ‘무림P&P’가 유일하다. 땅속에서 26주면 자연 분해돼 생분해성 인증(OK compost HOME)을 받은 것은 물론 국내 펄프몰드 업계에서 유일하게 식품안전시스템인증(FSSC 22000)을 획득해 위생성과 안정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강도와 내구성을 겸비해 내용물을 보호하는 완충재나 포장재로도 손색이 없다. 이같이 뛰어난 품질과 친환경성으로 국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치킨박스에 펄프몰드를 첫 적용하였으며, 이마트·쿠팡 등에도 입점돼 친환경 음식 용기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테이크아웃 컵뚜껑(리드), 와인 캐리어 등 다방면에서 플라스틱 대체제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미더스 피라(Smithers Pira)에 따르면 2024년 펄프몰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45억 달러(약 6조원)에 이르며, 2030년까지 매년 약 6% 정도 성장한다고 한다. 업계 종사자이자 자식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고자 소망하는 아버지로써 펄프몰드 산업의 성장세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주말, 마트에서 펄프몰드로 만들어진 계란판이나 식품 용기와 마주한다면 플라스틱과 치열하게 전투 중인 펄프·종이 산업의 노력을 잠깐이나마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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