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은의 이슈 뒤에는] 올여름 매서운 더위 예고…6월부터 폭염, 긴장 '바싹'
기상청 “6,8월 평년보다 덥다” 전망
온열질환자 전년 대비 79.8% 증가
야외 노동자 장시간 야외 작업 우려
시간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이슈’를 겪으며, 혹은 견뎌내며 살아간다. 감동하고 환호하거나 때론 분노하는 다양한 이슈거리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을까. 곳곳 발생하는 이슈들의 속 사정을 들어보고, 단편적으로 바라봤을 땐 보이지 않던 측면의 시각으로 다시금 조명하고자 한다.
6. 올여름 매서운 더위 예고…6월부터 폭염, 긴장 ‘바싹’
이른 더위가 찾아온 6월 중순, 강한 볕이 내리쬐는 오후 2시쯤 만난 직장인 오모(27)씨는 ‘여름 필수 아이템’이 된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를 장착한 채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는 “5월 말부터 양산과 손 선풍기를 미리 구매해놨다”며 “매년 역대급 여름이 예고되긴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덥다. 여름휴가도 실내 활동 위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더위는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찾아왔다. 지난 10일 대구와 울산 등 영남 일부 지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전년(6월 17일)보다 일주일 빠른 기록이다. 같은 날 강릉에서는 밤사이 최저 기온이 25도를 기록하며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기상청은 올해 6, 8월이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여름의 시작이 앞당겨지면서 야외 노동자들의 온열 질환 등도 우려되고 있다.
◇ 지난해보다 6일 이른 열대야…“태백산맥 넘으며 공기 뜨거워져 발생”
때 이른 불볕더위의 원인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한 햇볕과 따뜻한 공기가 축적된 가운데, 남쪽에선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서풍이 산맥을 넘으면서 기온이 더 오르는 ‘승온(昇溫) 효과’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넘었으며, 일부 지역은 35도 이상의 폭염이 나타났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강원 영동 지방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강원도의 경우 바람 방향에 따라 기온이 더 오르거나 내려가는 지형에 의한 영향을 받는데, 동풍이 불어올 때는 태백산맥을 넘지 않고 바람이 그대로 해상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서 기온이 덜 오른다”며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서해안부터 쭉 들어오면서 달궈진 지표가 열을 받으며 기온이 오르고, 태백산맥을 넘으며 더 뜨거워진 공기가 밤새 공급돼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기온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첫 열대야는 강원 영동 지방인 양양(6월 16일)에서 시작됐다. 지난 10일 강릉은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지 않았다. 강원 영동 지역이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었을 때 구름이 끼어 햇빛을 차단해 준 영향이다. 그래서 낮 동안은 대구 등 영남 지역에 비해 덥지 않았다가, 오히려 밤에는 뜨거운 공기로 인해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열대야로 이어졌다.
◇ 6,8월 평년 기준 더 덥다…“수분 섭취·야외 활동 자제해야”
그렇다면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3개월(6~8월) 전망’에 따르면 6월과 8월은 기온이 평년기온과 비교해 높을 확률 50%, 비슷할 확률 30%, 낮을 확률 20%이다.
장마가 시작되는 7월의 경우 평년기온보다 높을 확률과 평년기온과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 평년기온을 밑돌 확률이 20%로 예보됐다. 작년 또는 재작년보다 덥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6월과 8월은 평년을 기준으로 보면 더 덥고, 7월은 그나마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5월 말에 폭염특보가 발표된 해가 많은 만큼 올해가 ‘이례적 폭염’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역대급 폭염’으로 떠올리는 해는 2018년과 2016년이다. 2016년에는 5월 20일에, 2018년에는 6월 1일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바 있다. 2019년에는 5월 24일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폭염을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우 통보관은 “폭염주의보나 기상 현상의 위험 수준을 관심, 주의, 경고, 위험 4단계로 분류하는 영향예보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며 “기온이 많이 오르는 한낮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야외 작업을 할 경우 일과 휴식을 짧은 텀으로 유지하면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 “작업 중 땀이 비 오듯 쏟아져”…야외 노동자 온열질환 주의 필요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는 신모(61)씨는 아침 7시부터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오후까지 폭염과 전쟁을 치르며 작업을 진행한다. 정해진 시간에 컨테이너를 대형차에 실어 들여보내는 일을 완수해야 하므로 특정 시간에 쉬어가며 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최근 기온이 더 오르면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땡볕 아래서 왔다갔다 하다보니 더위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더위가 극심해지는 만큼 장시간 야외 작업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들의 안전도 우려된다. ‘온열 질환’이란 열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더운 날씨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며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6월 18일까지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223명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4명)보다 79.8% 증가한 수치다. 2018~2022년 최근 5년간 여름철 온열질환이 원인이 된 산업 재해 피해 노동자도 152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야외에서 일하는 취약계층이나 근로자들의 온열 질환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뜨거운 환경에서 작업을 할 경우 체온관리가 안 되면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근로자들이 휴식 시간을 유념할 수 있도록 산재 예방 차원에서 지침을 내리고,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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