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마이본볼프의 노승희 컨설턴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심층기획-출생률, 유연 근무에서 답을 찾다]

이지민 2024. 6. 2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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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및 변경 자유롭게 청구해
“지금 자녀 없지만 자녀 계획에 확신 생겨”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에서 디자인 프로젝트 매니저로 2년 반 일했죠. 그곳도 유연근무를 권장했어요. 유럽 각국에서 온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매우 자유롭고 개방된 분위기였습니다. 그렇지만 독일의 노동 정책과 합쳐져 근무 형태를 따져보면 여기서 일하는 혜택이 더 크다고 느껴졌어요.”

이달 7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마이본볼프 사무실에서 만난 노승희 컨설턴트 매니저는 영국 런던에서 독일 뮌헨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이직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마이본볼프는 1989년 설립된 독일의 소프트웨어 컨설팅 회사로 직원 수는 1000명가량이다. 글로벌 신뢰경영 평가 기관인 미국 GPTW에서 14년 연속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된 기업이기도 하다.
노승희 매니저가 7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마이본볼프 사무실에서 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노씨는 이 회사에 2022년10월 입사했다. 직전에는 영국 런던에서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에 현지 채용돼 2년6개월을 일했다. 그곳에서도 코어타임(10∼14시)을 적용해 유연한 근무시간을 확보했다. 그는 “직원 대부분 7∼15시, 8∼16시 근무를 선호했다”며 “본사와 시간을 맞추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병원 진료나 은행 업무를 평일에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컸다”고 했다. 이어 “오후 시간을 즐기거나, 아이를 둔 직원들은 하원을 하는 등 이유는 다양했다”고 덧붙였다.

지금 회사에서 노씨는 9시부터 17시까지 일한다. 코어타임 제약은 없어 당일 업무에 따라 시간을 더 유연하게 쓴다. 재택근무도 십분 활용한다. 마이본볼프의 직원 절반 이상은 주2 일만 사무실로 출근한다.

노씨는 “재택근무의 장점을 활용해 중간중간 길게 쉬고 저녁 시간에 일하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독일 현행법상 일일 최대 근로시간은 10시간으로 이를 넘겨 일할 수 없다. 또, 6개월 또는 24주 범위에서 1일 평균 8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노승희 매니저가 7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마이본볼프 사무실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독일은 시간근로제 발전법에 따라 45인 이상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이나 변경을 자유롭게 청구할 수 있다. 사용자가 거부할 수 있으나 이때 노동법원에 제소가 가능하다. 마이본볼프도 이 같은 제도에 기반을 둬 근로자가 일일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늘리겠다고 요청하면 팀별로 협의해 이를 수용한다. 

노씨는 현재 자녀가 없으나 주변 동료들을 보면서 자녀를 낳고 잘 기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영국과 독일을 비교했을 때 경험상 직장 내 보육문화는 독일이 훨씬 더 잘 자리잡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예컨대 독일 동료들 경우 자녀 양육을 이유로 미팅에서 일찍 빠져나가거나 미팅 일정을 거절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시간제 일자리가 활성화된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보통 출산 뒤 주당 근로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파트타임으로 오전에만 근무하는 직원이 많다”며 “이들을 배려하는 문화도 잘 자리잡혀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본볼프 임직원들이 7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마이본볼프 사무실을 찾은 한국 고용노동부 공동 취재단과 일·가정 양립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노씨는 아이들 등하교 시간을 고려하면 유연근무가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짚었다. 독일의 초등학교 정규 수업 시간은 대체로 오후 1시면 끝난다. 그는 “방과 후 활동을 하더라도 부모가 전일제로 일하게 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아이들이 하루의 반 이상을 부모나 동네 주민센터 같은 공공 보육시설에서 보내는데 이런 문화가 오히려 부모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독일 부모들이 ‘방학 잘 보내기’를 숙제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의 법정 휴가는 24일이지만 기업들은 이보다 많은 휴가를 보장하곤 한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라는 제도를 운용해 초과근로 시간을 추후 휴가로 붙여 활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직장인 대부분 2주 휴가가 일반적이고, 인수인계를 잘 계획하면 3∼4주 휴가를 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노씨는 “올해 4월 4주 동안 한국에 들어가 여행하고 왔다”고 했다.

즉 근로자들이 1년에 6주까지 휴가를 갖는데 아이들 방학은 이보다 긴 13주여서 7주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독일 부모들도 고민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마이본볼프의 알렉산드라 메스머 커뮤니케이션 부서장도 “긴 방학에서 부모 휴가를 뺀 나머지 기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뮌헨=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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