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 '극한체험' 폭염에 숨 턱턱 "체감온도 40∼50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토바이에 올라탄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이마와 등에 땀이 맺혔다.
기상청이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 덥고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마땅한 쉴 곳 없이 식당과 배달지를 오가야 하는 배달노동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배달노동자뿐 아니라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거나 생수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마다 쉼터 1개는 있었으면"…배달플랫폼에 책임 촉구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오토바이에 올라탄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이마와 등에 땀이 맺혔다. 5분이 지나자 팔오금에서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한껏 달궈진 배달통은 계속 등에 닿아 뜨거웠고 신호나 차량정체로 멈춰 설 때마다 그늘 하나 없는 도로 한복판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온몸으로 맞닥뜨려야 했다.
오토바이 앞에 시내버스라도 설 때면 커다란 차가 뿜어내는 열기와 배기가스가 얼굴을 덮쳐 숨이 턱턱 막혔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8도까지 치솟은 지난 19일, 기자는 김정훈(42)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배달의민족) 분과장의 배달에 동행했다. 김 분과장이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같이 탑승해 배달노동자들이 느끼는 더위를 직접 체험했다.
이날은 올여름 처음으로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기도 하다.
김 분과장은 "그나마 주행 중에는 바람이 불어 괜찮지만 정차할 때 차 사이에 갇히면 체감상 40∼50도가 된 듯 덥다"며 "자외선이 따가워 풀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헬멧까지 착용하니 더 더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상청이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 덥고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마땅한 쉴 곳 없이 식당과 배달지를 오가야 하는 배달노동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배달노동자는 차량이 아닌 오토바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불볕더위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4년차 배달노동자 김상숙(47)씨는 "올여름은 더 덥다는 소식을 듣고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며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오후에 배달하고 한낮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배달일을 시작했다는 최모(51)씨도 "작년 여름에도 더워 죽는 줄 알았는데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라며 "더운 날 헬멧을 쓰면 숨쉬기가 힘들다. 가끔 어지럽고 정신이 몽롱해져 위험하다는 게 느껴질 정도"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배달노동자뿐 아니라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거나 생수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내 25개 자치구 중 이동노동자 쉼터가 있는 곳은 9개 구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서대문구 홍제동 내 간이쉼터가 토요일에 문을 여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평일에만 운영돼 배달이 많은 주말엔 이용할 수 없다.
한국플랫폼 프리랜서 노동공제회가 공개한 전국 이동노동자 쉼터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서울 내 이동노동자 쉼터는 간이쉼터를 포함해 총 11곳이다. 도봉구와 마포구 각 2곳, 강서구·서대문구·서초구·성동구·영등포구·은평구·중구 각 1곳이 전부다.
서울시는 올여름 폭염에 대비해 이동노동자를 위한 생수 무료 제공 사업도 시작했지만 '이동노동자 생수나눔사업'에서 공개한 얼음물 지도를 보면 강남구, 강동구, 금천구, 동대문구, 동작구, 양천구는 빠져있다.
지난해 이동노동자 쉼터 존재를 알게 된 뒤로 하루에 1번 이상 방문한다는 김씨는 "쉼터는 보약 같은 존재"라며 "토요일엔 날이 더운 오후 3시까지만이라도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씨는 "쉼터가 없는 지역의 라이더(배달노동자)가 더워서 몇 분 쉬자고 옆 구의 쉼터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최소한 구마다 쉼터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분과장은 "고용노동부는 폭염에 야외에서 일할 경우 1시간에 10∼15분은 쉬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우리 같은 배달노동자는 마땅히 쉴 곳이 없어 기본적인 건강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와 같은 플랫폼은 직고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top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노르웨이 어선 그물에 걸린 7800t 美 핵잠수함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