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골프장 회원권 사기...제도 개선 필요

중견기업 대표 A씨는 최근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수년간 사교 행사나 업무상 이유 등으로 자주 골프장에 찾다 보니 예약 문제가 힘들어 지난 2월 법인 회원권 구매를 결심한 이후부터다.

용인의 모 골프장 회원권을 사려고 준비하던 중 ㈜N회원권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 이후부터다.

이후 ㈜N회원권 본부장 B씨의 전화를 받고 가격 협상을 진행했고 매수를 결정했다.

B씨에게서 1억8천만원의 견적서를 받은 A씨 회사 직원들은 지난 3월13일과 15일 계약금 1천800만원, 잔금 1억6천500여만원을 각각 ㈜N회원권 명의의 계좌에 각각 입금했다.

입금 이후부터 사달이 나기 시작했다. 해당 골프장의 입회 절차가 길어지고 이를 수상히 여긴 A씨측의 연락에도 B씨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참다못한 A씨측은 지난 4월 9일 ㈜N회원권에 직접 연락했고 황당한 소식만 접하게 됐다. 자신들은 회원권 구매 대금을 받은 적도 없는데다 B씨가 회사돈까지 횡령한 뒤 잠적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B씨가 도박에 빠져 A뿐 아니라 여러명의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가로챘고 유가족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피해 보상이 어렵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B씨가 돈을 받은 계좌명도 실제로는 개인 계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골프 회원권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골프회원권 거래소인 ㈜K사 직원이 제주도의 골프회원권 구매를 이유로 편취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021년에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골프 회원권 거래 업체 운영자가 모 골프장 회원권을 1억5천여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속여 대금만 받아 가로채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당시 이 운영자는 거래 실적이 거의 없어 거래소는 폐업한 상황이었고, 개인 채무도 3억 원에 달해 사실상 변제 능력이 없었으나 피해자로부터 대금을 받아 개인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골프장 회원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골프장 대중화되고 있지만 아직 회원권 가격은 고가이다 보니 이를 팔거나 사는 거래가 일반 상품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원권 수요는 줄지 않고 있는 데다 회원권은 유가증권으로 분류, 사적인 매매가 빈번한 현실이다. 골프장조차 중개업체를 통해 회원권을 거래하고 있다.

여기에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설립되는 만큼 기본적 자격조건이 필요치 않으면서 회원권 거래소가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것도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제도적 관리도 이뤄지지 않다보 니 회원권거래소 직원이 개인 자격으로 거래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한 거래소 소속 애널리스트는 “골프장 회원권이라는 게 워낙 금액대가 다양하고 거래 자체가 전국에서 이뤄지다 보니 거래소라는 게 필요한 것이다”라며 “현재 얼마나 많은 거래소가 설립돼 운영 중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피해 규모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피해가 발생해도 골프는 귀족 스포츠라는 오래된 사회적 인식에 더해 회원권 분양과 달리 회원권 거래는 사인 간 거래인 탓에 소송 외에는 피해 구제 장치도 없는 실정이다.

한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규모의 거래소가 난립하고 있지만 사실상 마땅한 규제책이 없는 현실”이라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기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제도적인 보호장치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