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대작 어디갔어? 텐트폴 대신 알짜 라인업 완료 [무비 인사이드]

김예랑 2024. 6. 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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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연중 최대 성수기 라인업 '윤곽'
지난해 대작 줄줄이 '참패' 하더니…
올해엔 중소급 영화들 나란히 개봉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관객맞이
영화 '탈출', '파일럿', '빅토리' /사진=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인드마크, NEW

극장가 연중 최대 성수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여름 영화 시장엔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인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을 노리고 개봉하는 영화 중 '텐트폴'이라 불릴만한 수백억대 대작은 전무하며 개봉 편수도 예년보다 적다. 하지만 100억원 안팎의 알짜배기 중소영화들이 링 위에 올라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밀수',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문' 등 작품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작품의 제작비만 더하면 86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긴 영화는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개봉한 '서울의 봄'과 비수기인 올 2월에 개봉한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들이면서 성수기 개봉이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이라면 흥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만연한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눈치싸움 끝에 개봉 시기는 분산됐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극장에 걸리게 됐다. 

한 극장 관계자는 "요즘은 수백억대 제작비가 들었다는 이유로 관객의 선택을 받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영화마다 맞는 개봉 시기를 결정해 '여름엔 텐트폴'이라는 공식도 깨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올여름 성수기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7월 12일 개봉되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7월 31일 '파일럿', 8월 14일 '빅토리', 8월 개봉 예정인 '행복의 나라' 네 편이다.

'탈출'은 제작비 185억원, '파일럿'은 100억원 미만, '빅토리'는 83억원, '행복의 나라'는 100억원 가량이다. 공교롭게 조정석과 故(고) 이선균이 출연하는 작품이 두 작품씩 포진되어 있다. 남성 주연물 속에 유일하게 여배우 혜리 주연의 '빅토리'가 눈에 띈다.

고 이선균의 유작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것을 비롯해 전 세계 140개국에 선판매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선균을 비롯 주지훈, 김희원 등 탄탄한 연기력과 매력을 갖춘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이 작품은 2021년 2월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개봉일을 잡지 못하다 3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영화 '파일럿'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조정석의 여장으로 시선을 강탈하고 있는 영화 '파일럿'은 코미디 영화다.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매년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 잠재력을 터트려온 장르는 바로 코미디다. 지난 10여년 동안 재난, 액션, 역사물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흥행을 기록하던 순간에도 관객들의 실패 없는 선택은 바로 코미디 장르였던 것. 2019년 코미디 재난 영화 '엑시트'로 재미를 봤던 조정석은 '파일럿'을 통해서 코미디 장인 입지를 굳힐 예정이다.

남성 주연물이 라인업에 대거 포진한 가운데 영화 '빅토리'는 매우 반가운 영화다. 1999년 거제도,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응답하라1988'로 스타덤에 오른 뒤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 중인 혜리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밀레니엄 감성을 듬뿍 담아낸다. 김원준의 ‘SHOW(쇼)’, NRG의 ‘할 수 있어’, 디바의 ‘왜 불러’, 터보의 ‘TWIST KING(트위스트 킹)’, 듀스의 ‘나를 돌아봐’ 등 1999년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요 플레이리스트를 영화 곳곳에 담고 밀레니엄 걸즈의 신나는 댄스와 어우러져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할 예정이다.


고 이선균과 조정석이 주연한 '행복의 나라'는 '서울의 봄' 뒤를 이어 흥행한 근현대사물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영화는 1979년 대통령 암살사건 재판에서 단 한 번의 선고로 생사가 결정될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조정석이 변호사 정인후 역을 맡고, 이선균이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에 휘말린 강직한 군인 박태주로 분했다. 천만 영화인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을 맡아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름 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빼놓을 수 없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잭맨이 주연한 마블 '데드풀과 울버린'은 7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이들은 다음 달 4일 내한해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작품과 같은 날 개봉하는 '슈퍼배드4'도 눈길을 끈다. BTS와의 글로벌 콜라보레이션을 발표하며 리미티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에이리언의 아버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을 맡은 SF 공포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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