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자동 군사 개입’ 논란 외

KBS 2024. 6. 2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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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북러가 군사 동맹 수준으로 초밀착하면서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내에서 북한군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북한은 DMZ에 전술도로를 닦고 지뢰를 매설하는가 하면 전차 방호벽도 건설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인근에는 약 4㎞의 전술도로를 새로 조성하기도 했는데요.

기존 전술도로 보다 약 800m 정도 전진배치된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MDL, 즉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사격 후 북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한데 합참은 의도적인 침범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6월 넷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김정은 위원장이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로 다시 초청했는데요.

북러 정상은 기존 두 나라의 관계를 대체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중 특히 '유사시 상호 지원'을 약속한 조약 제4조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김정은 위원장이 레드카펫 위를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이윽고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가 도착하고, 김 위원장이 활짝 웃으며 맞이합니다.

[조선중앙TV : "푸틴 동지와 270여 일 만에 평양에서 또다시 만나게 된 기쁨과 반가움을 금치 못하시면서 굳은 악수를 나누시고 뜨겁게 포옹하셨습니다."]

옥신각신 끝에 푸틴 대통령에 상석을 양보한 김 위원장, 러시아산 고급 리무진을 함께 타고 평양 시내를 가로질렀습니다.

극심한 전력난에도 환하게 불을 켜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금수산 영빈관 숙소도 김 위원장이 직접 안내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 : "대단히 고맙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시간을 내서 안내를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편히 쉬십시오."]

날이 밝자 김일성 광장에선 성대한 환영식이 거행됐습니다.

북러 협력을 상징하듯, 두 정상의 대형 초상화도 나란히 걸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김일성 광장에서 국빈 환영식이 열린 건, 푸틴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평양 주민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꽃과 국기를 흔들며 푸틴 대통령을 환대했습니다.

["환영 푸틴! 환영 푸틴! "]

두 정상은 90분 확대정상회담에 이어 비공식 단독회담을 2시간 동안 진행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문에 서명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6월 19일 : "러시아와 같은 강력한 국가를 전략적 동반자로 두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더 없는 긍지이고 위대한 영광입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러시아의 대외 관계 유형으로 볼 때 동맹의 바로 전 단계를 말합니다.

러시아의 대외 관계는 '전략적 동맹'이 최상단에 있고, 그 아래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선린 우호 관계'로 단계가 내려갑니다.

북한은 그간 가장 아래 단계인 '선린 우호 관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번에 2단계 수직 상승해 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열어뒀습니다.

[조성렬/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 : "포괄적이라고 하는 것은 경제나 사회문화 외에도 군사·외교적인 협력을 포함하는 거라고 볼 수 있고요. 전략적 협력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공동의 전략적인 목표를 추구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한러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입니다. 북한의 경우는 여기에 포괄적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아마도 군사·외교적 협력이 추가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직후 북러 관계를 세 차례나 동맹으로 강조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6월 19일 : "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으며..."]

반면 푸틴 대통령은 북러 관계를 '새로운 수준'이라고 지칭해 다른 뉘앙스를 느끼게 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관계 격상에 부여하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인데, 북러 관계를 한미 동맹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만들고 싶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두진호/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 "미국의 위협을 어찌 보면 가장 큰 위협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인데요, 북한은. 이런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혹은 체제보장 할 수 있는, 그래서 안보 우산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그런 뭔가가 필요했는데 그것을 러시아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답을 스스로 얻었고..."]

북한은 푸틴 대통령이 떠난 직후 안보 관련 조약 전문을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공개했습니다.

총 23개 조항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조약 제4조.

"북한과 러시아 중 한쪽이 무력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기에 따라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6월 19일 : "이 문서는 당사국 중 하나에 대한 침략이 발생할 경우 상호 지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러는 지난 1961년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담긴 조약을 맺었는데, 러시아가 균형 외교를 추구하면서 1996년 폐기됐습니다.

이번에 조약 체결로 1961년 조약을 복원한 듯도 보이지만, 엄밀하게 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1961년 조약 제1조에는 어느 한쪽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다른 한쪽이 군사 개입을 하는 데 어떠한 전제조건도 달지 않았습니다.

반면 새 조약에는 유엔헌장 제51조는 물론 북한과 러시아 법에 준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과 군사 동맹을 원하는 북측 요구에, 러시아가 2중, 3중의 조건을 붙여 슬쩍 피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조성렬/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 : "러시아의 장기적인 국가 이익을 볼 때는 한국과의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과 자동 개입 조항을 합의한다면 결과적으로는 한러 관계의 레드라인을 넘는 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마 이런 걸 조심스럽게 피해 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부는 북러간 새 조약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장호진/국가안보실장/6월 20일 : "일어나지도 않은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하여 군사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도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러시아도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6월 20일 : "우크라이나 전투 지역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조약상 군사 지원은 오직 침공이 있을 때 적용되는데, 한국은 북한을 침공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엥커]

경제·군사 협력 확대…"위성기술 협력이 우선?"

북러 확대 정상회담에는 러시아의 천연자원부와 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차관과 연방우주공사 사장 등 다양한 분야의 책임자들이 배석했는데요.

양측의 경제무역 확대 방안은 물론 군사 기술 협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러 두 나라가 표면적인 군사 협력 선언을 넘어 어떤 모종의 약속을 했을지, 이어서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북러 확대 정상회담에선 러시아 측 배석자가 북한 측의 배를 넘었습니다.

주로 군사, 외교 분야 수장들만 참석한 북한과는 달리 러시아 측에선 에너지 담당 부총리와 천연자원부 장관, 보건장관에, 철도공사 사장까지 참석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논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북러 양국은 국경을 잇는 자동차 전용 다리를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두만강에는 두 나라를 잇는 다리가 있지만 철도 운송만 가능합니다.

그간 진척이 없었던 자동차 전용 국경 다리가 건설되면, 북중러 3국 경제협력은 물론 북한 노동자 파견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6월 19일 : "여러 방면에서 호상 협력 확대로서 두 나라 진보와 인민들 복리 증진을 이룩할 수 있는 보다 훌륭한 전략적 발전 궤도에 올라서게 됐습니다."]

북러 양국을 옥죄는 서방의 제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조약 16조를 보면, '일방적인 강제조치의 적용을 반대한다고' 명시했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방북 직전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북러가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달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제금융시스템에서 탈피해 루블화 등을 활용한 그들만의 결제 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조성렬/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 : "지금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유력한 방법 중의 하나가 달러 체제고, 러시아나 북한이나 이란 같은 경우는 실제로 무역을 할 때 달러를 사용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서방과의 교역이 굉장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걸 돌파하기 위해서 러시아가 러시아 방식의 통화 결제 제도를 만들었는데요. 북한도 이러한 러시아가 주도하는 통화 시스템에 가입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대북 제재 회피만큼이나 우려되는 대목은 북러 간 군사 분야 협력입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 :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따라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 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실제 확대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 국방장관 외에도 방산을 담당하는 국방차관이 배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진호/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 "러시아의 입장에선 북한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재래식 탄약과 무기들을 받고요. 또 한편으로는 북한이 요구하는 군사 기술 협력, 나아가서 노후화된 해군이라든지 공군의 주요 무기 체계에 대한 성능 개량까지를 염두에 둔 군사 기술 협력이 충분히 앞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고요."]

러시아 방북단에는 연방우주공사 사장도 포함됐는데, 북한이 공들이고 있는 정찰위성 발사 기술 협력부터 빠르게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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