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밀어내는 비난, 언론 손잡는 비판 [미디어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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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대상 혐오 댓글 관련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한 대학원생이 "이 연구는 정신건강에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필요한 것은 언론과 언론인이 저 멀리 튕겨 나갈 만큼 매섭게 등을 밀어내는 비난이 아니라 언론의 손을 잡아주는 비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미디어 전문지 〈신문과 방송〉 5월호 커버스토리는 언론사를 그만두는 주니어 기자가 증가하는 동시에 예비 언론인이 감소하는 현상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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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대상 혐오 댓글 관련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한 대학원생이 “이 연구는 정신건강에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화들짝 놀라 다시 물어보니, 며칠 동안 기자 대상 악플을 집중적으로 읽다가 자신의 기분까지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읽는 사람의 정신건강까지 해칠 정도로 맥락 없는 언론인 대상 욕설과 혐오가 난무하는 게 현실이다.
때로는 언론 전문가의 글을 읽다가도 악플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보도의 질, 언론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 필요하지만, 언론을 호되게 꾸짖고 매섭게 몰아붙여 사회악처럼 묘사할 뿐이다. 그래서 언론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진심 어린 고민이 글에 담기지 않았을 때 그렇다. 심각할 때는 정확성·심층성·공정성·독립성 같은 저널리즘 규범과 이론을 공격 무기로 삼은 고급 악플러로 보이기까지 한다.
언론 비판은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필요한 것은 언론과 언론인이 저 멀리 튕겨 나갈 만큼 매섭게 등을 밀어내는 비난이 아니라 언론의 손을 잡아주는 비판이다. 듣기 좋은 규범을 그럴듯하게 나열하기보다는 현재 언론이 처한 현실 상황을 고려해 작더라도 의미 있고, 당장 실천 가능하며, 생산적인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누구를 비판 대상으로 삼을지도 중요하다. 인터넷 정보를 짜깁기하거나 특정 정파 지지자들이 좋아할 법한 이야기만 하는 유사 언론에 사실 확인이나 심층성의 중요함을 강조해도 통할 리 없다. 제대로 기능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대상이 아니라 좋은 저널리즘을 수행할 의지는 있되 능력이 아직 미치지 못하거나, 의지와 능력은 있으나 언론사가 처한 구조적 문제 때문에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의 손을 특별히 더 잡아줄 필요가 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낙담하고 침묵하다 결국 밀려 나가는 언론인, 예비 언론인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미디어 전문지 〈신문과 방송〉 5월호 커버스토리는 언론사를 그만두는 주니어 기자가 증가하는 동시에 예비 언론인이 감소하는 현상을 조명했다. 채윤경 JTBC 기자는 기고글에서 최근 회사를 떠난 후배를 떠올리며 “후배를 잡지는 못했다(···) 남아서 함께 일하자고 할 수 없어 미안하다는 말도 더했다”라고 썼다.
“누군가는 기자로서 그 일을 해야 한다”
대학에서 언론인 지망생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몇 년 전 언론사 인턴 기자를 선발하는 자리에 갔다가 눈물을 쏟은 적 있다. “기자는 요즘 ‘기레기’라는 비난까지 받는데 왜 굳이 기자가 되려 하나?”라는 질문에 한 지원자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세상에는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는 기자로서 그 일을 해야 한다”라는 요지의 답변을 하는 걸 보고 주책없이 눈물이 흘렀다. 나중에 이 지원자가 자신이 일하게 될 언론사에서, 그리고 이 사회에서 처음의 그 마음을 다치지 않고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공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진실, 사실 확인, 독립성, 권력 감시 등 언론이 지킬 저널리즘 원칙도 중요하지만 시민들도 뉴스에 대해 권리와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언론을 악마화하며 비난하기보다 언론, 언론인의 손을 놓지 말고 생산적인 비판을 하며 언론이 민주주의에 더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도 시민들이 뉴스에 대해 가져야 할 권리와 책임이다.
※이번 호로 ‘미디어 리터러시’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필자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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