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尹 주문한 한반도 단층 전수 조사 왜

윤정민 기자 2024. 6. 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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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등 고위험시설 부지 선정에 참고자료…미소지진 연구에 도움
행안부·해수부·기상청·원안위, 호남권 단층 조기 시행키로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기상청 직원이 전북 부안군 지진 발생 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이날 오전 8시26분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4.8 규모(진도Ⅴ)의 지진이 발생했다. 2024.06.12. ks@newsis.com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정부가 호남권 단층 조사를 조기 착수한다. 전라북도 부안군 지진 이후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속한 단층 조사를 주문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예상치 못했던 호남권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자 나타난 변화인데 한반도 지진 관련 연구가 앞으로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우리나라 어느 곳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전국적 단층 조사를 포함해 다각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6.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2일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이 발단이다. 출연연구소와 학계는 이번 지진이 함열 단층(전북 익산시부터 부안군까지 이어진 단층)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지만 추측일뿐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진행했던 조사로 찾을 수 없었던 숨은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함열 단층 가능성이 제기됐었지만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지진을 낸) 단층 크기도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곳엔 원전 건설 안돼, 더 큰 지진 올 수 있어"…숨은 활성단층 조사가 중요한 이유

지진 가능성 적었던 호남권 단층 조사 조기 착수

[울산·경주=뉴시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난 2010년 2월 경주시 외동읍 개곡리에서 발견한 활성화 의심 단층 모습 (사진=뉴시스 DB)

활성단층은 최근 지진이 발생했고 향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단층을 말한다. 우리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다른 단층보다 더 자세히 연구해야 한다.

활성단층 규모(연장, 크기)를 알면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을 유추할 수 있다. 이번 부안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규모 4.8보다 더 큰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면 다음에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지진을 대비할 수 있다. 또 지진으로 붕괴될 시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 화학물질 취급시설 등 고위험시설 부지 선정에도 활성단층 연구가 활용된다.

활성단층을 알아내면 육안으로 느낄 수 있는 지진 전조현상인 미소지진(규모 2.0 이하의 작은 지진) 연구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숨은 활성단층을 알아내면 인근에 지진계를 설치해 미소지진을 더 자세히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경주 지진, 포항 지진(2017년 규모 5.4), 부안 지진 등 대부분 큰 지진의 경우, 미소지진을 시작으로 발생했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홍 교수는 "활성단층과 가까운 곳에 지진계를 설치하면 상대적으로 먼 지역보다 미소지진을 관측하기 쉽다"고 밝혔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교수도 "경주 지진 당시 양산 단층대만 움직인 게 아니다. 양산 단층이 '나무 줄기'라면 이와 연결된 '가지 단층'들도 있다"며 "가지 단층이 움직여 미소지진이 나타나면 나중에 주 단층에도 영향을 줘 큰 지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가 활성단층 조사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정부 부처별로 나눠 전국 단위 활성단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당시 국민안전처)는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 후 지진 방재 주요 자료인 활성단층 지도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2017년부터 20년간 한반도 활성단층 전면 조사(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행안부는 경북 등 지진 빈발 지역과 수도권 등 인구밀집 대도시부터 우선적으로 활성단층을 조사했다. 현재 영남권 조사를 마쳤고 수도권·충청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해저 단층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주변 지하 단층을 조사하고 있다.

기상청도 활성단층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가 신생대 제4기(약 258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에 활동한 지표단층 중심 연구를 진행한다면 기상청 조사는 지하 깊숙이 숨은 활성단층을 찾고 있다. 기상청 주관 조사는 영남권·수도권을 마쳤고 현재 강원권 지역에 진행 중이다.

관건은 권역별 조사 시기였다. 정부는 전국을 4~5개 권역으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호남권은 그동안 지진 이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조사 순서 중 후순위였다. 행안부는 2027년에, 기상청은 2032년에 호남권 단층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이에 부안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느 활성단층에서 발생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고 본격적으로 조사할 기틀도 마련되지 않았다. 김근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상황대응팀장은 지난 12일 부안 지진 당시 "조사에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라며 "추가로 연구 과제를 수주하고 현장 조사를 해야 하는 만큼 필요한 행정 절차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안 지진을 계기로 행안부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 범위에 전북 부안군과 인근 지역을 긴급 추가했다. 조사 시작 시기는 올 하반기가 될 예정이다. 기상청도 2032년 예정인 호남권 심부단층을 올 하반기에 조사한다. 또 2041년 종료 예정이던 전국 단위 조사를 5년 앞당길 계획이다.

[부안=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부안군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12일 부안군 계화면의 한 주택가에 지진으로 인해 떨어진 기왓장이 도로에 널브러져 있다. 2024.06.12. pmkeul@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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