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2시! 달은 지금 몇 시?

박연정 기자 2024. 6.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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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구에서는 시계를 보면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시계가 없더라도 바깥의 밝기를 통해 낮인지 밤인지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지금 달은 몇 시일까요.

지구의 시간을 바탕으로 달 궤도선의 이동 거리를 계산하면 하루 56 마이크로초의 차이가, 1년 뒤면 40m 이상 차이 나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특명 달 시계를 만들어라!

지난 4월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오는 2026년까지 '달 표준시'를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달 표준시는 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준 시간을 의미합니다. 최근 많은 국가가 달 탐사에 나서고 있어 달의 정확한 시간을 아는 게 필요해졌어요.

전 세계는 표준 시간으로 협정세계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모든 나라가 시간을 측정해요. 협정세계시는 원자시계를 기준으로 만들어집니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가 1초 동안 움직이는 횟수, 원자 고유진동수를 바탕으로 시간이 측정돼요. 각국의 표준기관에 있는 원자시계가 시간을 측정하면 이 평균값을 바탕으로 협정세계시가 만들어집니다.

달 표면을 주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동차. NASA 제공

하지만 달의 시간은 지구와 달라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지구의 24시간을 기준으로 달은 지구보다 하루 평균 56μs(마이크로초 : 100만 분의 1초) 빠릅니다. 이는 중력 차이 때문이에요.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을 가지고 있어요. 달의 중력은 지구의 약 6분의 1로, 지구보다 약해요. 중력이 약한 곳에선 시간이 더 빠르게 흐릅니다.

56마이크로초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달에선 매우 중요합니다. 이재형 국립과천과학관 전문관은 "달 궤도를 도는 탐사선은 지구 기준으로 1초에 약 2㎞ 이상의 속도로 달 주위를 공전한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하루에 56마이크로초의 차이가 쌓이면 탐사선의 이동 거리를 잴 때 1년에 40m 이상의 오차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 달에 원자시계를 설치한다?! 

달 표준시를 만들려면 먼저 달의 정확한 시간을 재야 합니다. 달은 지구와 시간의 흐름, 하루의 길이 등이 다릅니다. 우리는 매일 한 번의 낮과 밤을 겪어요. 정오엔 언제나 머리 위에 태양이 뜨고 밤이 되면 깜깜한 어둠이 가득해요. 이는 지구가 자전축을 중심으로 약 24시간에 한 번 회전하는 자전 운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왼쪽부터) 지구 궤도를 도는 통신 위성, ①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는 지난 2022년 8월 발사됐다. ② 다누리와의 교신을 위해 구축된 심우주안테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반면 달의 자전주기는 약 27.3일입니다. 하루에 한 바퀴를 자전하는 지구와 달리 달은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약 한 달 동안 한 바퀴를 도는 셈이에요.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지구에서는 환한 낮인 오후 2시가 달에서는 밤이 될 수도 있어요. 

이재형 전문관은 "지구의 원자시계로 달의 1초를 정의하면 지구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면서 "지구의 하루가 밤 12시,  0시에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달의 하루 기준을 제대로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달 궤도나 표면에 원자시계를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협정세계시를 측정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 원자시계가 배치된 것과 비슷한 방법이지요. 전문가들은 달의 시간을 측정하는 데 3개 이상의 원자시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원자시계를 많이 설치할수록 시간을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시간으로 위치 파악하고 에너지도 얻는다

달 표준시가 만들어지면 달 탐사에 도움이 됩니다. 미국과 중국 등 달을 탐사하는 국가들은 현재 각 나라의 표준시를 바탕으로 달을 탐사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달에 도착한 시간을 나타내는 기준이 각기 다릅니다. 달 표준시가 제정되면 국가와 기업들이 통일된 시간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달을 탐사할 수 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은 민간 달 착륙선에 과학 장비를 실어 보낼 계획이다. NASA 제공

또 달 표준시로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면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현재 위치를 측정할 수 있어요. 지난 4월 네이처에 공개된 달 지질 지도집에 따르면 달에는 약 1만 2341개의 분화구가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매우 크고 깊어 위험해요. 이때 GPS를 이용하면 달 탐사선이나 로봇이 위험한 곳을 피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에너지를 만드는 데도 달 표준시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돼요. 지구에서는 발전소를 통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전기에너지로 바꿉니다. 그런데 우주에는 발전소가 없어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해야 해요.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은 "달 표준시로 달 기지에서 태양의 위치를 알면 전기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태양의 고도를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달 표준시가 우주 산업에 크게 도움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정민섭 연구원은 "인류가 달 외에 다른 행성을 탐사하면 각 행성의 표준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달표준시, 이렇게 쓰인다. ①달탐사(달 탐사에 나서는 국가와 기업들이 통일된 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②위성항법장치(달의 크고 작은 분화구를 피할 수 있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③태양광에너지(태양의 고도는 전기 생산에 중요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측정돼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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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정 기자 yjyj08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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