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첫인상이 완벽한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일리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사랑이 '지나칠' 때는 어떨까.
자신을 향한 지나친 사랑의 대명사인 나르키소스의 신화에서 이름을 가져온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① 자신은 보통사람들과 다르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고 매력적이며 여러 면에서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②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③ 비슷한 맥락에서 인기, 유명세, 권력에 대한 욕구가 크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선망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④ 공감능력이 낮은 편이며 친밀한 관계에 별로 관심이 없다.
주변에 한 두명쯤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목소리와 행동이 과장되어 있고 주목받길 좋아하며 사람들의 선망과 부러움을 즐기는 한편 조금이라도 비판을 받으면 금방 날이 서는 사람. 잘 된 일은 전부 본인이 잘했기 때문이고 잘 안 된 일은 전부 다른 사람들 탓이라고 생각하며 이미 잔뜩 부푼 자아상에 계속해서 펌프질을 가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이런 특성의 사람과 피상적인 관계로 지낸다면 크게 피곤할 일은 없겠지만 만약 '사랑'에 빠지기라도 하면 그 사랑은 정신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
조지아대의 심리학자 케이스 캠벨l과 동료들(Campbell et al., 2002)은 나르시시스트들은 친밀한 관계에서도 파트너의 행복 증진에는 큰 관심이 없으며 상대방을 자신을 빛나보이게 할 액세서리 또는 전리품 정도로 여길 것이라고 보았다.
이 사람과 사귄다고 하면 자신이 더 멋져 보일 것이라거나 별 볼일 없는 너와 사귀어주는 나에게 늘 충성을 다하라는 식으로 상대방을 착취하는 등 관계에서도 득과 실,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을 크게 따질 것이라고 보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던 나르키소스처럼 나르시시스트의 사랑은 상대방을 사랑하기보다 연애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했을 때 나르시시즘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연애는 게임 같은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은 연애중일 때에도 계속해서 파트너의 마음을 시험하고 사랑하는 듯 사랑하지 않는 듯 밀당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연애 중일 때에도 다른 매력적인 상대방에게 구애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한 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잡는 것을 좋아하며 상대방보다 더 많은 결정권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반면 실제 관계 유지를 위해서 헌신할 생각은 비교적 적었다.
나르시시스트의 파트너들이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과거 연인들 중 나르시시즘이 높은 연인과 그렇지 않은 연인들에 대해서 설명해보라고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르시시즘이 높은 연인들이 그렇지 않은 연인에 비해 바람을 잘 폈고, 다른 매력적인 사람들에게 작업을 거는 일이 잦았고,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려고 했으며, 거짓말을 많이 했다고 묘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나르시시스트인 연인은 그렇지 않은 연인에 비해 처음 만나고 나서 이후의 인상이 크게 달라졌으며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실제로 자신이 의도했던 것처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처음에는 잘 속이고 상대를 교묘하게 착취하는 일을 더 잘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르시스스트는 사랑을 하면서 (자신을 향한 사랑을 제외하고) 사랑이 없는 사람인 것일까.
'이런 사람 안 만나면 되지' 라며 지나치기 쉽지만 문제는 이들이, 이들을 사귀고 후회했던 사람들의 고백에서처럼 처음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상당히 잘 속인다는 점이다. 나르시시스트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초반에 이미지 메이킹을 잘 하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감있어 보이고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Back et al., 2010).
첫인상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첫 눈에 완벽해 보이는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Back, M. D., Schmukle, S. C., & Egloff, B. (2010). Why are narcissists so charming at first sight? Decoding the narcissism–popularity link at zero acquainta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8, 132-145.
Campbell, W. K., Foster, C. A., & Finkel, E. J. (2002). Does self-love lead to love for others? A story of narcissistic game play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 340-354.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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