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앞 둔 센강에 식인 상어가?···‘괴물’을 만든 건 누구인가[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이따금 ‘괴물’이 나타나는 한강과 일상적으로 ‘상어’가 다니는 한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그나마 나을까요? 넷플릭스 영화 <센강 아래>를 본 뒤 저도 모르게 이런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 주 오마주에서 소개할 작품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상어 영화입니다.
<센강 아래>는 제목 그대로 파리 센 강에 상어가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는 영화입니다. 상어 연구자인 소피아(베레니스 베조)는 상어 종의 진화를 연구하는 작은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평소처럼 ‘릴리트’라고 이름 붙인 청상아리를 연구하러 바다로 나간 어느 날, 표본 채취를 위해 잠수한 연구팀은 상어들이 뭔가 변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원래 단독으로 움직이는 청상아리가 갑자기 무리 사냥을 하려는 것처럼 몰려다니고, 석 달 전 2.5m에 불과했던 릴리트의 몸은 7m가 되어있습니다.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팀원들은 곧장 물 밖으로 나오려 하지만, 소피아는 표본 채취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예상할 수 있듯, 연구팀 전원은 릴리트의 공격을 받아 사망합니다. 배 밖에서 지휘하던 소피아만 살아남죠. 사망한 연구팀 중에는 소피아의 남편도 있었습니다.
영화는 빠르게 전개됩니다. 3년 뒤, 소피아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연구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쿠아리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마친 소피아를 누군가 유심히 지켜봅니다. 해양 보호 단체 ‘SOS’의 활동가 미카입니다. 미카는 소피아에게 “우리가 릴리트를 찾아냈는데, 센강에 있다”라고 합니다. 소피아는 처음엔 터무니없는 소리로 여기고 넘깁니다. 상어는 바다보다 염도가 낮은 강에서는 살 수 없거든요. 하지만 센강 인근에 살던 노숙자가 몸이 뜯겨 죽은 채 발견되고, 실수로 센강에 추락한 차량의 운전자가 감쪽같이 실종되자 소피아의 의심은 우려로 바뀝니다.
영화는 정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덴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상어가 어떻게 강에서 사느냐’ ‘무성생식이 갑자기 어떻게 가능하냐’는, 당연히 나올 법한 질문에 대해 ‘아니 그냥 뭐 살아남기 위해 이렇게 진화했어’ 라는 식으로 슥 넘깁니다. 칸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배우가 하도 진지하게 연기를 하니 잠깐 위와 같은 의문이 들었다가도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기게 됩니다. 사실 그 원인보다 센강에 나타난 식인 상어를 언제 어떻게 맞닥뜨릴지가 더 궁금하거든요.
다만 영화는 미스테리한 진화의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끊임없이 말합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한 바다, 그 플라스틱을 먹고 아무렇게나 버려진 그물에 걸려 죽은 새끼 향유고래로 시작하는 영화의 도입 장면이 꽤 명확한 암시를 줍니다. (너무 스포일러여서 쓸 수는 없지만) 솔직히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니 상어 영화의 탈을 쓰고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편의 우화같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돌연변이 상어의 등장은 지구를 막 대한 인간 탓이라고 주장하는 미카는 극단적인 환경주의자로 그려집니다. 그는 모든 원인은 인간이니 상어가 인간에게 위협이 되어도 절대 상어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영화는 영리하게도 상어가 나타나는 시점을 철인 3종 경기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인 파리로 설정했습니다. 파리는 올해 7월 하계 올림픽 개최지입니다. 식인 상어가 있든 말든 성대한 행사를 치러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파리 시장의 모습은 전형적인 한심한 정치인입니다. 19세 이상 관람가.
‘죠스’ 지수 ★★★★ 단순한 줄거리, 정해진 결말로 달려 나가는 콤팩트한 상어 영화
검색 지수 ★★★★ 그런데 진짜 강에 사는 상어는 없나?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나? …검색해보고 싶어진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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