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6월 17일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연대하는 공간이었던 서울광장 분향소가 499일 만에 운영을 종료했습니다. 같은 날 시청 인근의 한 빌딩에는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11월 2일까지 운영되는 이 공간에는 희생자들을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영정 대신 159명의 개인 일상을 담은 사진이 걸렸습니다. 유가족들은 자식의 사진 앞에서 또 울었습니다. 17일 자 1면 사진입니다. 유가족들은 그간 “많은 위로를 받았고 시민들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6월 18일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갔습니다. 교수 절반 이상이 휴진에 동참했지요. 이날 1면 사진 후보는 모두 서울대병원 휴진과 관련된 사진이었습니다. 휴진에 동참한 의사들은 서울대 의대에서 결의 대회를 열었습니다. 의료노조 조합원들은 국회 앞에서 의사들의 집단 휴진 철회를 촉구했지요. 대거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병원은 이날 한산했습니다. 세 장면을 놓고 이리저리 조합해보다가 텅 빈 병원 대기실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환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텅 빈 병원 사진이 답에 가까웠습니다.
■6월 19일
1면 사진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공항 도착 장면입니다. 평양 도착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지만 지면 최종 마감시간 전에는 사진이 들어올 거라 믿었습니다. 다음날 북러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전날엔 도착해야 하는 거죠. 푸틴은 방북 전 러시아 극동 사하공화국 야쿠츠크를 먼저 방문했습니다. 평양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지요. 사하의 야쿠츠크 공항에 내리는 사진이 외신을 통해 들어온 시간과 그곳에서의 일정 그리고 평양까지 비행시간을 계산하니, 당일에 도착해도 평양 도착 장면은 지면에 반영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사하공하국 도착 사진을 쓴 이유입니다. 공식일정에 지각하기로 유명한 푸틴은 다음날 새벽 2시 45분에 평양 순안공항에 내렸습니다.
■6월 20일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에 준하는 수준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후 양국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많은 사진 중에 가장 상징적 장면인 조약 서명서 교환 장면을 1면에 썼습니다. 그날 외신을 통해 들어온 사진들을 보면 세계가 주목하는 주요 뉴스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사진이 발행된 양에서 북·러 정상회담 관련 사진이 압도했습니다. 전날처럼 사진이 안 들어와도 고민이지만, 사진이 너무 많아도 ‘1면엔 뭘 써야 하나’ 고민스럽긴 마찬가집니다.
■6월 21일
6월인데 한여름처럼 덥습니다. 지난 19일은 서울 낮 기온이 최고 35.6도에 달했습니다. 1958년 이후 66년 만에 6월 최고기온을 기록했지요. 이날 역시 서울이 35도까지 오르며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렸습니다. 더워서인지 사진 거리도 많지 않았습니다. 1면 사진을 생각해 이날 폭염 스케치에 집중했습니다.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도심을 내려다봤습니다. 앵글 속 시민의 머리와 몸도 붉게 달궈졌습니다. 열화상 카메라 사진은 수많은 더운 날들 중에 딱 한 번 쓰는 사진입니다. 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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