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석이 포수 잘 보네' 흥미로웠던 두 천재 맞대결...강백호도 당한 영리한 볼 배합

무더운 날씨 속 타자 강백호가 수비를 마치고 돌아온 포수 김범석의 장비를 챙겨주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잠실구장에서 맞붙은 두 천재 타자의 맞대결은 흥미로웠다. 프로 7년 차 KT 강백호와 프로 2년 차 LG 김범석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타고난 야구 재능과 폭발적인 파워를 갖춘 타자였다.

아마추어 시절 강백호는 포수와 투수 이도류로 활약하며 서울고 4번 타자였고, 김범석은 포수로 활약하며 경남고 4번 타자였다.

21알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주말 3연전 첫 경기부터 두 선수는 포수와 타자로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포수 마스크를 쓰고 선발 출장한 김범석은 천재 타자 강백호에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볼 배합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강백호와 1회부터 만난 포수 김범석은 배터박스에 들어선 강백호의 발 위치 일명 타자의 스탠스를 매 순간 체크하며 볼 배합을 가져갔다. 1B 2S 유리한 카운트에서 5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로 타자 강백호의 타이밍을 뺏은 포수 김범석은 타자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2대0으로 앞서고 있던 3회 1사 강백호와 두 번째 맞대결에서 포수 김범석은 볼넷을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실점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포수 김범석의 마지막 수비이닝이었던 4회가 가장 흥미로웠다. 1사 이후 김상수 안타, 장준원 볼넷, 로하스 볼넷으로 만루 위기. 타석에 들어선 강백호와 세 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김범석은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짧은 안타가 나오면 동점, 장타가 나오면 역전까지 가능했던 승부에서 포수 김범석은 투심 패스트볼을 연달아 4개 연속 사인을 내며 만루 위기에서 홈런타자 강백호를 유격수 인필드플라이 처리했다.

노림수가 좋은 강백호는 만루에서 포수 김범석의 볼 배합에 허를 찔렸다. 내야에 타구가 뜬 순간 강백호는 아쉬워했고, 포수 김범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문상철의 안타성 타구를 좌익수 김현수가 펜스 앞에서 잡아내며 LG는 만루 찬스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포수 김범석은 타자 강백호와 이날 세 번 맞붙어 볼넷만 한 차례 허용했다.

5회 수비부터 허도환과 교체된 김범석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2대0으로 리드하고 있던 LG는 6회 KT 로하스의 2타점 적시타가 나오며 동점을 허용했다.

9회초 LG 마무리 유영찬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제구가 흔들리며 선두타자 강백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더니 문상철까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무사 1,2루에서 홍현빈의 희생 번트로 1사 2,3루. 염경엽 감독은 배정대를 고의4구로 내보내며 만루를 만든 뒤 수비를 펼쳤지만, 강현우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3루 주자 강백호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LG는 9회 역전을 허용했다.

9회말 KT 마무리 박영현이 1점 차를 지켜내며 LG는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포수와 타자로 맞붙은 두 천재 타자 김범석과 강백호. 4회까지 강백호에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김범석이 경기 초반에는 웃었지만, 9회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 출루 후 역전 득점을 올린 강백호는 경기 종료 후 승리의 기쁨과 함께 경기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