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사이드 아웃2’ 韓 애니메이터 “한국 흥행 기뻐, 픽사도 인지”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가 ‘인사이드 아웃2’를 작업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사이드 아웃2’를 만든 한국인 스태프들이 흥미로운 제작 비하인드를 밝혔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감독 켈시 만)를 제작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 심현숙 애니메이터와 지난 21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두 사람은 2021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입사해 영화 ‘버즈 라이트 이어’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2’ 작업에 참여했다.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라일리의 5가지 핵심 감정을, 심현숙 애니메이터는 라일리와 밸 그리고 기존의 4가지 감정 캐릭터들 애니메이션을 작업했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지난 2015년 개봉해 국내에서 49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편이다. 13살 사춘기 소녀가 된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낯선 감정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깨지고 다시 시작된 위기와 모험을 다뤘다.

지난 12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는 매력적인 감정 캐릭터와 공감을 부르는 스토리로 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날 기준 누적 관객수 263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심현숙 애니메이터는 “인사이드 아웃2’의 인기에 “인사이드 아웃 1편이 많은 사랑받았고 그때 그 영화를 본 분들이 다시 돌아오게 되고 청소년을 기르고 있는 부모도 공감할 수 있다. 1편의 성공과 새 감정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많이 보러온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혜숙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션이 관객층이 넓다.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유머가 있고 청소년은 자기들이 생각하는 걸 표현하지 않나. 어떤 댓글을 보니 어른들은 이불킥을 한다고 하더라. 청소년 때 기억이 난다는 거다. 저희가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내려고 많은 시도를 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그게 공감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심 애니메이터는 픽사 역시 한국의 뜨거운 반응을 알고 있다며 “픽사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많이 알고 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한국에서 반응이 좋다고 해서 흐뭇해했다. ‘엘리멘탈’도 한국 감독이었고, 한국 정서를 많이 들어가 있어서 더 좋지 않았나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애니메이터는 “공유된 이메일에 개봉 첫 주말에 한국 스코어가 높아서 굉장히 잘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메일을 읽는데 기분이 좋더라. 엘리멘탈은 한국말 포스터가 건물에 붙어있었다. 반응이 좋았던 나라의 원어로 더빙한 영화를 내부에서 상영했는데, 한국말로 ‘엘리멘탈’ 적혀있는 걸 보고 행복했다”고 설명했다.

심현숙 애니메이터가 ‘인사이드 아웃2’ 작업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심 애니터메이터는 애니메이터란 직업에 대해 “캐릭터를 움직이는 역할이다. 샷이 주어지면 그 안의 캐릭터를 담당해서 작업한다”고 소개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터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가 저희에게 주어지면, 이 캐릭터를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 영화의 매력은 감정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작업하고 싶었다. 영화의 앞부분을 맡아서 첫 번째 영화를 보면서 다섯 감정의 등장을 참고했다. 극 중에서 각 캐릭터가 대답하는 신이 있는데 모든 감정이 관객을 터트려야 하는 신이라 저에게도 도전이었다. 1편의 캐릭터성을 가지면서 유니크하게 가지려고 스스로 연기하면서 레퍼런스를 찾았다”고 말했다.

‘인사이드 아웃2’에는 다른 영화보다 많은, 약 100명이 넘는 애니메이터가 함께 작업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픽사는 파트가 잘 나누어져 있다. ‘인사이드 아웃2’에는 굉장히 많은 애니메이터가 협력했다. 퀄리티와 스토리를 잘 만들기 위해 모두 협력해서 진행했고 많은 사람의 도움이 계속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김 애니메이터는 켈시 만 감독과 작업에 대해 “감독님은 전달력도 좋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연기로 보여준다. 그래서 미팅이 재미있던 기억이 있다. 역시나 작업할 때 모든 감독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공유하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귀띔했다.

심현숙도 “켈시 만 감독은 좋았던 건 다른 애니메이터의 의견을 많이 존중해준다. 리뷰 과정에서 나오는 의견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고 부연했다.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인사이드 아웃2’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감정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뭘까. 심 애니메이터는 “까칠이다. 애니메이션 작업하면서 가장 좋았다. 어떤 캐릭터는 작업하기 힘든 것도 있다. 까칠이는 자연스럽게 동작이 나와서 재미있게 했다”고 말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기쁨이다. 이게 메인이 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제가 우울하다든지, 소심해진다든지 혼자 생각하는 건데 그럴수록 더 웃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고 문제들이 가벼워지는 걸 경험했다. 그런 걸 생각했을 때 저에게 도움이 되더라. 기쁨이를 작업할 때 이 친구에 대한 특징을 많이 공부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작업하기 힘들었던 캐릭터도 있을까. 이에 심 애니메이터는 “소심이다. 눈썹도 따로 움직이고 모델 잡기가 힘든 캐릭터였다”고 답했다.

김 애니메이터도 공감하며 “저도 소심이다. 손도 많이 가고 작업을 더 세심하게 진행했다”면서 “개인적으로 기쁨이가 예쁜 포즈를 만들기 힘들더라. 눈이 크니까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다른 아이처럼 보일 수 있어서 예민하게 작업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인사이드 아웃3’가 나온다면 어떤 캐릭터가 추가될까. 심 애니메이터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인사이드 아웃3’가 나온다면 제 생각에는 라일리가 대학가고 취업할 때 인생의 굴곡이 크게 있을때 감정 변화가 크지 않나. 그래서 사회로 나가기 시작할 때가 되지 않을까.싶다. 그 나이대는 ‘인내’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공감’이라고 하고 싶다. 그게 사회에 필요하다. 저도 해외 나와서 언어도 다르고 내가 할 줄 아는 건 기술 밖에 없는데 이걸 표현하는 것에 한계도 있고 다른 문화라 외롭고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언어가 다르고 자란 곳이 다르지만 사람들이 공감해줘서 도움을 받았다. 이런 모습이 투영돼서 포용력 있게 공감해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픽사 스튜디오 내에서도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단다.

심 애니메이터는 “‘엘리멘탈’을 작업할 때 드로잉 하면서 그림으로 모델을 잡아주는 분이 있다. 픽사에서 오래 일한 분인데, 제가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이런 캐릭터는 한국 드라마 주인공 이름을 대면서 이렇게 웃는 걸 해보자고 하더라. 그만큼 한국 드라마를 보편적으로 보더라”고 귀띔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그분이 한국 빵을 자주 사서 준다. 샌프란시스코에도 한국 빵집이 있다. 출근길에 책상에 단팥빵이 있고, 슈크림이 있다. 그래서 한국말로 감사하다고 적어 놓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 뿐만 아니라 K-음식도 인기가 있다. 김밥 불고기도 당연하고, 점심을 먹을 때 한국 드라마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래서 저도 너무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심 애니메이터는 “한국에서 ‘엘리멘탈’이 오픈했을때 정말 많이 봐주셨는데, 우리나라에서 응원해준다는 게 큰 힘이 됐다. 이번에도 많이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한국에 가서 관객이 어느 부분에서 즐거워하고 감동하는지 느껴보고 싶다. 픽사 영화들이 한국에서 사랑받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인사이드 아웃2’가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유럽 몇 곳은 뒤늦게 개봉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혼자 만족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다음에는 직접 얼굴을 보고 인터뷰 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