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볼만한 곳] 장마철 찝찝한 날씨.. 쾌적한 실내서 문화를
습하고 찝찝한 날씨가 이어지는 장마철.
올해 제주 장마가 그제(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비 날씨에 주말 나들이 계획을 바꾸거나 취소한 분들은 아쉬움이 클 겁니다.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쾌적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합니다.
■ '물방울'에 담긴 치유의 궤적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물방울 화가'라고 불리는 김창열 화백의 업적을 기리고 세계 현대 미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수집, 연구, 전시하기 위해 2016년 9월 설립됐는데요.
한국 예술사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술계의 거장이자 원로 화가인 김 화백은 1972년부터 물방울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실존주의적 이론에 심취했던 당시에는 그림자의 표현이 금기사항 같은 것이었지만 김 화백은 뚜렷한 그림자를 묘사하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현재 김창열 미술관 2, 3전시실에서는 소장품 기획전 '회귀, 다시 돌아오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김 화백은 1980년대 중반부터 고향을 그리워하며 써 내려간 천자문 위에 물방울을 그려 넣는 반복적인 작업 과정을 통해 '회귀' 연작을 탄생시켰습니다.
'회귀' 연작은 자기 정체성의 결정체인 물방울을 동양 사상의 정수인 천자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한 작품입니다.
천자문을 여러 번 겹쳐 쓰거나 글자 크기를 과감하게 키우고 바탕에 색을 넣기도 하며 천자문과 물방울을 한 화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곳 제1전시실에서는 '문자의 발견:현실과 이상의 미학' 전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김 화백이 1980년대 후반 신문에 그린 물방울 작품들을 조망하며 이후 그림의 조형 요소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문자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 가장 제주스러운 소박한 미술관
가장 제주스러운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곳.
바로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서귀포시립기당미술관입니다.
1987년 7월 개관한 기당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시립 미술관으로, 국내 원로와 중진, 중견작가의 주요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폭풍의 화가'로 알려진 변시지 화백의 작품이 연중 전시되고 있는데요.
일본과 서울 생활을 거쳐 1975년 제주로 귀향한 후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과 그 속에 살아가는 제주인을 통해서 인간 본성을 표현한 '제주화'라는 독특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오는 7월 7일까지 '제주미술 변천사' 전시가 열립니다.
전시에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제주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이왈종, 오승익, 김방희, 박성진, 김연숙, 이창희, 문창배, 강주현, 김산과 같은 작가들의 작품 총 30여 점이 소개됩니다.
기당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심으로 제주미술의 흐름을 파악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 문화 예술과 자연환경을 한 번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중산간 마을 저지리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자연친화성을 우선으로 한 공모전의 최우수작품을 실시 설계한 건물인데요.
국제조각심포지엄 야외공원과 함께 1,000여 명이 동시 관람 가능한 야외공연장과 특별전시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아트숍, 세미나실 등 문화 예술 복합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젊은 예술가 4인의 조각이 모여 내면의 평화를 얻는다는 이야기를 구현한 몰입형 실감미디어 아트 'Inner Piece 모든 살아있는 존재로 치유받다' 전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1970~80년대 중동권 국토개발계획을 위해 파견노동자로 일한 아버지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2024 아트저지Ⅰ'이웅철 더 라인-기억의 거울'과 주요 한국 화가 4인의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통해 현대 한국화에 대한 담론을 살펴보는 '제주 한국화의 풍경 四人畵談' 등이 마련됐습니다.
참고로 제주현대미술관과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공간적 분리감이 거의 없어 관람 후 편하게 둘러볼 수 있지만, 거주 공간인 만큼 관광 매너를 준수해야 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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