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시골의 어려운 이들에게 조력자 되는 것이 꿈"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던 한아람(변호사시험 9회·35세) 법률사무소 은오 변호사는 학사 졸업 뒤 3년 동안 경제지 기자 생활을 했다. 꿈은 변호사였지만 당시 만해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생소했던 탓에 고민이 많았던 그는 우선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내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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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운 결혼생활로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사유로 감당하기 힘든 채무를 홀로 견디는 이들에게 법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고 부연한다.
한 변호사는 올해로 5년차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지만 시작은 갈피를 잡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변호사를 꿈꾸던 학창시절에는 로스쿨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사법고시를 거쳐 법조인이 되리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3 무렵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고 로스쿨이 설립되는 대학교는 법학부가 폐지되는 수순이었다. 그가 한양대 법학과에 입학했던 2008년은 법학과 신입생 선발의 마지막 해였다.
당시만 해도 이른바 '개천에서 용난다'는 사법고시 제도가 사회적으로 더 익숙했던 때라 법학도에게도 로스쿨 제도는 낯설었다. 사법고시 막차를 타야하나, 로스쿨 입학 준비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그는 로스쿨의 취지를 보고 진로를 정했다.
한 변호사가 파악한 로스쿨 제도는 법 공부만 한 사람이 아닌, 다양한 학업 및 직업군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법적 전문성을 갖춘 뒤 각각의 경험을 토대로 사회 여러 분야에 알맞은 법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봤다.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현 사회 경향에 딱 맞는 제도라 생각했던 한 변호사는 변호사 다음으로 꿈꿨던 기자의 길을 걸으며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조금 돌아서 가더라도 나중에 변호사의 꿈을 이뤘을 때 기자 생활에서 했던 경험이 분명 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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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하면서 벌었던 돈은 많지도 않았을 뿐더러 생활비로 금세 동이 났다. 그나마 국립대 로스쿨을 다녀 다른 학교보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쌌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았다.
교재비, 인터넷 강의비, 방값, 식비 등 온통 돈 들어갈 일투성이였다. 대출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고 고비 때마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모자란 돈을 채웠다.
한 변호사는 로스쿨 3년 동안 겪었던 경제적 궁핍을 '변호사시험 한방 합격'이라는 목표 아래 견디고 또 견뎠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그의 목표대로 변호사시험에 바로 합격했지만 변호사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자신이 맡았던 각종 사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밤에는 온통 재판과 관련한 꿈만 꿨다.
어느 순간 점점 일에 찌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한 변호사는 어렵게 이룬 변호사의 꿈을 오래 지속하려면 체력 안배,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한 변호사는 "머릿속을 지배하는 각종 소송은 나의 숙명이지만 그 숙명 때문에 내가 망가지고 나를 믿는 의뢰인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명상과 운동으로 워라밸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법조인의 삶이 힘들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 하진 않는다. 일하다 보면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아 속상해서 울고 싶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의뢰인과의 소통 과정에서 오히려 위로 받는 자신을 보며 내가 걷는 길이 외롭지 않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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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는 "그렇게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 모두 같은 해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 현재도 서로 업무와 관련해 상의할 수 있는 최고의 동반자가 됐다"며 "함께 뛸 수 있는 건강한 공부 친구를 두는 것도 법조인의 꿈을 이루는 좋은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이제는 기자보다 변호사가 더 익숙해진 5년차 법조인이지만 한 변호사는 아직도 첫 재판의 생생함을 잊지 못한다. 형사 재판에서 첫 증인신문을 할 때인데 민사나 가사재판보다 훨씬 더 엄숙한 분위기이고 변호사가 직접 구두로 변론해야 하는 일이 많아 긴장이 극에 달했다고 회상한다.
당시 한 변호사가 첫 증인 신문을 했던 형사 사건 피고인은 만 19세 학생이었다. 꿈이 직업 군인이었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안 돼 특별히 더 신경을 썼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에 섰는데 하필 담당 변호사인 본인도 생애 첫 공판에 섰던 터라 둘 다 법정에서 나란히 앉아 많이 긴장했었다고 떠올린다. 한 변호사는 "긴장을 안고 임했던 첫 재판이었지만 피고인 학생에게 원하는 결과를 안겨줄 수 있어 더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 변호사는 늘 첫 재판의 긴장과 떨림을 잊지 않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고민한다. 막연했던 변호사의 꿈을 돌고 돌아 이룬 지금은 더 큰 마지막 꿈을 향하고 있다. 한 변호사의 마지막 꿈은 낙후된 시골 마을에 정착해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소소하게나마 힘을 보태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등 도시에만 몰려 있어 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이어 "매년 1000여명씩 변호사가 쏟아지는 시대에 법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며 "현재 주업무인 이혼·형사·회생·파산 사건 등에서 전문성을 더 키워 먼 미래에는 시골에서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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