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낯선 6·25 전쟁의 흔적들
며칠 후면 6·25다. 6·25가 다가오면 마음이 늘 무겁다. 며칠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만나 전쟁이 나서 한 쪽이 공격을 당하면 서로 적극적으로 돕자는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는 지금 다큐 사진가 박종우의 분단 풍경 사진전 ‘흔’이 열리고 있다. 박종우는 전 세계 오지를 다니면서 TV 다큐멘터리 영상을 촬영하는 감독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그는 늘 한쪽 어깨엔 스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촬영했다. 그렇게 작업한 사진들은 대부분 인물이 주요 피사체였다. 아프리카든 네팔이든 남태평양 어느 섬에도 그곳엔 우리와 같은 어른과 아이가 있고, 가족의 웃음과 눈물도 있다는 것을 사진가는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 사진들의 주요 피사체는 사람이 아닌 분단의 흔적과 구조물이다.
지난 2009년 조선일보 사진기자들과 함께 국방부 도움으로 비무장지대의 모습을 1년 동안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던 사진가는 당시 군 헬기를 타고 DMZ를 보던 중 미상의 구조물을 발견했고, 후에 그것이 대전차 장애물이었음을 알게 된다. 용의 이빨처럼 생겼다하여 ‘용치’로도 불리는 대전차 장애물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연합군의 전차 진격을 막기 위해 히틀러의 지시로 독일군이 설치했다. 이후엔 반대로 독일의 진격을 막기 위해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 용치가 설치되었다.
한국에서는 1968년 1월 김일성의 지시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러 내려온 북한 공작원 김신조 사건 이후 북한과의 긴장감이 극도로 커지면서 내륙과 해안 곳곳에 대전차 장애물이 설치되었다. 사진가는 1년 동안 DMZ을 기록한 후에도 민간인 접근이 가능한 분단의 흔적들을 찾아 나섰다. 이번 전시는 2009년과 이후 작업한 사진들을 함께 포함해서 골랐다.
기자는 오래전에 남북장관급 회담 취재 등을 위해 풀(POOL)기자로 평양과 개성을 다녀왔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너무 가까워서 다른 나라가 아니라 지방 출장을 다녀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왜 이렇게 어렵게 가야하는지 하는 자괴감도 든다. 남과 북 가운데엔 비무장지대가 있고 이보다 더 높은 체제의 장벽이 있다. 사진가는 작업 노트에서 이러한 분단의 풍경들이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낯선 모습’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도 2층 전시장 보다 지하 갤러리에 걸린 사진들이 더 눈에 띄었다. 그중 강원도 고성 해안의 한 초소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군인은 없고 얼룩무늬 위장포가 덧씌워진 기둥이 빈 바다를 하염없이 지키는 풍경이다. 한없이 마주해야 하는 무거운 현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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