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에 수면제 먹이고 손목 묶은 간병인, 항소심서도 집유

피해자,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 앓아
재판부 "학대 의도는 아닌 듯"…검사 항소 기각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 한 병원에서 아토피로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70대 환자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손목을 묶은 60대 간병인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부(신헌기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노인복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형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와 2년간 노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시는 지난해 7월 9일 부산 서구 한 병원에서 간병을 맡은 환자 B씨(70대)가 아토피로 인해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본인의 수면제를 먹인 혐의를 받는다.

다음날인 10일에는 몸을 긁는 B씨를 제지하기 위해 B씨의 양손을 침대 난간에 강제로 묶고, 물을 요청한 B씨에게 목을 조를 듯 위협적인 행동을 하며 "수면제 털어 넣는다"는 등 폭언과 학대를 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간병인으로서 환자를 보살필 의무가 있지만 피해자를 상대로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저질렀고, 피해자의 고통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학대하려는 의도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400만원의 형사공탁을 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A씨는 간병인으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형이 너무 가볍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를 위해 100만원 공탁해 유리한 정상이 추가되기도 했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