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성공신화' 쓰는 신춘수 "서울을 뮤지컬 메카로"
한국 공연은 2025년 하반기 예상…"주인공 역 눈여겨보는 배우 있어"
"5개 작품 더 브로드웨이 무대 세울 것…연극 '바그다드 카페'도 준비 중"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세계 곳곳에서 한국 뮤지컬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서울도 충분히 뮤지컬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국내 뮤지컬 제작사인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제작한 '위대한 개츠비'가 세계 공연예술 중심지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흥행 중이다.
지난 4월 25일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정식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1920년대 미국의 백만장자 개츠비가 자신의 사랑을 좇는 과정에서 비극적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룬다.
개막 3주 만에 매출액 128만달러(약 18억원)를 돌파하는 등 미국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특히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 링컨 센터 데이비드 H 코흐 시어터에서 열린 제77회 토니어워즈(Tony Awards)에서 이 작품의 무대의상 디자이너인 린다 조가 '의상 디자인상'까지 받으면서 흥행에 가속이 붙는 상황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포니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는 "휴가 기간인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가 미국 뮤지컬계의 비수기인데 토니상 수상 덕택에 이번 주에도 연일 객석이 매진되고 있다"면서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현재 '위대한 개츠비'가 오픈런(open run·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상연) 형식으로 공연 중인데 내년 봄까지 연장 상연하기로 했다"면서 "현장에서 미국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성공적인 브로드웨이 안착에는 '강한 프로듀서'의 힘이 도움이 됐다. 신 대표는 이 작품의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이는 연출과 각본, 무대디자인, 음악 등 뮤지컬의 모든 요소를 신 대표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아시아인이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것은 신 대표가 유일하다.
신 대표는 "2014년과 2015년 두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서 "특히 2015년에는 공동 리드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제작과정에서 잦은 잡음이 발생했었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단독으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았다"고 말했다.
단독 리드 프로듀서는 작품과 관련된 모든 결정과 권한을 혼자 감수해야 한다. 당연히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본인의 몫이 된다.
쉽지 않은 '고행의 길'이었지만, 신 대표는 오히려 그 고통과 고독을 원천 삼아 작품 기획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이었다. 외롭고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다행히 작품 기획 과정에서 이번에 토니상을 수상한 린다 조 등 유능한 현재 창작진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의 흥행을 기반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공연을 마친 뒤 유럽과 아시아 시장까지 차례대로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벌써 영국과 호주, 독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브로드웨이 공연을 마친 뒤 미국 내 순회공연에 이어 해외 투어 공연도 본격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내 관객들은 내년 하반기에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공연은 해외 공연과 상관없이 국내 창작진들과 함께 별개의 작품을 만들어 공연할 예정이지만, 우리 정서에 맞게 작품을 재구성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모든 배역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할 방침이다. 다만 개츠비와 데이지 등 두 주인공 역에는 이미 눈여겨보는 배우가 있다고 한다. 해당 배우가 누군지는 함구했다.
신 대표는 "스타성보다는 진중하고 흡입력 있는 연기력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를 원한다"면서 "내심 기대하는 배우가 있지만 모든 절차는 오디션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이을 후속 작품도 이미 구상 중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총 5개의 작품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더 올릴 생각이다. 이미 작가들을 섭외해 개괄적인 시놉시스 등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5개 작품 중에는 올해 상반기 공연돼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뮤지컬 '일 테노레'도 포함됐다. 오디컴퍼니의 창작 뮤지컬인 '일 테노레'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청년 윤이선의 꿈을 그린 작품이다.
신 대표는 '일 테노레'를 글로벌 작품으로 각색해 세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여건이 된다면 브로드웨이에서 최초로 한국어 공연도 진행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뮤지컬은 음악이라는 세계공통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라며 "한국어로 부르는 K팝이 세계화에 성공했듯이 뮤지컬도 한국어 공연이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과 별개로 연극 작품도 준비 중이다. 1987년작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기반으로 극본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신 대표는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모두 무대 위에서 상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면서 "2026년 개막을 목표로 열심히 프로듀싱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을 역임 중인 신 대표는 서울을 뮤지컬과 연극 등 무대공연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꿈을 꾼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창작진과 배우들이 즐비해 유능한 프로듀서들만 갖춰지면 충분히 세계 공연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대표는 "서울엔 이미 공연 문화를 위한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면서 "오페라 공연을 보기 위해 이탈리아를 찾듯이 세계인들이 뮤지컬과 연극을 보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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