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향토일·鄕土日]비결은 신선함…제철물회에 도민까지 줄 선다
"손님들이 더 잘 알아…신선함·맛 유지에 최선"
[편집자주] 어느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색이 담긴 향토음식과 전통 식문화가 있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향토음식 고유의 지역성과 독특한 맛은 여전히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뉴스1제주본부는 매주 토요일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향토음식점과 향토음식의 명맥을 잇는 명인과 장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향토일(鄕土日)이라는 문패는 토요일마다 향토음식점을 소개한다는 뜻이다.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손님들이 신선도를 바로 아세요. 하루 이틀 장사할 것도 아니고, 길게 할 건데 제대로 해야죠."
한라산 남쪽에는 검은 모래와 만난 바다가 유독 푸르른 공천포 마을이 있다. 제주도 지정 향토음식점 '공천포 식당'은 이 바다를 끼고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이다.
대표 권경임 씨(54)는 어머니 임가우례 씨의 대를 이어 1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이다. 권 씨가 12살 때 전라도에서 온 가족이 입도했고, 그가 20살 되던 해 공천포 식당이 문을 열었다.
30여 년간 흔한 광고 한 번 해본 적 없이 '입소문'만으로 제주식 물회 맛집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제주식 물회는 된장, 식초, 톡 쏘는 독특한 향을 더해주는 제피 잎 이렇게 3대 양념을 갖춘다. 공천포 식당의 물회도 이 공식 그대로다.
고추장을 넣어 빨간 물회에 익숙하다면 멈칫할 수 있지만, 특유의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이내 중독된다.
공천포 식당의 메뉴판에는 '품절' 표시가 가득하다. 모두 제철 해산물만 사용해서다. 신선한 상품이 들어오지 않으면 음식을 낼 수 없다는 게 철학이다.
권 씨는 "특히 자리나 활한치는 딱 당일이 돼봐야 안다"며 "제주도 분들이 드시던 게 있으니 품질 좋은 냉동한치도 쓰지만, 오늘은 활한치가 없어서 품절처리를 해놨다. 자리도 가을이면 뼈가 세고 맛이 달라져 딱 이 철만 판다"고 말했다.
탱탱한 횟감이 가득 올라간 회덮밥과 내장을 듬뿍 갈아 넣어 초록빛 바다색이 우러난 전복죽도 물회의 짝꿍으로 인기다.
해산물뿐 아니라 쌀, 김치, 고춧가루 등 손님상에 내가는 대부분 재료가 모두 국산이다.
영업 비결을 '신선함'이라 자부한 권 씨의 진심이 통하기라도 한 듯 4~9월이면 대기 없이 물회 한술 뜨기 어려울 정도로 문전성시다. '관광객만 가는 맛집'이 우후죽순 들어선 제주에 관광객과 도민 손님 비율이 반반인 흔치 않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공천포 바다를 끼고 있어 식당에 앉으면 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져 '오션뷰'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입으로도, 눈으로도 바다를 먹는 셈이다.
이름만 들어도 전 국민이 알 유명인들도 자주 찾지만, 식당 안에는 맛집이라면 으레 있는 사진이나 사인 한 장 없다.
권 씨는 "30년 동안 광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우리도 여행을 다녀보면 그런 거 보고 갔다가 실패한 적 많지 않으냐"며 "지인들 소개로, 아니면 드셔보신 분들 입소문이 최고"라고 웃었다.
30여 년 공천포 터줏대감이다 보니 단골손님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된 것도 단골손님의 권유 덕분이었다.
권 씨는 "어머니가 운영할 때부터 오신 오래된 단골손님이 많죠"라며 "또 20여 년 전 신혼여행 때 왔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이 집이 맞나 하고 들어왔다가 드시고 가는 분들, 어렸을 때 엄마랑 왔던 추억에 찾아왔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자영업자들이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는 힘 빠지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권 씨는 그래도 신선함과 맛을 유지하는 데 노력할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요즘 경기가 안 좋으니 많이 조심스럽고, 걱정스럽긴 하지만 어쨌거나 제가 하는 동안에는 맛 변했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노력은 많이 하고 있다"며 "모두 어려우니 가격도 최대한 안 올리고 계속 유지하고, 덜 남아도 최대한 안심하고 드실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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