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슬 "안녕하세요, 프로 N잡러입니다"[조수원 BOOK북적]
"N잡러 편견 사회적 시선 바꿔보려 책 출간"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나의 가능성으로 봐주세요."
최근 에세이 '안녕하세요, 프로 N잡러입니다'를 펴낸 작가 이다슬(37)은 놀라운 삶을 살고 있다. 책 제목처럼 프로 N잡러로, 현재 직업이 7개다.
댄서와 아나운서, 성우, 요가 강사, 보이스 스피치 강사,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까지 6개였지만 에세이를 출간하며 직업란에 '작가'가 더해졌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이다슬은 인터뷰 장소부터 독특하게 이뤄졌다. 자신이 일하는 요가장에서 만나 프로 N잡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에세이를 출간한 건 삶의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고 N잡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조금이나마 바꿔보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저와 같은 혹은 비슷한 삶을 살고 싶은 분들께 방패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마 아직은, N잡러에 편견이 있거나 직업으로 인정하기에는 낯설다는 어른들이 계실 것입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 분들은 N잡러로 살겠다는 자녀와 후배들에게 응원보다는 걱정의 말씀을 더 많이 할 것입니다."(12쪽)
이다슬은 책을 내면서도 "속속들이 살아왔던 얘기, 길게는 37년이고 짧게는 N잡러로 살았던 지난 7년을 다 보여주는 느낌"이라 쑥스럽다고 했다.
처음부터 이처럼 다양한 직업을 갖고 살 계획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곧잘 공부를 잘해 부모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변호사가 되라는 말을 듣고 컸다.
"아마 여러분이 그간 책, TV, 강연 등에서 보아왔던 삶의 방식과는 다를 것입니다. "한 우물을 파라." "한번 목표를 정했다면 포기 말고 정진하라." (중략)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존중하고 존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메시지들과는 다르게 살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가 낯설어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9쪽)
이다슬은 "주변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나름의 최고 조언이자 칭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저도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 몰랐고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주입식으로 변호사가 되는 건가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살 성인이 되어 상경하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아이돌을 좋아해 그들의 춤을 따라 췄던 학창 시절 취미를 본격적으로 즐겼다.
"서울에 왔는데 배울 곳, 가볼 곳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조금만 더 전문적으로 해보자', '아마추어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보자' 하면서 춤 학원에 다녔다"고 말했다.
"그 속에서 나는 발아래 놓인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준비 없이, '사법고시 보면 붙겠지. 3학년부터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서울, 자유, 성인. 모두를 종합해 내린 첫 번째 선택은 춤 학원이었다."(27쪽)
춤추는 취미가 직업이 된 건 취미를 진정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바람이었다.
"취미로 할 때는 남의 것을 빌려 쓰는 느낌이고 직업이 되면 주변 사람한테 소개할 수도 있고 제 거를 나눠줄 수도 있어요."
1년 간의 댄서 활동을 마치고 다시 학교에 돌아왔다. 이후 학교생활과 함께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사법고시를 2년 넘게 준비했지만 두 번 모두 1차에서 떨어져 뜻을 접었다.
당시 26살의 나이에 새로운 길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취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했다.
"제가 복수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20대 때 연애 경험, 어학연수, 인턴 경험, 공모전까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러다 TV에 나오는 일로 먹고살고 하고 싶다고 말하니 어머니가 아나운서는 어떠냐고 물어 준비했죠."
지역 방송국에서 계약직 아나운서로 합격해 겪었던 경험이 성우, 보이스 스피치 강사,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까지 이어져 프리랜서 삶이 펼쳐졌다.
프리랜서의 삶에서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모일 수 없어 댄스 강사와 요가 강사, 보이스 스피치 강사, 아나운서 일이 뚝 끊겼다.
대신 OTT, 게임 등이 활성화돼 성우로서 더빙할 일과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 일이 늘어났다.
그는 "열심히 사는 것도 결국은 코로나 팬데믹처럼 미래가 불확실하니까 어떻게 될지 몰라 이것저것 준비를 해놓는 과정이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역시 급속도로 성장한 오디오 콘텐츠 업계와 다양한 OTT 시장 덕분에 성우 업계는 다행히 코로나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성우로서는 아직 병아리였던 내가 그 호황을 온전히 누릴 수는 없었다. 아나운서와 강사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던 그때 내게 남은 것이 성우 일 하나였다면 수입은 예전의 반 토막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갑자기 적어진 활동량에 내 마음이 감당이 안 되었을 것이다."(183쪽)
일의 선택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었다.
그는 "남을 원망할 필요도 없이 내가 일을 몰아서 할 수 있으면서도 놀고 싶으면 돈 버는 거 포기하고 일을 거절할 수 있다"며 "남의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도 남한테 돌리고 싶고 싶을 텐데 프리랜서로 살면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삶에는 불안함이 공존한다.
그는 "허슬하게 살아도 계속 불안하긴 하다"며 "막연한 불안이 조금씩 올라와 불안을 다스리는 방식이 조금 더 많아지면 좋겠다 싶어 글을 쓰거나 명상 클래스를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무언가 일이 잘못됐을 때 우리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혹은 적어도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이유를 찾는다. 이때 가장 쉬운 해결 방식은 남 탓과 원말일 것이다. 20대의 나도 종종 그랬다. 만만한 사람을 찾았고 그 대상은 주로 엄마였다. 30대 초반 성우 전속 시절까지도 탓할 대상을 찾고 그 불똥이 가끔은 지금의 남편인 남자 친구에게 튈 때도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도피였다."(200쪽)
이다슬은 "프로 N잡러로 활동하고 있는 '성우' 이다슬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인공지능 '지니' 목소리를 녹음한 그는 지난해 방송 '유퀴즈'에 출연, '서울대 출신 N잡러'로 유명세를 탔다.
N잡은 성우라는 본업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그는 언젠가 성우만 남고 다른 직업이 사라져도 괜찮다고 했다.
"N잡러라고 해도 본업을 잡고서 일을 벌여야 해요. 이 비율이 무너지면 생활까지 무너진다고 생각해 성우 일을 무조건 먼저 생각해요."
N잡을 꿈꾸는 이들에 조언을 남겼다.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하세요. 자신의 얘기에 비춰서 그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N잡의 중심이 되는 본업을 잘 살펴보면서 이걸 중심으로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게 뭔지 자기 삶에서 많이 반추하고 질문해야 해요."
"여러분의 인생의 답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안에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강연을 듣는 것도 모두 여러분 안에 숨어 있는 답을 찾기 위한 단서일 뿐입니다. 자기와의 대화가 없으면 자꾸 밖에서 답을 갈구하며 수많은 멘토를 만들게 됩니다. (중략) 내 안에 무언가와 딱 맞는 부싯돌을 못 찾았기에 점화가 되지 않은 것 아닐까요? 혹은 마주칠 두 돌 중 하나는 바깥에서 잔뜩 찾아놓았는데 정작 내 안에서 하나를 끄집어내지 못했거나요. 다른 누군가와 보다,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시길 바랍니다."(298쪽)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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