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욱의 탈모 백과사전] 탈모 유전자, 반드시 탈모가 되는 것은 아냐
[파이낸셜뉴스] 탈모 백과사전은 모발이식 명의로 잘 알려진 모제림 황정욱 대표원장이 탈모 및 모발이식과 관련한 정보를 전하는 전문가 칼럼으로, 탈모 자가진단 방법, 다양한 탈모 발현 유형, 모발이식 수술, 탈모치료 약물 등 자세한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직접 전해 들을 수 있다. <편집자 주>
지난해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 ‘자가 탈모 유전자 검사’는 올해에도 탈모인 혹은 탈모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유전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특성을 전한 현상인 유전을 일으키는 단위로, 즉 인체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가 탈모 유전자 검사’에 주목하는 이유 또한 탈모의 70~80퍼센트가 유전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검사방법은 10종 내외의 탈모 유전인자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중에 탈모 관련 유전자 몇 종이 몸 안에 있는지, 모발 굵기 변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하고 탈모가 발현되기 전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유전자 검사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는 참고치에 불과하다. 탈모는 다인자 유전이고, 연관 유전자도 1천 종 정도로 많다. 탈모 유전 소인을 제대로 알려면 모든 유전자를 분석해야 한다. 많은 인자를 검사할수록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다. 아쉽게도 수많은 유전자 중에 깊게 연구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탈모 유전자의 유형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 5알파 환원효소 유전자, 모발 사이클 관련 유전자, WNT 신호전달 유전자 등이다.
탈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Chr20p11이다.
Chr20p11은 탈모 유발 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량을 조절하는 유전자다. 5알파 환원효소와 안드로겐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이 유전자의 보유자는 비보유자에 비해 남성형 탈모가 진행될 확률이 7배나 높다. Chr20p11에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면 탈모 가능성이 1.6배나 높아진다. 부계와 모계로 모두 유전되는데, 성염색체인 X염색체와 상염색체 중 20번 염색체의 P11 분절의 2부위가 동시에 나타난다.
또 모발 굵기에 관련된 유전자에는 EDAR(Ectodysplasin A receptor)이 있다.
EDAR은 2번 염색체에 있는 인자로 엑토디스플라신A 수용체 단백질을 생성한다. 모발, 피부, 손톱, 치아, 땀샘 등에 관여한다. 특히 모발을 굵게 하고, 건강한 피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인을 포함한 다수의 동양인은 이 단백질의 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변형 유전자는 모발을 더 굵게 하고, 땀샘 수는 증가시키고, 가슴을 작게 한다. 한국인의 모발이 굵은 이유다. EDAR 유전자 비보유자는 솜털인 연모가 굵은 모발인 성모로 성장하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자가면역 질환인 원형탈모 연관 유전자에는 면역 체계와 깊은 연관이 있는 IL2RA와 HLA-DQB1가 있다.
10번 염색체인 IL2RA는 면역시스템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면역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이 경우 자신의 몸을 외부 물질로 착각하고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인 원형탈모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의 유전자는 2만 5000개에 이르며, 이 중에 모발과 관련된 유전자는 약 1000개로 추정된다. 모발의 밀도, 색깔, 굵기, 탄성도, 모낭 당 모근 수 등 모든 게 유전자에 담겨 있다. 모발 특성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이다.
물려받은 유전자들 가운데 탈모 유전인자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모발이 탈락되는 것은 아니다. 탈모 유전인자를 발현시키는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탈모는 진행된다. 탈모 유발 환경 요인을 제거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함께 꾸준히 모발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하면 건강한 머리카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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