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길도 아닌데…산 속 '바스락' 듣고 끝까지 쫓으니 치매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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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그는 "수색에서 '여기가 아닌가, 맞나' 확신을 갖지 못 할 때 가장 힘들지만 그럴수록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며 "가족들이 엄청나게 감사해하면 뿌듯함을 많이 느껴서 그 힘든 과정과 뿌듯함이 비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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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70대 남성 A씨가 고령의 치매 환자라는 내용을 토대로 실종 신고로 접수했다. A씨가 가진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보니 서울 노원구 수락산 일대로 파악됐다. 야간에 근무하고 있던 노원경찰서 상계1파출소 순찰 4팀이 신고를 넘겨받았다. 김원호 순경(29)은 강정우 경위와 함께 현장에 출동해 수락산 수색에 나섰다.
새벽 수락산은 입구부터 어두웠다. 가로등도 들어오지 않는 야심한 시간 김 순경은 손전등 불빛에 의존해야 했다. 사방이 어두워 턱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A씨가 안경을 썼다는 인상착의와 '산을 오른다'고 말했다는 신고 내용 등 정보도 한정됐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가리키는 위치에 가보니 갖춰진 등산로가 없었다.
김 순경은 정규 등산로가 아닌 산자락을 수색했다. 그때 수락산과 아파트 단지 경계 부근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산짐승이거나 바람 소리일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지만 그는 1.5미터 높이 벽을 타고 올라 소리가 들린 지점을 수색했다.
우거진 수풀 사이 A씨가 있었다. 등산로를 벗어나 산길을 한참 헤맸는지 신발과 안경을 잃어버린 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김 순경이 A씨를 부르자 앓는 소리를 낼 뿐 대답하지 못했다.
김 순경과 강 경위는 A씨를 부축해 신고자인 아내에게 인계했다. A씨가 집을 나온 지 11시간30분 만이자 아내가 112에 신고한 지 22분 만에 A씨는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조그마한 소리나 단서도 무시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이번에 또 배웠다"며 "실종 수색뿐 아니라 나중에 수사를 할 때도 작은 단서를 간과하지 않고 꼼꼼하게 보는 경찰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선배인 강 경위도 "경력이 짧은데도 세심하게 수색을 잘했다"고 했다.
김 순경은 지난해 6월부터 상계1파출소에서 경찰로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치매 노인, 아동 실종 신고를 접수하면 줄기차게 수색에 나섰다. 수락산 일대 치안을 관할하고 있다 보니 실종자를 찾으러 산을 오르는 일도 많다. 지난해 7월 실종 신고를 받고 수락산 정상을 1시간 만에 오르기도 했다. 제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는 그를 보며 등산객들은 "고생한다"며 시원한 물을 건넸다.
그는 "수색에서 '여기가 아닌가, 맞나' 확신을 갖지 못 할 때 가장 힘들지만 그럴수록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며 "가족들이 엄청나게 감사해하면 뿌듯함을 많이 느껴서 그 힘든 과정과 뿌듯함이 비례한다"고 말했다.
김 순경은 A씨를 찾은 장소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벅찬 표정을 지으며 순찰차에 올라탔다. 왼쪽 어깨에 찬 무전기가 끊임없이 울렸다. 김 순경과 함께 순찰에 나선 백유림 순경은 "온종일 무전을 듣고 퇴근하면 귀가 얼얼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중얼중얼 들려오는 무전 소리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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