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찍는 척 ‘계산 연기’한 도둑… 지켜보던 점주는 문 잠갔다

무인점포를 찾은 한 남성이 키오스크 앞에서 계산하는 척하는 모습. 바코드를 찍는 듯한 행동을 하지만 정작 화면에는 아무 것도 뜨지 않고 있다. /경찰청 유튜브

무인점포에서 계산하는 척만 한 뒤 물건을 훔쳐 달아나려던 남성이 점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모습은 계산대를 찍던 점포 내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고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남성 A씨의 절도 행각은 지난달 13일 서울의 한 무인점포에서 벌어졌다. 경찰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반팔과 반바지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A씨는 익숙한 듯 가게 안으로 들어와 물건들을 고르기 시작한다. 이어 계산대로 향한 뒤 키오스크 앞에서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상품 바코드를 찍는 A씨 행동과는 다르게, 키오스크 화면에는 아무런 내역이 뜨지 않는다. A씨의 ‘계산하는 연기’였다. A씨는 물건들을 추가로 더 가져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니 계산을 끝내지 않고 가게를 나서려 했다.

하지만 점주는 이 모든 과정을 CCTV로 지켜보고 있었다. 계산대 맞은편에 설치된 카메라가 정확히 키오스크 화면을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A씨의 연기를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이다. 게다가 A씨의 이번 범행은 처음이 아니었다. 점주는 A씨가 현장을 벗어나기 직전 원격으로 문을 잠그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문이 잠겨 도망치지 못하게 되자 태연하게 계산하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다. 곧이어 경찰이 도착하자 아무 죄가 없다는 듯 경찰을 맞이하기까지 했다. 그는 처음엔 변명을 늘어놓으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이전 범행 증거를 제시하자 결국 인정하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최근 무인점포 사업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 무인점포 개수는 10만 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사업자등록만 하면 지방자치단체 신고 없이 개업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점포 수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CTV나 원격으로 절도·기물 파손 등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범법 행위를 강행하는 경우 사실상 제지할 방법은 없다. 앞서 범인을 잡기 위해 CCTV 영상 속 범행 장면을 공개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진 후 이런 방법도 어려워졌다. 결국 용의자가 초범이거나 미성년자로 보일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