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믿겠나!" 심판진 비디오 판독센터의 엇갈린 판정…'작심발언' 김태형 감독 "심판도 현장, KBO 소통해야"

고척 = 박승환 기자 2024. 6. 2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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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판독센터를 어떻게 믿겠나"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10차전에 앞서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비디오판독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오는 것에 대해 쌓였던 불만이 터진 것이다.

롯데는 지난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오심'에 놀아났다. 롯데는 1회부터 파울팁과 관련된 판정에서 아쉬운 판정을 겪었는데, 이는 오히려 사소할 정도였다. 3-2로 역전에 성공한 4회초 2사 1, 2루의 달아날 수 있는 찬스에서 최항이 친 타구가 오른쪽 발에 맞고 굴절돼 1루수 방면으로 굴렀다. 명백한 파울 타구. 그런데 심판진이 이를 1루수 땅볼로 판정을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비디오판독을 모두 소진한 롯데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후에도 한차례 체크스윙과 관련된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왔는데, 김태형 감독이 대폭발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8회초 공격 때였다. 롯데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선진이 볼넷을 얻어내자, 승부수를 띄위기 위해 김동혁을 대주자로 투입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서동욱이 유격수 방면에 땅볼을 쳤고, 이때 2루로 향하던 김동혁이 아웃, 서도욱은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KT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김동혁과 KT 2루수 신본기 간에 '접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낙 빠른 스피드로 달린 김동혁이 2루 베이스를 오른 발로 터치했는데,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탓에 오른발이 베이스에서 튕겨져 떠 올랐고, 신본기와 접촉하게 됐다. 느린 그림을 통해 보더라도 전혀 '고의성'이 없었던 상황. 당시 심판진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때문에 2루로 향하던 김동혁만 아웃, 타자 주자였던 서동욱에게 1루에서는 세이프 판정을 한 것이다. 그런데 비디오판독에서 결과가 번복됐다. 판독센터는 김동혁이 고의로 신본기와 접촉했다고 판단, 수비 방해를 적용하며 타자 주자까지 아웃을 선언했다. 여기서 김태형 감독의 뿔이 단단히 났다.

김동혁의 수비 방해와 관련해 심판진에게 항의하고 있는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심판진에게 항의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비디오판독의 결과가 나온 뒤 김태형 감독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는데, 이때 김광수 코치가 사령탑을 말렸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듯했는데, 이내 김광수 코치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비디오판독 센터의 판정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 김태형 감독은 심판진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그 결과 비디오판독에 대한 항의로 '자동 퇴장'이 선언됐다. 그리고 21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그토록 분노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비단 수원에서의 판정 한 가지만으로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특히 문제는 비디오판독 센터였다. 첫 번째로 김태형 감독이 비디오 판독센터의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것은 지난 1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이었다. 당시 3회말 선두타자 황성빈이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베이스를 훔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황성빈이 3루 베이스를 향해 내달렸는데, 아웃 판정을 받았다. 당시 황성빈은 NC 3루수 서호철이 베이스를 막았다는 듯한 시그널을 보냈고, 롯데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느린그림을 통해 본 결과 서호철의 왼 발이 확실히 3루 베이스를 터치하기 위해 뻗은 황성빈의 팔을 막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정이 번복되지 않았다. 당시 심판진은 서호철이 3루 베이스를 막았지만, 절반 정도의 공간은 비어있었기에 충분히 3루 베이스를 터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심판진이 김태형 감독에게 다가와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준 것. 하지만 사령탑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판독센터의 판정은 지난 1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또 나왔다.

당시 롯데는 9-8로 앞선 9회말 경기를 매듭짓기 위해 김원중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닝 시작과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안익훈에게 안타를 맞았다. LG는 안익훈을 대신해 대주자 김대원을 투입했고, 롯데는 도루 저지 능력에서 일가견이 있는 손성빈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때 타석에 있던 오스틴 딘 김원중에게 삼진을 당함과 동시에 1루 주자 김대원이 2루를 향해 뛰었다. 여기서 손성빈이 2루를 향해 공을 뿌리려고 했으나, 삼진을 당한 오스틴이 손성빈의 앞으로 지나가면서, 미처 공을 뿌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민호 주심은 주심은 곧바로 송구 방해를 선언하면서 2루 베이스를 밟은 김대원을 향해 1루 귀루를 선언했는데, 2루심 차정구 심판이 오스틴의 송구 방해가 아니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이에 4심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고, 합의 판정을 진행한 결과 오스틴의 송구 방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김광수, 김민호 코치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고, 강한 어필을 펼쳤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항의 시간을 초과한 김태형 감독만 퇴장을 당했다. 당시 심판진은 손성빈의 손에서 공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두고 "송구 동작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워낙 오스틴과 거리가 가까웠던 손성빈은 공을 뿌릴 '공간'이 없었다고. 결과적으로 롯데가 승리했지만, 자칫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판진에게 항의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KBO 허구연 총재./마이데일리

한 번은 합의판정에서 번복이 나왔던 것이지만, NC전을 비롯해 KT전의 경우 비디오판독 센터에서 석연치 않은 결과를 내놓은 만큼 김태형 감독은 이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사령탑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는 질문에 "그건 야구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말 문을 연 뒤 "상황을 똑같이 적용해야 된다. 어제는 고의성이 없었는데 고의성이 있다고 그러고, 그전(NC전)에는 베이스의 3분의 2를 막은 것은 고의가 아니라고 하고, 또 오스틴도 고의성이 없다고 하고, 어디에 기준을 두고 판정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0일 김동혁의 슬라이딩에는 분명 고의가 없어 보였다. 사령탑은 "2루에서 김동혁은 크로스 타이밍이었다. (김)동혁이가 크로스 타이밍이기 대문에 슬라이딩을 빠르고 강하게 들어갔다. 자칫 발목이 부러질 뻔할 정도로 발이 (베이스에서) 튕겨져 나갔는데, 그걸 막았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보통 베이스를 밟고 일어날 수가 있다. 그런 비슷한 그림이 나왔다면, 그건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방해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최항의 파울타구에 대해서는 "애매했다"면서도 "앞선 두 번(NC, LG전)의 상황과는 너무 상반된 판정이었다. 웬만하면 안 나가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 심판진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 비디오판독을 거치면서 판정이 번복되고 의문을 낳게 만드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김태형 감독은 "심판진들은 그렇게(수비방해가 아니라고) 봤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리고 그대로 전달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판독실에서 '아니다'락 뒤집었다. 그 부분(수비방해)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심판진이 정확하게 판독센터에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베이스의 3분의 2를 막았을 때도 내가 나가기도 전에 심판이 와서 설명을 하지 않았나. 심판들도 강력하게 '우리가 맞다'는 이야기를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답답한 부분이 많은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결국 KBO가 현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사령탑의 생각이다. 결국 심판진들 또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작심을 한 듯 "심판들은 조금만 잘못해도 벌금, 제재금을 받지 않나. 그런데 판독센터는 아니다. 사실 볼-스트라이크 등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간에 이해를 할 수 있는데, 이건 너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현장 심판이 가장 정확하다. 판독실에서 판단을 하더라도 심판진의 비중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심판도 현장이다. KBO가 심판들의 의견도 좀 듣고 해서 답을 내야 한다. 판독센터를 어떻게 믿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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