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결탁, 한반도 영향은…"비핵화 논의 마비"[워싱턴 리포트]

이윤희 특파원 2024. 6. 22.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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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문가들 진단…"한반도 안보 위험 높아져"
"외교 재개 가능성 희박…北비핵화 비현실적"
"이제 공존에 초점 맞춰야" 핵동결론 고조 전망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6.22.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이 한층 심화해 한반도 안보 위협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러 동맹이 전쟁 시 상호 군사지원 단계로 격상된 것은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미국 내 전문가들은 6자회담 등 기존의 북한 비핵화 접근법 작동이 어려워지거나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각) 뉴시스에 최근 북러 정상회담 등과 관련해 "한반도 안보 위험과 긴장 고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의 자신감 고조는 모험주의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푸틴은 한국과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묶어두기 위해 한반도 긴장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우고 러시아산 아우루스 리무진을 운전하고 있다. 2024.06.22.

지정학적 갈등 심화로 북핵 관심↓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북한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조약에는 어느 한쪽이 전장 상태에 처할 경우 유엔헌장 51조와 각국 법률에 준해 모든 수단으로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상호방위조약이란 해석도 나오는데, 북러간 결착이 심화로 북한 비핵화라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목표는 더욱 멀어진 모습이다.

스나이더 소장은 "북러 관계 심화는 지정학적 경쟁을 격화해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을 마비시키고, 우선순위가 멀어지도록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지적했다.

당사국들이 한반도 비핵화보다 당면한 세력 경쟁에 집중하면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점점 더 희미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미일이 북중러와 함께 북핵 문제 해법을 논의하던 6자회담 모델은 더이상 작동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장관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6자회담은 오랫동안 실현가능하지 않았고,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더욱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는 단기적으로나 중기적으로는 물론, 어쩌면 장기적으로도 비현실적인 목표"라고까지 내다봤다.

세력 경쟁은 미국과 중국 등에도 영향을 미쳐 한반도 비핵화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도 "6자회담과 같은 협력체를 통한 다자 외교가 재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매우 낮아 보인다"며 "중국은 어떤 인센티브 없이는 이런 큰 외교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11월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캠프 데이비드=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22. photo1006@newsis.com

"성급 대응 자제하고 외교 추구" vs "대북 정책 전환해야"

한국과 미국은 차분하게 긴장 완화와 대화 복구에 주력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대북 정책의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이번 북러 회담이 실질적으로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춘 '작은 외교'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장과 갈등 위험만 높이는 성급한 반사적 행동을 자제하고 미국 및 유사입장국들과 긴밀한 협력 하에 중국, 심지어 러시아와도 효과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길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북러간 협력, 북한의 평화로운 대남통일 포기, 북한의 대화 복귀 거부는 모두 미국과 한국이 기존 정책을 재고하고 현재의 봉쇄와 압박만이 아닌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중대한 변화를 나타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이제는 위험 감소와 평화로운 공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은 그간 북한의 비가역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았으나, 현실성이 더욱 떨어진 만큼 북한 핵 동결로 대북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베이징=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06.22.

북러 밀착 반갑지 않은 중국…역할론 고조

한편 북러 밀착 심화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 러시아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나 북러 밀착이 반갑지만은 않다. 서방을 등지고 북러와 공동운명체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서도 북러와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북러간 밀착 심화에 대한 중국의 내재적 불안감을 감안할 때, 북러 정상회담으로 푸틴과 김정은의 도박을 관리하고 상쇄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주목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일 북러간 협력 강화가 중국에 골칫거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NYT에 "푸틴과 김정은 사이의 조약은 중국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시진핑은 막무가내 북한 정권과 결코 좋은 관계를 맺은 적이 없는데 이제는 푸틴이 김 위원장의 공격적인 성향을 부추기는 것까지 걱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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