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기재부 이어 산업부도 ‘닮고 싶은 상사’ 투표…엇갈린 반응
‘닮고싶지 않은 상사’는 비공개
일부 사무관들 “안닮상도 공개해야”
국장들은 “결과 공개 부담스럽다”
처음으로 ‘닮고 싶은 상사’ 투표를 진행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시끌시끌합니다. 결과를 어디까지 발표할 지를 두고 공무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닮고 싶은 상사로 뽑힌 사람이 누구인지는 발표됐지만, 닮고 싶지 않은 상사는 발표하지 않아 생긴 일인데요. 젋은 공무원 상당수는 “투표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생각하는 반면, 관리자급 공무원들은 “결과를 발표하는 것에 부작용이 많다”고 생각하는 모양새입니다.
22일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제1회 베스트(best), 워스트(worst) 간부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실장, 국장, 과장, 팀장급 공무원까지 포함해 총 101명이 평가 대상이었죠.
이른바 닮상(닮고 싶은 상사)과 안닮상(닮고 싶지 않은 상사)을 뽑는 건 원래 기획재정부 노조가 연례 행사로 진행하던 일입니다. 기재부 노조에서 닮상을 발표할 때마다 다른 부처까지 명단이 도는 등 세종시에서는 화제가 되곤 했습니다. 기재부는 안닮상은 발표하지 않는데, 그래도 알음알음 명단은 다 작성돼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부는 노조가 아닌 부처 혁신 태스크포스(TF) 주관으로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산업부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실·국장급에서 3명, 과장·팀장급에서 10명의 베스트 간부를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워스트 간부는 실장·국장급의 경우 전체 투표 총수의 10% 이상 지목되면, 과장·팀장급에선 5% 이상이면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산업부의 첫 투표 결과 ‘닮고 싶은 상사(베스트)’로 뽑인 실장급 공무원은 3명입니다. 노건기 통상교섭실장과 오승철 산업기반실장,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이 베스트로 뽑혔습니다.
국장급에서는 베스트로 뽑힌 사람이 없었습니다. 과장급 공무원 중에서는 강경택 가스산업과장, 김남혁 전력시장과장, 김재은 자원안보정책과장, 박태현 원전환경정책과장, 정재환 운영지원과장 등 총 5명이 닮고 싶은 상사로 뽑혔습니다.
결과가 나오자 산업부 젊은 공무원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됐습니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닮고 싶은 상사’와 달리 ‘안 닮고 싶은 상사’의 경우 개별통보 및 장차관 보고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누가 선정 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한 산업부 사무관은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안닮상으로 뽑힌 분이 누구인지였는데 공개가 안 된다면 저연차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아쉽지 않겠나”라며 “기재부처럼 닮상·안닮상 둘 다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산업부 사무관 역시 “안닮상으로 뽑힌 분은 부하직원들을 잘 챙기지 않고, 본인 기분대로 일을 시킨다는 것일 텐데 이참에 알려서 스스로 반성하고 분위기가 더 수평적으로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관리자급 공무원들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입니다. 산업부의 한 국장은 “베스트, 워스트 상사 투표가 부담스럽다. 어떤 것에 들어도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에서 보기에 ‘안닮상’으로 뽑힌 사람은 일을 많이 시키거나 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고, ‘닮상’으로 뽑힌 사람은 널널하게 일을 시키면서 인기만 많이 얻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또 다른 국장은 “업무 지시에 대한 파악을 잘 못하고 본인의 워라밸만 챙기려는 직원에게 지적하는 것도 이제 눈치를 봐야 하는거냐”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누구 말이 더 맞는 말일까요. 중요한 것은 투표가 없더라도 위에서는 지시를 잘 내리면서 후배들을 격려해 주고, 아래에서는 선배에게 배우면서 본인의 일도 열심히 잘 해내는 것이겠지요. 부당한 지시에는 정정당당하게 말하면서 말입니다. 기재부에 이어 시작된 산업부의 베스트·워스트 상사 투표, 앞으로 부 내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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