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변한 게 없는 국회의원들, 이러려고 출마했나
기대가 크지 않았어도 실망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새 얼굴이 다수 포진한 22대 국회가 들어섰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은 정치 이야기다.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하며 입법 폭주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불과 얼마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가장 앞에 세워서 말이다. 설마 대통령이 이번에는 거부권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정쟁에는 적극적이지만, 민생 법안은 뒷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힘도 나은 것이 하나도 없다. 이 당 의원들은 아예 회의장 밖에서 맴돌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의 위원장을 야당이 가져갔으니 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 대신 각종 특위를 만들어 정부와 여당의 힘만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데 그래 봐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그들 역시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반대하면 법률은 한 글자도 바꾸지 못한다.
사정이 이러니 무슨 정책을 내놔도 국민은 시큰둥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9일 발표된 저출생 대책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육아휴직 급여를 올리는 등의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다. 효과에 대한 기대는 둘째로 치더라도 실현 가능성에 믿음이 가질 않는다. 주변 젊은이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민주당이 제시한 아동수당 확대와 소상공인 지원책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이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먼저 여당이다. 국민의힘은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싸우더라도 링 위에서 싸우고 얻어맞더라도 링 위에서 맞아야 명분이 생긴다. 지금의 행태는 여당 지지층이 보기에도 볼썽사나울 것이다. 당선인 연찬회에서 술잔을 돌리며 웃고 떠든 이미지와 겹치면서 반감만 커질 뿐이다. 링 위에서 정책 경쟁으로 싸움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더구나 내부 총질은 그만할 필요가 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를 앞두고 시작된 진흙탕 싸움을 보면 기가 찬다.
야당은 그들의 독주가 과도함을 알아야 한다. 상임위원장 배분이 대표적인 예다. 21대 국회에서도 그러더니 관례를 깡그리 무시했는데, 앞으로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의 여당이 다음에 과반 의석을 갖고 민주당이 하는 것처럼 주요 상임위를 다 갖겠다고 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견제와 균형의 전통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검사 탄핵도 멈춰야 한다. 누가 봐도 이재명 대표를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 하겠는가.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국민은 32%,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국민은 28%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양당 모두 고작 30% 안팎의 지지를 받는 처지에 한쪽은 정권을, 한쪽은 의회권력을 쥐고 싸움만 하고 있다. 자신들의 행동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한 것인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양당은 이제 당대표 선거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7월23일, 더불어민주당은 8월18일에 전당대회를 연다. 국민의 관심이 조금씩 당대표 선거로 옮겨 갈 상황이다. 그리고 9월초부터 정기국회가 열리고 국정감사 시즌이 이어지면서 민생 정책을 펼칠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든다. 정말 소는 누가 키울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를 살리고 서민을 도울 법안을 챙길 사람이 없다.
언제까지 무책임한 국회의원들을 이대로 놔둬야 하는 것일까. 야당에서는 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는 여당 의원들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이 보기에 정쟁에만 몰두하는 야당도 월급 주기 아까운 것은 매한가지일 게다. 개원 초기다. 공약했던 민생 법안부터 챙겨야 한다. 22대 국회의원들. 이런 정치를 하겠다고 출마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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