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조기 금리 인하론'…한은 '신중론' 언제까지

남주현 기자 2024. 6.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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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02.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기준 금리를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부진 신호가 짙어진 가운데 물가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 측이 연일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압박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은 물가 목표 수렴 판단이 이르다는 점과 함께 통화정책 독립성을 주장하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1300원대 후반인 환율만 안정이 되면 금리 인하는 멀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 특별위원회는 이달 27일 개최하는 회의에서 한은 부총재를 참석시켜 기준금리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국회 차원이 아닌 여당에서 한은 고위층을 부르는 것은 이례적이란 시각이 나온다.

한은 측은 금리 인하 압박으로 비춰질까봐 노심초사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및 금융 동향과 전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연일 조기 인하론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한 방송에 출연해 근원물가가 2%대라는 점을 언급하며 "상당부문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 통화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2.7%로 두달 연속 2%대를 기록 중이고 농산물·석유류 제외 근원물가 상승률은 2%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2.2% 상승을 기록했다.

주요국 중에서는 스웨덴과 캐나다가 연초 금리를 낮춘 데 이어 20일(현지시각)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올해 들어 2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영란은행(BOE)는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했지만,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기록해 8월 금리를 낮출 것이란 관측이 높아졌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국민의 힘 송언석 의원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7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수 진작을 위한 선제적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간해 거들고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2.2%)이 물가안정목표(2.0%)에 근접한 만큼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12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7회 연속 동결, 5.25~5.50% 수준을 유지했다. 연준은 올해 말 금리 수준을 5.1%로 전망하고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3회에서 1회로 조정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한은으로서는 당혹스러움이 역력하다.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물가설명회 간담회에서 "정책실장 뿐만 아니라 어느 전문가라도 의견을 주면 청취하는 것이 한은의 임무"라면서 "금융통화위원들이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논란을 피해갔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해야 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 "7월 통화정책방향회의까지 기다려야 하고 데이터를 조금 더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식에서도 아우구스투스 로마 황제의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발언을 거론하며 "섣부른 통화완화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가까워졌다는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5월 금통위 당시 물가 상방 압력으로 1분기 깜짝 성장세를 거론하면서도 최근 성장세는 물가 영향이 적은 순수출 증가에 상당 부분 기인했다고 풀이하며 소비 개선이 일시적이란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금리 인하 압력에 대해 반발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8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기존 60%에서 100%로 높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침체되고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자꾸 늦어지면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자영업자 연체 등 금융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환율만 안정되면 조기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근원물가 안정세와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환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 문제"라면서도 "7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인하 소수 의견이 나온다면 8월 인하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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