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이스였는데..힘겨운 시간 이어지는 뷸러, 반등할 수 있을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뷸러는 반등할 수 있을까. 힘겨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LA 다저스는 6월 20일(한국시간) 우완투수 워커 뷸러를 부상자 명단(IL)에 등록했다. 우측 엉덩이 염증을 이유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뷸러를 등록한 다저스는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던 우완 기대주 바비 밀러를 IL에서 복귀시켰다.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올시즌을 부상자 명단에서 시작했던 뷸러는 5월 초 빅리그로 복귀했지만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IL로 향했다. MLB.com에 따르면 뷸러는 몇 차례 등판동안 계속 불편함이 있었고 직전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중세가 악화됐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부상으로 이탈한 다저스는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고민이 또 생겼다.
사실 올시즌 뷸러는 성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는 아니었다. 8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37이닝을 투구하며 1승 4패 평균자책점 5.84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8번의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는 단 2번 뿐이었고 절반인 4경기는 5이닝도 소화하지 못했다. 뷸러는 올시즌 다저스 선발투수들 중 가장 부진한 선수였다.
1994년생 뷸러는 원래 다저스가 가장 기대한 에이스였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24순위)에서 다저스에 지명된 뷸러는 야구 명문 밴더빌트 대학교 출신으로 굉장한 기대를 모았다. 2017년 빅리그를 잠시 경험한 뒤 2018시즌 전체 13순위 유망주 평가를 받고 본격적인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했다.
루키시즌이던 2018년 23경기 137.1이닝, 8승 5패, 평균자책점 2.62, 151탈삼진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랐고 2019시즌에는 30경기 182.1이닝, 14승 4패, 평균자책점 3.26, 215탈삼진을 기록해 올스타에 선정됐고 사이영상 투표 9위에 올랐다. 단축시즌에는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지만(36.2이닝, ERA 3.44), 2021시즌 33경기 207.2이닝, 16승 4패, 평균자책점 2.47, 212탈삼진의 커리어하이 성적을 썼다. 두 번째 올스타에 선정됐고 사이영상 투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8-2021시즌 4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95경기 564이닝, 39승 13패, 평균자책점 2.82, 620탈삼진. 해당기간 빅리그에서 550이닝 이상을 투구한 20명의 선발투수 중 3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바로 뷸러였다.
하지만 2022년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급격히 달라졌다. 2022시즌 12경기 65이닝, 6승 3패,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한 뒤 부상으로 이탈한 뷸러는 수술을 받았고 2023시즌을 모두 쉬었다. 그리고 회복이 늦었던 탓에 올해 5월에야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왔다.
부상 시즌 이전과 이후의 뷸러는 다른 투수였다. 2021시즌까지의 뷸러는 9이닝 당 10개에 육박하는 삼진을 잡아내는 선수였고 0.300을 한참 밑도는 피기대가중출루율(xwOBA), 2-3점대의 기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투수였다.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좋은 타구를 허용하지 않는 에이스였다. 하지만 부상 이후에는 변했다. 2022시즌에도 올해도 리그 평균보다 높은 xwOBA를 기록했고 9이닝 당 탈삼진은 8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기대 평균자책점도 4점대가 됐다.
가장 큰 변화는 '기본'인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뷸러는 평균 시속 96마일 이상의 포심을 던지는 투수였다. 2021시즌부터는 포심 평균 구속이 시속 95마일대로 떨어졌다. 부상 시즌부터는 평균 2,400rpm 이상이던 포심의 회전수도 2,200rpm 수준으로 떨어졌다. 1할대-2할대 초반이었던 포심 피안타율도 2022시즌부터 3할대로 급격히 치솟았다.
회전수가 떨어지며 포심의 낙폭도 커졌다. 2020년에는 평균 9.9인치의 낙폭을 기록한 포심이 올해는 평균 13.2인치까지 낙폭이 커졌다. 타자들 입장에서 하이 패스트볼의 '떠오르는 느낌'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원래 절반에 가까운 공을 포심으로 던지는 투수였던 뷸러는 커터와 싱커 등 변형 패스트볼의 구사를 늘리며 돌파구를 찾으려 애썼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잡아당기는 타구의 허용율이 35% 이하였던 뷸러였지만 2022시즌에는 37% 이상으로 비율이 올랐고 올해는 41.9%에 달한다. 타자들이 더이상 뷸러의 공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3년째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는 사이 뷸러는 어느새 3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오는 7월 말이면 30세가 된다.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에이징 커브'에 따라 기량이 점차 하락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다. 단순한 부진이라기엔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2년 전 받은 수술 여파가 아직도 이어진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사이영상 후보에 오르는 '에이스 뷸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셈이다.
클레이튼 커쇼의 뒤를 잇는 푸른 피의 에이스로 메이저리그를 10년은 호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전성기는 짧았고 부상과 부진은 점차 길어지고 있다. 다저스와 연장계약을 맺지 않은 뷸러는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어쩌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뷸러를 보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 과연 뷸러의 운명은 어떻게 흐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워커 뷸러)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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