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학폭에 시달렸다…'엔비디아' 젠슨 황의 학창시절 [스토리후]
[편집자주] 뉴스와 이슈 속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와 이슈를 짚어봅니다.
IT계의 테일러 스위프트, AI 황태자, 다소 친근해 보이는 황사장님까지. 팬덤을 몰고 다니는 IT 업계의 아이돌, 젠슨 황의 별명들이다.
젠슨 황은 2024년 현재 가장 핫한 CEO임이 틀림없다. 그가 창업한 엔비디아는 최근 글로벌 AI(인공지능) 전쟁에서 유일한 무기 거래상이나 마찬가지다.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쟁쟁한 IT 기업을 밀어내고 엔비디아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오늘날 영광은 무려 31년간 한 우물을 파온 젠슨 황의 뚝심과 끈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엔비디아 자체인 젠슨 황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미국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기숙학교에 입학한 젠슨 황은 따돌림은 물론, 인종차별과 학교 폭력까지 겪었다. 그러나 황은 어려움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이 꺼리는 화장실 청소를 자청하는 한편, 두각을 보였던 수학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고 숙제를 도와주는 등으로 괴롭힘을 이겨냈다.
그는 포틀랜드의 알로하 고등학교를 2년 조기 졸업 후 1984년 오리건 주립대에서 전기공학 전공으로 학사를 땄다.
아내 로리 밀스는 오리건 주립대 당시 만나 연인으로 지냈다. 연구실 동료 사이이기도 했다. 학사 졸업 직후 브로드컴의 자회사인 LSI 로직과 AMD에 취직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 업무를 하면서 엔지니어 경험을 쌓았다.
1992년에는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황은 스탠퍼드대 졸업 1년 뒤인 1993년, 동료 엔지니어인 크리스 말라코프스키, 커티스 프리엠과 함께 마침내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회사 설립을 도모한 장소가 특이하다. 셋이 자주 가던 실리콘밸리의 데니스(Denny's) 레스토랑이다. 사실 데니스 레스토랑은 황이 확창시절 설거지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던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그는 후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레스토랑에서 일해본 경험이 외향적인 성격에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니스 레스토랑에서 크리스와 커티스와 황, 세 사람은 GPU(그래픽처리장치) 제조 회사를 창업하는 것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다 의기투합해 엔비디아를 설립하게 된다. 세 사람은 모든 면에서 학습이 빠른 황에게 CEO를 맡겼다.
그의 GPU 장치를 향한 뚝심은 31년만에 엔비디아를 세계 정상의 기업에 올려놨다.
지난해부터 챗GPT 열풍을 필두로 전 세계는 한창 AI(인공지능) 개발 전쟁 중이다. 그러나 AI 개발사는 많은데 이에 사용되는 고사양 집은 엔비디아만이 생산한다. 즉, 전쟁 중 무기를 공급하는 게 엔비디아 한 곳인 셈이다. 다른 곳들은 기술력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사업 초반 경영난을 겪었지만 닷컴버블 붕괴 직전이던 1999년에 상장에 성공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살아남았다. 황은 "엔비디아를 만드는 일은 당초 예상보다 100만 배는 어려웠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가 앞서 AI가 지배할 IT 세상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해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뚝심 못지 않게 조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리더십이 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이 수시로 직원을 찾아가 질문폭탄을 던지는 등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문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젠슨 황이 지닌 뚝심은 패션에도 반영된다. 그는 검정 가죽자켓을 입고 공식석상에 자주 서 가죽 자켓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가 선택한 자켓은 톰 포드의 9000달러 짜리 가죽자켓이다. 더운 날씨에도 입는다. 과거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검은색 목티에 리바이스 청바지를 즐겨입었던 것과 비슷하다.
최근 젠슨 황이 모국인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행사에서 참석한 것은 큰 화제가 됐다.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떼같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한 여성은 노출이 있는 자신의 상의에 직접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다.
젠슨 황은 미국으로 이민갔지만 대만 국적도 유지하는 이중 국적자다. 대만에 대한 애정이 커 대만 반도체 회사 TSMC와 손잡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최첨단 칩을 대만에서 생산한다.
최근에는 대만을 '국가'라고 호칭해 논란이 됐다. 중국에서는 대만을 개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해당 발언은 중국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엔비디아 제품을 제재하라"거나 "엔비디아 직원이 중국 땅을 못 밟게 하라"는 등 한동안 시끄러웠다. 중국은 홍콩처럼 대만에도 '일국양제'(一國兩制·1국 2체제)' 시스템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 같으면 무역이나 자원 등을 활용해 바로 보복에 나섰을 중국 정부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아 더 화제가 됐다. 중국도 AI 산업에 필수인 GPU를 얻기 위해서는 엔비디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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