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선방' 태극전사, 무적함대를 함몰시키다…4강 진출의 그날 [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이운재 주춤주춤… 막았습니다! 이운재가 막았습니다!"
2002년 6월 22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국·일본 월드컵 대한민국과 스페인의 8강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무너뜨리고 4강에 진출했다.
당시 스페인은 카를레스 푸욜, 호아킨 산체스,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이케르 카시야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주전으로 활약하던 팀이었다.
그러나 패기와 열정으로 뭉친 대한민국 대표팀은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고, 1930 FIFA 우루과이 월드컵 이후 약 72년 만에 유럽과 남미 이외 대륙이 4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썼다.
이날 대한민국 대표팀은 3-4-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운재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김태영-홍명보-최진철이 수비를 맡았다. 미드필더로는 이영표-유상철-김남일-송종국이 선발 출전했으며, 공격은 설기현-안정환-박지성이 담당했다.
16강 상대였던 이탈리아와 연장전까지 갔기 때문인지, 대한민국 대표팀은 전반에는 스페인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경기 초반인 전반 12분, 중원의 핵심 김남일이 엔리케 로메로에게 발목을 밟히는 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교체되는 위기까지 맞았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스페인은 여러 차례 대한민국의 골문을 위협했고, 이운재의 선방쇼와 골대 행운으로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초반, 호아킨의 크로스를 이반 엘게라가 득점으로 연결시켰으나 주심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이반 엘게라가 김태영의 목을 눌러 수비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파울을 선언하며 득점을 무효 처리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천수, 황선홍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이후 세트피스 상황에서 박지성이 회심의 슈팅을 날렸으나, 카시야스의 슈퍼 세이프가 나오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기는 결국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 전반 1분 만에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의 득점이 나왔으나, 주심과 부심은 공이 골라인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고 판단해 득점을 취소했다.
연장전 30분 동안에도 승패를 가르지 못한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는 대한민국의 선축으로 결정됐다. 첫 번째 키커는 베테랑 스트라이커 황선홍이었고, 그의 슈팅은 카시야스의 선방을 파고들며 골망을 갈랐다. 백전노장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어 스페인의 키커들과 대한민국의 키커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도 모두 승부차기를 성공시켰다.
이때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가 나왔다. 호아킨 산체스는 현역 시절 레알 베티스 발롬피에, 발렌시아 CF 등에서 활약한 선수로, 2002 FIFA 한일 월드컵 당시 신성으로 주목받던 선수였다. 취소되긴 했으나 연장 전반 1분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의 득점을 도운 것도 호아킨 산체스였다.
당시 만 21세였던 그는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이운재와 마주 섰다. 그는 킥을 하기 전에 이운재의 움직임을 뺏기 위해 주춤했는데, 이운재는 오히려 이 행동으로 호아킨 산체스의 방향을 읽었다. 골대 왼쪽 구석을 노린 호아킨의 킥은 결국 이운재의 펀칭에 막혔다.
이운재의 선방으로 대한민국의 다섯 번째 키커 홍명보만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면 대한민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 홍명보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골문 오른쪽 상단을 노렸고, 슈팅이 골망을 가르면서 대한민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평소 표정 변화가 없는 것으로 유명했던 홍명보였으나, 4강 진출의 순간에는 달랐다.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만세를 한 채 동료들에게 달려갔고, 동료들 역시 환한 미소로 그를 반겼다.
서울 시내 곳곳에 모여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던 시민들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붉은 악마는 태극전사들을 위해 스페인전에 앞서 'Pride of ASIA'(프라이드 오브 아시아, 아시아의 자랑) 카드섹션을 준비하기도 했다.
꺾일 줄 모르는 기세를 자랑하던 태극전사들은 4강전 상대인 '전차군단' 독일에 0-1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올리버 칸, 미로슬라프 클로제, 디트마어 하만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비등비등한 경기를 펼쳤던 대한민국은 후반 29분 터진 미하엘 발락의 득점으로 무너졌다.
후반 추가 시간 박지성에게 절호의 찬스가 왔으나 슛은 크게 벗어났고, 결국 2002 FIFA 한일 월드컵 결승전의 한 자리는 독일로 확정됐다.
도전은 4강에서 멈췄지만, 전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던 '4강 신화'는 여전히 수많은 축구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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