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회피 급급한 증인들, 채 상병 특검 명분만 키워
이종섭·이시원·임성근엔 '10분 퇴장' 명령
野, 尹 대통령 조준… "탄핵 사유 될 수도"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입법청문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외압 의혹'의 핵심 관련자들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의원들의 질의에는 답변 자체를 거부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반복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3차례 '10분간 퇴장 명령'을 하는 이례적 모습까지 연출됐다.
핵심 증인들이 대통령의 외압 의혹에 대한 해명 대신 추후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데 급급한 모습만 보인 셈이다. 'VIP 격노설' 전달자로 지목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도 지난해 국회에서 격노설을 부인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아예 답변을 거부했다. 그간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간의 전화 통화 내역 공개로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 정황이 속속 드러난 상황에서 증인들의 노골적인 은폐 행위로 대통령실 개입의 의구심을 키우고 특별검사제 도입의 명분만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이날 청문회는 시작부터 증인들의 '선서 거부'가 이어지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사건의 핵심 증인 3명이 선서를 거부한 것이다. 이들은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감법) 제3조와 형사소송법 제148조를 들어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주장했다. 형소법 148조에서는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의 염려가 있을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현재 공수처의 법에 대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돼 있다.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에도 고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법률상 증인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위원장이 "증언과 선서를 거부하거나 허위 증언을 할 경우에 국회에서는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의 태도에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선서를 거부한 이 전 장관에게 "선서를 거부했기 때문에 증인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이종섭씨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증인 선서 거부는 불성실한 답변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들은 윤 대통령과의 연결 고리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말을 아끼거나 거부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퇴장 카드로 증인들을 압박했다. 이번 사건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경북경찰청 간 연결 고리의 중심에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답변이다.
"이시원 전 비서관에게 묻겠다. 대통령 지시로 전화를 한 것인가. 아니면 본인의 판단으로 전화한 것인가."(전현희 민주당 의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어렵다."(이시원 전 비서관)
"이시원 증인, 10분간 퇴장하세요."(정청래 위원장)
정 위원장이 회의 모두에 "국민들은 청문회라고 하면 항상 증인 답변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인 것에 대해 싫증이 나 있다"며 "'퇴장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 전 장관도 정 위원장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김용민 의원 답변에 끼어들다가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정 위원장에게 "퇴장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쉬고"라며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하라"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이 감쌌다는 의혹을 받는 임 전 1사단장도 퇴장 명령을 받았다. 정 위원장이 "지금 진술은 본인 지휘권이 실질적으로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하자, 임 전 사단장은 "반증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국민이 다 지켜보는데 위원장의 생각까지 재단하려 드느냐"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임 전 사단장은 "그렇게 느끼도록 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고, 정 위원장은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과'를 둘러싼 언쟁이 5차례 반복된 끝에 정 위원장은 임 전 사단장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민주당 의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임 전 사단장의 퇴장 이후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선서를 거부한 분들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선서한 분들은 답변 거부하고 있다"며 "계속 허용하면 안 된다. 변명할 기회를 왜 주냐"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이민석 인턴 기자 minseok1093@naver.com
박선윤 인턴 기자 bsy56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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